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 서간집을 읽고①
- 유영하 엮음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讀後記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 저자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 예약 주문한 책이 오늘(2022.1.3.) 도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간집인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기 않습니다》(엮은이 유영하, 2021.12.31. 가세연 刊)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책의 성격과 일부 내용이 보도되어 많은 국민이 잘 알고 있는 책이다.
▲ 교보문고를 통해 예약 주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 서간집(2022.1.3. 택배로 받아봄)
서간문이라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 충청권 일간지에 쓴 졸고 칼럼이 떠 올랐다. 당시 내가 쓴 칼럼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정치인 박근혜’는 알아도 ‘수필가 박근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수필가다. 나의 책장엔 그의 색 바랜 저서 한 권이 꽂혀 있다. 《내 마음의 여정》(1995년)이란 에세이집이다.
▲ 박근혜 수필가의 에세이집(1995.5.5.발행, 필자가 1995.6.16.구입이라고 연필로 표기해 놓음)
저자소개가 눈길을 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라는 대목이다. 박 후보는 향후 대선에서 이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든지, 안타깝게도 꿈을 이루지 못하여 야당의 지도자로 남든지, 어느 쪽의 길을 가든 국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정당의 유력 정치인으로서 존재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사실을 전제하고 볼 때, 필자는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소속의 같은 회원으로서 정치인보다는 수필작가의 시각으로 박 후보를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충청권 일간지 금강일보 윤승원 칼럼 2012. 9. 6일자
[윤승원의 세상풍정(78)]
박근혜 주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윤승원 수필가 · 논설위원
‘정치인 박근혜’는 알아도 ‘수필가 박근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수필가다. 나의 책장엔 그의 색 바랜 저서 한 권이 꽂혀 있다. ‘내 마음의 여정’(1995년)이란 수필집이다.
저자소개가 눈길을 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라는 대목이다. 박 후보는 향후 대선에서 이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든지, 안타깝게도 꿈을 이루지 못하여 야당의 지도자로 남든지, 어느 쪽의 길을 가든 국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정당의 유력 정치인으로서 존재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사실을 전제하고 볼 때, 필자는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소속의 같은 회원으로서 정치인보다는 수필작가의 시각으로 박 후보를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낼 때만해도 정치인 이미지가 풍기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사람이다. 심신을 잘 가누기 어려운 시기에 동생처럼 마약의 유혹에 빠지지도 않았다. 자신의 심경을 수필로 쓰면서 잘 극복해 냈다. ‘수필’이란 모름지기 행복을 넘치게 누리고 사는 사람이 여기(餘技)로 쓰는 글이 아니다.
‘문인’이란 심리적이든, 육체적이든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붙여주는 한가한 이름이 아니다. ‘왜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쓸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그의 글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람들은 자기의 멍든 가슴을 달래려고 또는 채워지지 않는 가슴을 메워보려고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그가 정치를 하지 않고 계속 수필을 썼다면 아마도 한두 권의 수필집으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17년 전에 쓴 이 책 속에는 공교롭게도 오늘날 현실에 도입해도 좋을 이야기가 꽤 나온다.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보편적인 시각도 주목할 만하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그의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까지 편안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대목을 보라.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꼭 필요한 존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는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제발 좀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사람의 지위나 능력보다 ‘인품’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 지위에서 아무리 폼을 잡아도 도무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그는 ‘언행의 경박성’에서 찾는다. ‘뒤로 술수를 잘 쓰는’사람도 경계한다.
그는 대중 앞에서는 늘 활짝 웃는 모습이지만 가슴과 머리에는 ‘사람의 인품’을 간파하는 ‘센서’가 예리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용인(用人)과 인재 등용 기준의 첫째 항목이 ‘인품’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수필가란 여린 감성으로 생활 속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서정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소금과 목탁과 같은 ‘사회 정화적’ 기능도 수필이란 그릇에 담아낼 줄 알아야 한다. 국가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 요소는 치안, 국방, 그리고 경제다.
그 중에서 치안문제에 대해 유독 관심이 많은 필자는 이런 대목에 주목한다.
