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Ethnopharmacology 게재
한의학의 대표적 처방 중 하나인 우황청심원이 만성스트레스성 뇌손상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흔히 중풍성 질환이나 정신불안정, 뇌졸중의 후유증 등에 사용되는 우황청심원이 만성스트레스에 의한 뇌조직 손상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이하 한의학연)의 학부생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KIOM URP(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를 통해 대전대팀(한의대 본과4 장순우, 본과3 이원융, 지도교수 손창규)이 일궈낸 이번 성과는 미국에서 발행하는 SCI급 보완대체의학분야 전문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피인용지수, Impact Factor 2.755) 12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5일 한의학연에 따르면 연구팀은 쥐(Mouse, C57BL/6N)를 대상으로 크게 정상군, 대조군, 실험군 3개 군으로 나눠 실험했다.
먼저 14일 동안 매일 정상군과 대조군에는 증류수를, 실험군은 다시 3가지 군으로 나눠서 우황청심원 약물을 농도별로 각각 150, 300, 600mg/kg을 경구투여 한 후 정상군을 제외한 대조군, 실험군에 각각 5시간씩 구속스트레스를 준 후 3가지 군의 뇌조직을 관찰해 뇌의 산화적 손상 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우황청심원을 복용시킨 실험군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대표적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rone부신피질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스트레스를 느낄 때 수치가 증가한다. 장기간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생성되는 이 호르몬은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뇌조직의 변성을 촉진시킨다.)의 분비를 평균 약 86.9%, 아드레날린(adrenaline, 스트레스 호르몬의 하나이며 교감신경 말단을 흥분시켜 혈관의 수축, 심박수의 증가, 심 수축력의 증대, 혈압상승, 긴장과 수면장애 등을 일으킨다)의 분비를 평균 약 75.2% 억제시켰다.
또 스트레스성 활성산소에 의해 발생하는 뇌조직의 지질 손상에 따른 결과물인 MDA(말론디알데히드, malondialdehyde)를 평균 약 55.6%, 단백질 손상에 따른 결과물인 단백질 카보닐(protein carbonyl contents)을 평균 약 60.4% 억제시켜 스트레스성 활성산소에 의한 뇌조직 손상을 보호했다.
학습, 기억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뇌조직인 해마(hippocampus)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에서는 대조군에서 만성스트레스에 의해 해마의 신경세포 분화가 억제된 반면 우황청심원을 투여한 실험군에서는 우황청심원이 억제된 해마의 신경세포 분화를 개선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만성스트레스에 대한 우황청심원의 항스트레스 효과와 기전을 과학적으로 밝혀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통 한약처방 중 하나인 우황청심원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뇌조직의 산화적 손상은 뇌의 노화, 만성피로증후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과도 깊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임상시험 등 추가 연구를 통해 향후 퇴행성 뇌질환 치료 후보물질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대 한의학과 이원융 학생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약처방 중 하나인 우황청심원의 항스트레스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데 참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향후 우황청심원을 비롯한 다양한 한의약의 과학적 연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의학연 최승훈 원장은 “학부생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KIOM URP를 통해 이 같은 성과가 나오게 돼 기쁘다”며, “우리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한의계 창의적인 우수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처음 실시된 한국한의학연구원 학부생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KIOM URP(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는 한의학 관련 학부생들이 직접 창의적으로 도출한 아이디어로 한의학연과 대학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에는 총 10팀이 지원했으며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단이 연구내용의 타당성, 연구수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5개 팀을 선정했다.
이후 선정된 5개 팀은 각 연구 주제에 대한 멘토인 한의학연 연구자와 함께 2013년 1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10개월간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한편, 우황청심원은 1613년 허준(許浚)에 의해 간행된 ‘동의보감’에 수록돼있는 처방으로 사향(麝香)·우황(牛黃)·서각(犀角)·대두황권(大豆黃卷) 등을 합쳐서 30종의 생약으로 구성됐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은 졸중풍의 구급약으로 의식이 없어지거나 입안에 거품을 물고 있거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말이 어눌해지며 수족을 잘 못 쓸 때 쓰는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증상들은 현대 뇌혈관 질환(중풍)에서 자주 보는 증상이라 할 수 있는데 고혈압, 협심증, 정신분열증, 신경과민증, 신경성불안증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직장인과 여성층의 스트레스 해소, 학생들의 시험 중압감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소비층의 폭이 넓어지면서 국내에서는 약 19개 제약사에서 우황청심원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