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은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지역을 의미하는데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내륙습지다
낙동강의 동쪽, 토평천의 중.하류에 위치한 우포늪은
홍수기에 낙동강 수위가 높아지면
낙동강의 물이 토평천을 거슬러올라가 우포늪으로 역류하게 되고
역류한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자연제방이 형성되는데
우포늪은 이렇게 만들어진 배후습지성 늪이다
우포늪은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 산밖벌 등의
3포 2벌로 형성되어 있다
우포늪은 1998년 3월 2일 국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었고
2018년 10월 28일에는 창녕군이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람사르 습지도시란 람사르 습지 인근에 위치하고
습지를 현명하게 이용하며 함께 살고 있는 도시(마을)로서
세계 7개 국가의 18개 도시(마을)이 있는데 창녕군이 세계최초로 인증을 받은 것이다
10:20 우포늪 주차장 출발
창녕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15분만에 도착을 한다
약 20여 년 전 친구와 부부동반하여 찾았던 적이 있었으나 그때는 대대제방 쪽 까지만 둘러보았다
그 당시보다 편의시설을 비롯하여 주변의 변화가 많아 보인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대대제방 방향으로 간다
10:32 대대제방으로 올라선다
늪 건너편에 우항산(牛項山)이라는 소를 닮은 산이 있는데
산 모양이 마치 소가 늪의 물을 마시고 있는 것처럼 보여 '소벌'이고 우포(牛浦)가 되었다고 한다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깬다
새 들을 찍을 거려고 줌 기능이 좋은 카메라를 챙겨 왔는데
산에서 떨어뜨린 충격으로 카메라 맛이 살짝 가서 그동안 구석에 쳐박아 두다보니 배터리가 방전이 되어버렸다
아쉽지만 철새 사진은 포기하고 트레킹에 집중하기로 한다
1km 이상 곧게 뻗은 대대제방 길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있다
왼쪽은 우포늪이고 오른쪽은 대대마을의 들녘인데.....
대대마을의 들녘 너머로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을 비롯하여
오른쪽으로 관룡산, 구룡산, 멀리 영취산까지도 조망이 되면서 산 능선이 길게 드러누워 있다
화왕산(火旺山) 쪽만 살짝 당겨 본다
11:00 사지포(沙旨浦)제방
대대제방이 끝나고 조그만 하천을 가로지르면 사지포 제방이 나온다
사지포 제방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지포
사지포(沙旨浦)는 우포늪에서 우포와 목포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늪인데
우포늪을 형성하고 있는 다른 늪들은 모두 모래나 펄이 있지만
사지포는 특히 펄보다 모래가 더 많아 모래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지포 너머로 보이는 산은 대구 달성의 비슬산이다
짧은 사지포제방이 끝나고 숲속길로 들어 선다
'숲탐방로2길'인데 우포늪 둘레길에서 이런 숲길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우포늪 둘레길 답사는 한여름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좋은 언덕에 벤치 두 개가 있는 쉼터에 도착을 한다
쉼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우포
가을도 나름 정취가 있지만 이른 봄철에 오면 푸릇푸릇한 나뭇잎들로 운치를 더하겠다
사지마을
주매정
오른쪽 숲 사이로 멀리 건물이 보이는데 '창녕생태곤충원'인듯하다
우포늪 주변에는 창녕생태곤충원을 비롯하여 우포생태촌 유스호스텔, 우포늪 생태체험장,
산토끼노래동산, 우포늪생태관 등 다양한 체험학습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11:24 이제부터 주매제방이 시작되는데
주매제방은 키 큰 활엽수가 길 양쪽에 길게 늘어서있는 것이 호젓한 운치가 일품이다
바바리 깃을 세우고 센치멘탈한 폼으로 걸어보는 낭만의 향수를 부른다
주매제방 왼쪽으로는 우포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계속되고
부지런히 카메라 셧터를 누르다보니
어느듯 소목나루터에 닿는다
영화촬영지였다는 소목나루에는 별다른 시설은 없고
물억새 너머로 보이는 우포의 전경이 정답기만 하다
11:50 주매제방을 지나 소목마을에 이른다
소를 닮은 우항산의 목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소목마을이다
소목마을 왼쪽으로 숲탐방로3길이 있으나
'숲탐방로3길'은 목포(나무벌)을 돌지않고 목포제방으로 바로가는 길로서 단축코스다
나는 목포(나무벌)을 둘러가기 위해서 오른쪽으로 가야하는데
왼쪽 길 중간에 있는 우항산을 잠시 올랐다가 돌아오기로 한다
우항산은 소목마을 민가 뒤로 보이는 저 야트막한 산이다
우항산 자락의 범상치 않아 보이는 비석들
비문을 자세히 보니 고려에서 높은 벼슬을 하였던
판서공(判書公) 공필(公弼)과 찬성공(贊成公) 한필(漢弼)을 모신 창녕 성씨 제단비였다
아무런 표식도 없는 우항산(牛項山) 정상 / 해발 64m
우항산을 내려와 우만제방을 향해 가는데 이제부터는 왼쪽에 목포/木浦(나무벌)을 끼고 가게된다