“우리가 정말로 세상의 이치를 잘 깨친다면 이 세상에서 악행을 범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 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불에 데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거기에 일부러 손을 갖다 대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양잿물이 공짜래도 그걸 마시지 않는 것처럼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악행의 엄청난 해악을 내다보아야 한다”라고 집안 어머니와 같은 자상한 말씀도 적고 있다.
여기서 그는 “유혹을 이겨내는 싸움,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고 조절할 수 있는 인내심의 단련, 어려움을 끝까지 밀어 붙일 수 있는 투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 체념해 버릴 것은 체념해 버리는 결단, 성공과 칭송에도 우쭐하거나 교만해 지지 않는 교양, 중용을 지키는 지혜”도 언급했다.
그가 앞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수필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쁘게 살다보면 예전에 쓴 자신의 책을 다시 펼쳐 보기 어렵다.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고, 더구나 자신의 심경 고백을 담은 수필집을 낸 문인이므로, 과거 진정어린 마음으로 쓴 자신의 책을 다시금 곱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주변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보고 자신을 엄격히 가다듬었으면 한다. ▣ (2012년 9월 6일 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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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정치인 박근혜’보다 ‘수필가 박근혜’라는 관점에서 칼럼을 썼다. 그 후 꼭 10여 년 세월이 흘렀다. 10년 동안 ‘박근혜 수필가’에게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박근혜 수필가의 신간 서간집을 읽고 나서 나는 가족과 함께 몇 가지 관점에서 독후감을 말했다.
○ 첫째, 이 서간집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다양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의 순수하면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애틋한 목소리가 담겼다. 한때 국가 최고 지도자였던 ‘권력의 핵심 박근혜’라는 한 여성이 착잡하지만 담백한 필치로 ‘옥중 심경’을 답글로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 둘째, 국가 최고 지도자라는 높고 화려한 지위에서 가장 낮은 자리인 구치소 수형자로 변한 자신을 어떻게 다독이고 견뎌왔을까 하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값싼 동정이 아니라 통분의 슬픔을 삭이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비극적인 인생행로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북의 지령을 받은 저격수의 흉탄에 어머니를 창졸간에 잃어 본 사람이 이 지구상에 ‘박근혜 형제자매’ 말고 또 있는가.
▲ 충신이라 믿었던 가장 가까운 심복의 총탄에 아버지를 졸지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또 있는가.
▲ 사욕을 위해 돈 한 푼 받아먹은 적이 없다고 하는 국가 최고 권력자로서 4년 넘게 옥살이를 해 본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존재하는가.
이 세 가지 중에서 단 한 가지만 해당이 돼도 보통 사람이라면 화병으로 피눈물 흘리다가 어찌 됐거나,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웬만큼 나약한 사람이라면 깊은 절망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할 비극적인 사건들이다. 그런데 그는 견뎌냈다. 버텨냈다.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일까. 어떤 한 줄기 희망과 위로가 나약한 한 여성을 버티게 했을까. 어떤 마력과 같은 요소가 한 여성의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을 견디게 했을까.
바로 구치소로 편지를 보낸 전국 방방곡곡 수많은 사람의 위로 덕분이 아니었을까.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던 사람들, 자기 가족의 비극인 것처럼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사람들이 보낸 위로 서신이 한 여성 수형자를 굳건히 버티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그런 다양한 편지글 사연에 대한 한 여성 수형자의 <부치지 못한 답장>이 담겨있다. ■
2022.01.03.
윤승원 독후記
첫댓글 ※ 대전수필문학회 카페 댓글
◆ 이득주(수필가, 대전수필문학회 사무국장) 2022.01.03.17:39
왠지 애잔한 전 대통령 박근혜… 수필가였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답글 / 윤승원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으로 활동하셨습니다.
모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이 선생님, 저의 졸고 소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윤선생의 올바른 예견이 적중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면면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남의 잘 못을 탓하기는 쉬어도
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윤선생의 독후감을 더 들었으면 합니다.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다시 스크랩북에서 옛 칼럼을 찾아 읽어보고 은근히 놀랐습니다.
