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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혜개 지음|청봉청운 강설|운주사 펴냄|1만3천원 |
조주 선사에게 어떤 승이 묻기를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니, 조주 선사가 “없다(無).” 했다. 책은 무문 혜개 선사의 〈무문관〉 강설이다. 만공월면 선사로부터 법을 받은 덕숭산 혜암 현문 선사의 전법 제자인 청봉 청운 선사의 강설이다.
“선을 배우는 데는 수행자가 우선 설치한 관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절묘한 깨달음에 이르는 데는 분별심을 완전히 끊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조사의 관문을 뚫지 못하고 분별심을 단절하는 체험이 없는 자는 초목에 사는 정체 없는 유령과 같은 것이다.” 무문 선사의 평창이다. 게송이 이어진다.
“개의 불성이여 / 올바른 법령을 그대로 전체를 내보였도다. / 유무의 두 견해로 건네면 / 몸 잃고 목숨 잃게 되니라.”
청봉 선사의 ‘문’과 ‘착어’가 이어진다.
“자! 누가 일러보시오. 어째서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했는데 조주 선사는 ‘없다’라고 했는가?”
“달이 달을 삼켰도다.”
〈무문관〉은 남송 임제종의 무문 혜개 선사가 고래로부터 전해오는 수많은 고칙공안(古則公案) 중에서 간명하면서도 선의 근본 취지를 잘 드러내는 공안 48칙을 가려뽑아 각각에 평창과 송을 붙인, 선가의 대표적 공안집이다. 책은 청봉 선사가 〈무문관〉을 우리말로 옮김은 물론, 자신의 살림살이인 ‘문’과 ‘착어’를 통해 간화선의 선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문 혜개 선사는 중국 간화선의 대성자인 오조 법연(?~1104)의 6대 법손으로서 공안 중 가장 유명한 ‘조주무자’를 시작으로 48칙의 공안을 모았다. 그 형식은 본칙을 제시하고, 본칙에 대한 평가인 평창을 붙이고, 마지막으로 게송으로 거듭 그 뜻을 드러내는 송(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송 때인 1228년(소정1)에 간행되었고, 1245년에 중간된 이래 1405년 일본에서 간행되는 등 수차례 간행되었다. 책을 강설한 청봉 청운 스님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출가했지만 뛰어난 선기로 수덕사 초대 방장 혜암 선사의 전법인가를 받았다. 물론 그 이면에는 어린 시절부터의 불가와 맺은 지중한 인연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출가 이후 투철한 수행을 통해 자신을 가다듬은 후 본격적인 대중화를 시작, 전국 각지에서 출, 재가자를 가리지 않고 공부인들을 제접했다. 유고집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책은 청봉 청운 선사가 강설한 원고에 문도회에서 간단한 각주와 원문을 붙여 편집했다. 원문에 대한 알기 쉬운 우리말 번역도 이 책의 장점이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각 공안마다 말미에 청봉 선사가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한 ‘청봉선사 문’과 ‘청봉선사 착어’에 있다. 청봉 선사의 번뜩이는 선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과 ‘착어’는 〈무문관〉에 대한 단순한 문자 이해를 넘어서는, 간화선의 본지를 온전히 드러내는 ‘방’이자 ‘할’이다. 그 간결한 문답 속에 내재한 간절함과 투철함은 공부인들에게 간화선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