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대화
김옥자(2023.12.17)
여자 네명이서 '어린왕자'라는 별칭을 달고 만남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한때 배움을 위해 만났던, 연령이 각각 다른 20년지기 친구다.
오늘은 해운대에서 나눔을 하고 헤어졌다.
장산역에서 양산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
수영역은 환승역으로 냇물의 합류지점처럼 급물살이 흐르고 발소리가 많아지다가,
서면역에서 또 한번 쏟아내고 갈아타고
다시 사상역에서 밀물처럼 많은 사람들이 휑하니 밀려 나가고, 그렇게
몇차례 옆자리가 남자로,여자로, 아저씨로, 아줌마로 바뀌더니,
마침내 마주보는 빈 좌석, 두 여인이 어디서 밀려 왔는지 앉자마자 상체를 앞으로 쭉 내밀고 친밀한 수다를 시작한다.
그들은 아무리 크게 떠들어도 소리가 없다.
그들의 대화는 너무 빨라서 현란한 춤사위 같았다.
결국 두사람의 쉴 새 없는 정다운 대화는 화명역에서 아쉬운 헤어짐에 두손을 맞잡으며 흔들며 대화는 안녕을 했다.
떠들썩한 수화가 내리고 난 자리
잠시 옆자리에 쓸쓸한 적막이 낙엽처럼 뒹군다.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정다운 대화가 한동안 울림을 주었다.
그러는 동안 지하철은 검은 장막이 겉히고, 해넘이를 비추는 아름다운 낙동강으로 배경이 바뀌었다.종점이 다 되어 갈수록 승객보다 빈 자리가 훨씬 더 많아졌다.
종점을 두어 정거장 앞두고 나는 내릴 준비를 위해 일어서는데,
저쪽 편에서 한 여자가 혼자 서서 수화를 한참 하고 있었다 .
앞을 보아도 같이 대화하는 사람이 없고
옆에 사람은 몇몇 있었지만, 그 여자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가끔 혼자 떠들어대는 실성한 사람처럼 그런가 여기며, 그 여자가 바라보는 곳을 내 눈도 천천히 따라 가보았다.
지하철 창틀이 있는 의자 등받이 위 쯤에 핸드폰 하나가 앉혀져 있는게 보였다.
아, 손바닥만한 액정 속에서도 그 빠른 손 동작을 서로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숙연해졌다.
소리없는 영상통화
내가 오늘 어린왕자들과 몇시간을 나눈 대화는 과연 어떤 대화 였을까.
첫댓글 그림이 그려지는 낙동강 해질무릅
풍경 넘~좋쵸
일상에서 흔히 하는 우리들 손 발짓들이
지하철안 아줌마들의 하는 수다 때론 정겹고 좋을때도 있지만 뭐가 저리 할 말도 많을까 ㅋ 하면서도 그게 내 일수도 있어~
잠깐 부끄러워 지네요 ㅎㅎ
잠깐 들여다 보는
자작글 웃음짓게 하네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