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뉴스가치 판단 기준, 사학재단 이익?"
OECD 보고서와 관련된 3불정책 논란은 지난 19일 발표된 'OECD 규제개혁 보고서'를 통해 다시 확대됐다. 동아일보는 지난 20일 'OECD "3불정책, 대학 독립성 명백히 제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OECD가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등을 금지하는 한국의 이른바 '3불정책'에 대해 대학의 독립성을 명백히 제한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와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0일 '뉴스가치 판단 기준의 핵심이 '사학재단 이익'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이같은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민언련은 논평에서 동아일보가 OECD의 보고서 가운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부각해서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제한뒤, "OECD의 고등교육부분과 관련한 보고서는 8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했으며, 개정 사학법의 내용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며 "그러나 동아일보는 사립학교법에 대한 권고 내용은 쏙 빼 놓은 채 한국의 교육상황을 설명하면서 언급된 '3불정책'만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동아일보의 '사학법 흔들기'는 '사학재단 편들기'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며 "동아일보는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OECD 보고서의 사학투명성 관련 부분을 빼고 '3불정책' 부분만 부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최소한의 균형보도를 할수 없다면 차라리 OECD 보고서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언론, 끊이지 않는 3불정책 흔들기
일부 언론의 '3불정책' 흔들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지난 2005년 말 '2005 올해의 나쁜 보도 10선'의 하나로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과 교육부의 3불정책 관련 보도'를 선정했을 정도로 일부 보수 언론의 3불정책에 대한 시각은 왜곡돼 있다.
민언련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보장'을 앞세운 서울대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두둔하기에 바빴다"며 "이들 신문은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도입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는 한편, 서울대 입시안이 특목고 학생들을 오히려 역차별하고 있다는 왜곡된 주장을 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 고교 평준화 제도가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왔다는 근거 없는 주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3불 정책 흔들기' 시도도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며 일부 보수신문들의 근거 없는 주장과 악의적인 왜곡보도에 대해 비판했다.
반갑다! 사립대 총장들의 3불정책 폐지 요구?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22일 3불정책 폐지를 요구하자 그동안 줄기차게 3불정책 폐지를 주장했던 일부 보수언론들이 쌍수를 들고 반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요구가 나오자 마자 23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각종 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적극적인 폐지 입장을 표명했다.
동아일보는 대학들이 그동안 자제해온 3불정책 폐지를 지금 주장하는 것은 참여정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고 대선 국면을 활용해 관철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듯 하다고 보도했으며 ‘대입 3불과 교육 포퓰리즘’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정부가 교육 현실을 살피지 않고 본고사 등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반감에 기대는 것은 교육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차기 대통령은 교육을 다시 세울 사람이어야’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학생 선발 방식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라며 노 대통령이 시대착오적 교육 평등주의와 획일적 평준화 정책에 젖어있다고 퍼부었다.
조선일보 역시 '사립대 총장들도 "3불정책 없애야"' 기사를 통해 사립대총장협의회의 의견을 부각하고 3불정책은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교육부의 '지침'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교육과 가난이 뭔지도 모르는 3불정책'의 위선' 제목의 사설에서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 대학 교육의 기회를 주고 제대로 된 실험실습실을 갖춰 탁상공론식의 과학교육을 면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 기여입학제의 목적"이라며 "평등 소리를 입에 달고는 다니지만 실제론 가난한 집 아이들의 형편을 모르는 것이 이 정권의 위선적 평등주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입학시 해당 대학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기여를 했을 때 그 당사자나 자손에게 따로 시험을 보지 않거나 최저시험점수로만 입학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기여입학제가 금전적 대가와 대학입학 기회를 교환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동아일보는 요 며칠전인 20일자 신문 사설 '서민정부 아래 늘어난 빈곤층, 무너진 중산층'을 통해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효율적인 방법은 교육 기회의 확대"라고 주장한 바 있다. 3불정책 폐지가 과연 빈곤층 자녀들에게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효율적인 교육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이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