목포(나무벌)늪을 둘러싼 주변 마을에 소나무가 유난히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고
우포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늪이다
여기도 나루터로 이용을 하는지 주인 없는 거룻배가 보인다
우만제방으로 가는 도중의 왕버들나무 군락지
물과 뭍의 경계를 지키는 것은 왕버들 숲이다
왕버들은 홍수에도 태풍에도 잘 넘어지지 않는데
밑동은 지름 1m 이상으로 두텁게 자라고 줄기와 잔뿌리는 옆으로 누워
물에 잠겨도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왕버들의 잔뿌리들은 물을 정화하고 물속의 영양분을 물고 있다가
물고기들의 산란터 내지는 쉼터가 되어 주고
왕버들 가지에 사는 수많은 곤충들은 새를 불러 모운다
12:30 우만제방으로 올라선다
우만제방도 주매제방처럼 양쪽에 활엽수가 우거져 숲터널을 이루고 있다
우만제방 오른쪽은 천혜의 옥답이고
왼쪽은 눈이 시리게 푸른 목포/木浦(나무벌)이다
나무다리를 건너고
길을 따라 목포제방 쪽으로 진행한다
길 오른쪽 밭이 눈이 부시게 온통 연초록으로 덮혀 있어 호기심에 가 보니
자라고 있는 식물이 아직 어린잎이라 무언지 잘 모르겠다
짐작으로는 겨울철 빈 밭에서 길렀다가 봄에 퇴비로 활용한다는 자운영이 아닌가 싶다
목포는 아직도 계속이 되고
목포제방까지 2km 남짓한 구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길 아래 둔치에 나무숲이 형성되어 있다..... 이것도 왕버들인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조금은 단조로운 둘레길에서 잠시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목포제방에 다 와 가는 지점에 저기 사당같은 건물이 올려다 보인다
계단을 올라가니 대문 앞에 험상궂은 인상의 개 한마리가 있는데
보기와는 달리 한마디도 짖지않고 사람과 눈도 잘 마추지 않으면서 고개를 돌리는 순둥이다^^
사람이 살지않는 사당에 왠 개를 키우고 있나 하는 의아심도 잠시 .......
조금 열려있는 대문 사이로 보니 목포재(木浦齋)라는 재실이고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지만 주인장은 보이지를 않는다
대문 앞의 험상궂은 인상의 순둥이가 왜 묶여 있는지 알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옆에 있는 건물의 앞쪽은 경의사(景義祠)이고, 뒷쪽은 어필각(御筆閣)이다
이필각이란 임금이 하사한 글을 보관하는 전각인데
이 어필각에는 조선 태조와 태종 두 임금의 어필이 있다고 한다
대문으로 다시 나와 재실 앞 언덕길을 조금 오르니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집 입구에도 재실 대문앞의 개와 같은 품종의 인상파가 있는데 이놈도 낯선 사람을 보고도 본체만체다
이 개의 품성이 이런건지... 무슨 종자인지 궁금하네
나중에 보니 구석의 개집 안에 한 마리가 더 있고 고양이도 두 마리나 보인다
안내문을 보니
충주(忠州), 홍주(洪州) 석(石)씨의 대종 재실이라고 한다
집 뒷쪽으로 올라가 재실을 내려다 보며 카메라에 담아본다
충주석씨 시조는 석린(石隣) 이라는 분인데 이 분의 6세손 석양선(石良善)이라는 분이 태조 이성계의 이모부이다
태조 이성계는 탄생 다섯 달 만에 태조의 모 의혜 왕후가 죽으니
어린 이성계는 석양선(石良善)의 부인되는 이모 최 씨의 젖을 먹고 자랐던 것이다
후일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왕위에 올라 이모부 석양선을 홍양부원군으로
이모 최 씨는 경창옹주로 봉했으며,석양선의 아들인 석천을(石天乙)은 통훈대부 중랑장으로 임명하고
태조즉위 이듬해 원단에(1393) 천을이 입시하자
태조가 같은 젖을 먹고 자란 형제의 우의를 잊지 못하여 시를 지어 하사했으니 이것이 태조의 어필이다.
그리고, 조선의 제3대 임금 태종이 석천을(石天乙)의 아들인 좌찬성 석여명(石汝明)에게 하사를 하였다
태조와 태종 양조에 걸쳐 이 부자(父子)에게 베풀어준 뜻 깊은 글씨를 대대로 나무상자에 보관해 지켜오다가
영흥에서 어필을 소유하고 있던 석씨의 후손 한 분이
우여곡절 끝에 창녕 이방의 우만리에 인연이 닿아서 터를 잡아 살며 문중이 번성하게 되었다
이후, 1945년에 우만 문중에서 어필각을 건립해 태조와 태종 두 임금의 어필을 보관하게 된 것이다.
[출처] 창녕군 불로그 '창녕 목포재 어필각' (작성자: 성득용)
13:09 목포재 바로 앞은 목포제방이다
아까 지나온 소목마을에서 우항산 옆을 지나오는 단축코스로 오면 여기 이 목포제방으로 연결된다
목포 제방에서 내려다 보는 우포(소벌) 풍경
건너편 멀리 보이는 저 건물은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다
길을 따라 징검다리 방향으로 계속 진행한다
갈대와 화왕산
13:18 징검다리
징검다리를 건너면 물억새가 어른 키만큼 자란 사초군락지를 지나 출발지로 돌아가는 지름길이지만
수위가 올라가면 탐방이 불가한 구간이다
국제신문에서는 이 코스를 안내하고 있지만 그러면 쪽지벌과 2017년에 습지로 복원한 산밖벌 뿐만아니라
2016년에 개통한 출렁다리까지 보지 못하게 된다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는 2015년에 답사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는다~
가을 습지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갈대 군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