국가 지도자이기 이전에 한 시대 순수한 감정을 가진 한 여성의
가식 없는 생활 철학이 예전 책 속에 녹아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읽은 서간집에는 수많은 위로 편지에 대한 의미 있는 답장이
담겨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보낸 국민들의 편지 내용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이 많습니다.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감사합니다.
※ 페이스북 댓글
◆ MyoungSun Kim(시인) 2022.1.3. 19:30
박근혜 대통령을 새 시대의 대통령으로 추대하고 싶습니다.
▲ 답글 / 윤승원
고도의 청렴성과 애국 애민 정신만으로도 많은 국민들이
김 시인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귀한 뜻이 꼭 전달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윤승원수필가의 금강일보 "윤승원칼럼"(2012년) 과 "윤승원독후기"(2022년)를 잘 읽었습니다.
나는 한국문협회원이면서도 박근혜작가의 작품집을 읽을 기회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그의 작품에 대하여 거의 알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오늘 장천수필가의 글을 읽으며 여러가지 면에서 박수필가에 대하여 알게 되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박수필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쓴 글은 거의 없지만
2020.11.27 경기한국수필가협회의 카페에 게재한
<교훈(校訓)에 대하여>(2012.7.19작)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한 것이 있는 바
그것은 한국의 국가원수로서
중국의 초청을 받아 청화대학(靑華大學)에서 강연한 것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아무튼 박근혜여사는 정치인으로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훌륭한 인물인 동시에
수필가로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훌륭한 인물이라고 믿습니다. (청계산)
존경하는 지교헌 박사님께서 저의 졸고 소감과 과거 칼럼을 따뜻한 눈길로 살펴 주시고
자상한 댓글을 올려 주셔서 큰 영광입니다.
저는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간집을 온종일 집중해서 독파하면서 느낀 게
참으로 많습니다.
지지자들의 수많은 편지에 일일이 답글을 쓴 것을 보면 그 내용이
한 편, 한 편이 수필 문장입니다. 따뜻한 인정이 흐릅니다.
어려운 옥살이를 반드시 잘 견뎌서 위로 편지를 보내준 분들에게
밝은 얼굴로 나타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답장이었습니다.
이젠 자유의 몸이 됐으니, 어쩌면 저의 이런 독후 소감과
지 박사님의 댓글도 병실에서 읽어보실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 페이스북 댓글
◆ MyoungSun Kim(시인, 대전문인총연합회장) 2022.1.3. 20:30
그분의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가 좋아했던 새마을 운동의 효시였으며
우리 아버지는 새마을 지도자였으며 어머니는 새마을 부녀회장으로
근면, 자조, 협동하는 일꾼이었습니다.
그 시대 어른들의 힘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했으며
세계를 휩쓰는 K-pop의 원심력이었지요.
그때 그 힘을 깨워 국민 총화를 이루어야겠습니다.
▲ 답글 / 윤승원
김 회장님 말씀이 조국 근대화의 초석입니다.
그분의 아버지가 위대한 대한민국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해주셨기에 오늘 우리가 온갖 누릴 것 다 누리고 삽니다.
김 회장님 댓글이 최고의 명문입니다.
그분에게 꼭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진한 감동입니다.
※ ‘청촌수필 블로그’ 댓글
◆ 화암 2022.01.09 10:34
감사합니다. 이곳 멀리서도 안타까워하며 지냈는데
이제는 반 자유의 몸이 되셔서 너무 감사하지요.
그분의 책은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기막힌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가 바로 잡히는 날에
모든 국민이 감사한 마음으로 그분을 대하면 좋겠습니다.
▲ 답글 / 윤승원 2022.01.09 12:38
화암 선생님, 따뜻한 관심과 정성이 담긴 말씀 감사합니다.
멀리 사시면서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똑같으셨군요.
“역사가 바로 잡히는 날에 모든 국민이 감사한 마음으로
그분을 대하면 좋겠다”라는 귀한 말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글에 방문자가 왜 그렇게 많은가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