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번식 구조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일부다처제는 한 수컷이 여러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체제이고, 그 반대는 일처다부제이다. 그리고 암수가 짝을 이루는 일부일처제가 있다. 인류 집단의 여러 종족의 번식 구조를 조사해 보면 일부다처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처다부제는 정말 귀한데 대표적인 경우가 티베트이다. 그 곳에서는 여자가 귀해서 형제가 한 여인과 결혼해서 산다. 이 조사를 종족이 아니라 사람수로 대체하면 현대에는 물론 일부일처제가 가장 보편적이다.
영장류 중에서 인간은 일부일처제의 성향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다.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는 번식기가 되면 암컷의 체외 생식기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면서 번식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 널리 광고한다. 그러나 인간 여성은 언제 배란을 하는지 본인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이른바 '은폐된 배란(concealed ovul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독특한 진화 현상이 인간으로 하여금 일부일처제를 만들 수 있다.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 수컷들처럼 여러 암컷에게 관심을 보이다 보면 이리저리 배란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남성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한 여인을 선정하여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되도록 자주 잠자리를 하는 방법이다. 그래야 그 여인의 배란기에 맞춰 짝짓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자신이 그 여인이 낳는 아이의 아버지일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은폐된 배란'은 학자에 따라 '난혼'의 증거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일부일처제는 농경시대가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이다. Sex at dawn에서)
또한 인간은 자연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한 새끼를 낳는 동물이다. 뇌조직의 겨우 25% 정도만 갖추고 태어나는 바람에 침팬지 아이가 나무를 탈 때 우리 아이들은 몸도 한번 제대로 뒤척이지 못한다. 태어난 지 거의 1년이 되어서야 겨우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를 낳아 어떻게 아프리카 초원에서 살아 남겠다고 생각했는지 참으로 대책이 서지 않는 동물이 우리 인간이다. 이처럼 무기력한 아기를 키우는데 가장 효율적인 체계가 바로 일부일처제이다. (*같은 이유로 난혼이 주장된다. 철저한 모계중심의 사회에서 공동으로 아기를 돌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관점이다. Sex at dawn에서).
부부가 함께 자식을 기르는 대표적인 동물은 역시 새들이다. 둥지에 알을 놔둔 채 먹이를 구하러 나가는 일은 절대적으로 위험한 일이다.
갈매기는 모범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실행하는 동물이다. 갈매기 부부의 하루 일과를 지켜보면 거의 완벽하게 12시간씩 집안일과 바깥일을 나누어 한다. 한마리는 밖에 나가 먹이를 물어 오고 그동안 다른 한마리는 둥지에 앉아 알을 품는다. 그리고 수시로 서로의 임무를 교대한다.
갈매기는 또 평생을 해로하는 동물이다. 겨울을 피해 따뜻한 지방으로 이주했다가 번식기가 되면 다시 조상 대대로 자식 농사를 짓던 지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런 갈매기들도 이혼을 한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의 주디스 핸드 교수의 관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바닷가의 갈매기들은 네 쌍 중 한 쌍이 1년을 넘기기 무섭게 갈라선다고 한다. 갈매기 부부는 집안일과 바깥일을 서로 교대할 때 요란한 교대 의례를 치룬다. 이혼한 갈매기 부부의 지난 해 행동을 분석해 보니 교대식이 유난힌 길고 시끄러웠단다. 서로 위험한 바깥일을 덜 하려 하고 집에 더 있겠다며 버티는 바람에 자주 다툰 부부들이 이혼했다. 미국에서는 요즘 두 쌍 중 하나 꼴로 이혼을 하고 우리 나라에서도 이젠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지만 캘리포니아 갈매기들의 이혼율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진화 인류학자 로라 벳직은 20년 가까이 서양의 역사를 성을 둘러싼 남녀간의 갈등의 역사로 새롭게 정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결국 인류의 역사는 보다 많은 여성의 몸을 빌려 번식 성공도를 극대화하려는 남성들의 경쟁의 역사라는 것이다. 자연계의 다른 동물들의 역사와 우리 역사가 그리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종의 번식 구조는 번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수 간의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풀리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번식 구조가 성적 갈등에 의해 결정된다면 얼마나 유동적일지는 "이기적 유전자"애서 리처드 도킨스가 한 다음과 같은 말에 잘 드러나 있다:
"서로의 유전자의 50%를 공유하는 부모와 자식 간에 이해의 갈등 관계가 존재한다면, 서로 유전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배우자 간의 갈등은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주:
이 글은 "다윈 지능"(최재천, 사이언스 북스, 2012)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요약자의 생각을 곁들인 글
첫댓글 성에서
동물과 인간의
같은 점과 다른 점도 시각차이.
장유님
쉬시면서
좋은 하루 되세요
우린
또
소리 질르러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모임되시고 득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