군산에서 '반지회 덮밥' 드셔 보셨나요?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단골 식당이 있기 마련입니다. 대부분 이런 식당들은 노포 식당들이고 일부러 홍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채널만 돌리면 먹방, 푸드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홍보에 민감할 만도 한데 단골이 많은 식당은 굳이 이런 복잡한 것에 끼어들려 하지 않습니다.
이유야 손님이 늘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손님이 더 많아지면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도 그러합니다.
군산의 유락 식당이 그런곳 중 한곳입니다. 노포 식당이기도 하지만 군산시민들이 주저 없이 추천하는 대표적인 단골 식당 중 한 곳이기도 하구요. 일부러 돈 들여 광고나 홍보하지 않아도 오랜 단골들로부터 입소문이나 소개를 통해 저절로 알려진 곳이지요.
건물 외관을 봐서도 족히 수 십 년은 됨 짓한 유락 식당은 간장게장과 반지 회덮밥 등 생선과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요리가 유명합니다.
그중에 으뜸은 반지 회덮밥입니다. 반지는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밴댕이를 말하는데, 회를 떠서 초고추장과 야채를 넣어 밥과 함께 비벼먹는 회비빔밥이라고 생각하면 옳습니다.
밴댕이는 육수용으로 많이 쓰는 생선인 디포리를 말하는데, 반지와 밴댕이는 엄격히 구분하면 다른 생선입니다. 분류상 목은 둘 다 모두 청어목에 속하나 반지는 회나 젓갈로 쓰이는 멸치과이고(흔히 밴댕이회 또는 밴댕이 회무침이라 불린다), 실제 밴댕이는 청어과 생선으로서 말려서 육수용으로 쓰이는 디포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천과 강화 인근에서는 '반지'를 밴댕이라 불러왔고, 지금은 '반지'라는 이름보다는 '밴댕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고 말았습니다.
즉, 우리가 즐겨먹는 밴댕이 회나 무침 정식 명칭은 '반지회' 또는 '반지 회무침'이 맞는 말입니다. 표준어보다 사투리가 더 불려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름이야 어찌 불리든 상관있겠습니까! 다양한 요리 재료가 되어 사람 입안을 즐겁게 해주면 그만이지요.
째보 선창가는 조선시대부터 죽성 포구로 불리던 군산의 대표적인 포구였습니다. 포구의 형태가 째보처럼 움푹 파였다 하여 째보 선창가로 불렸고,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큰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성을 이룬 것 같다 하여 죽성포라 불리기도 하였답니다. 이곳은 군산을 대표하는 소설가 채만식의 탁류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째보 선창가 주변으로는 배를 수리하는 철공소들과 어판장이 있어 오래전부터 선술집이 발달한 곳입니다. 유락 식당 역시 이곳에서 오래된 선술집입니다.
유락 식당 메뉴를 보면 반지 회덮밥, 오징어회 덮밥 등 간단한 식사류에 오래된 선술집답게 쫄복탕, 서대탕, 붕장어탕 등 국물 있는 음식이 대부분입니다.
선창가 식당 한편에서 금세 버무려낸 회무침 한 접시와 뜨끈한 탕 한 그릇에 탁주 한 사발은 노역자들의 고단한 하루를 풀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었을 겁니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았던 시장상인들과 노역자들을 위해 구하기 쉽고 저렴한 반지(밴댕이)와 붕장어, 서대를 써서 저렴하게 만든 안주가 오늘날 이 집을 대표하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선들은 지금도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각종 야채를 회와 함께 버무려낸 유락 식당 반지회 덮밥은 쓱싹 비벼서 한입 먹으면 매콤 새콤한 맛의 풍미가 밀물처럼 입안 가득 밀려듭니다. 그 맛에 끌려 숟가락질 몇 번 하다 보면 어느새 빈그릇만 남개 됩니다. 반지회, 즉 밴댕이 요리는 인천과 강화도 지방이 발달되어 있는데, 반지 회덮밥은 유독 군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그것도 째보 선창가 주변 식당엘 와야만 맛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식당이다 보니 반지 회덮밥만 맛있는 게 아닙니다. 풀치조림을 비롯하여 기본찬으로 나오는 밑반찬들 역시 익숙한 손맛이 배어 있고, 얼큰하게 끓여내는 서대탕이며 오징어 물회 또한 그 맛이 빼어납니다. 장어탕과 비슷한 붕장어탕은 매운탕처럼 얼큰합니다. 해장국처럼 숙취로 찌든 속을 풀어내기에도 그만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살아온 지역과 환경과 그리고 성향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같은 음식을 놓고도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입니다.
유락 식당의 생선요리 또한 쓰이는 양념 등이 길들여진 입맛과는 다를 수 있으나 생선요리를 좋아한다면 들러서 맛보시길 권합니다. 맛이 겉돌고 들쑥날쑥하는 풋내기 식당이 아닌 일정한 손맛을 이곳 유락 식당에서는 느낄 수 있습니다. 즉 묵은 맛이 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지 회덮밥은 먹어보면 익숙한 맛을 느끼게 됩니다. 초고추장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입 넣어 식감을 느끼다 보면 여느 덮밥과는 달리 풍미가 있으며 깊은 맛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래도록 익숙한 손맛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락 식당(063.445.6730)은 군산시 금암동 째보 선창가에 위치하고 있다. 군산을 대표하는 노포 식당으로 반지회 덮밥을 비롯하여 붕장어탕, 그리고 간장게장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