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3급 호텔 뉴 코리아 호텔 307호실이다. 부산에서 오후5시에 출발하는 저가 항공기를 타기위해 3시 반까지 공항 대합실로 모이기로 하여 집에서 2시반에 출발했다. 버스 2번을 갈아타고 약40분 정도 걸려 공항에 도착하니 몇사람은 벌써 와 있었다. 표를 끊고 4시 반 티켓팅, 5시 정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6시에 제주공항 도착, 전세버스를 타고 숙소(뉴코리아호텔)에 여장을 재빨리 풀어놓고 6시 50분까지 호텔 로비로 모여 가까운 거리에있는 식당에서 돼지갈비와 옥돔정식으로(1인, 일만오천원, 머무는 동안의 저녁 식사는 1만5천원씩 개인 부담이다.) 괜찮은 만찬을 즐기고 걸어서 시내의 번화가를 휘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 크지않는 방에 7명이 동침이다. 구석 한귀퉁이에 자리를 마련하고 이렇게 앉아 자판을두드리고 있다. 우리 동심회 회장이 80세, 일행 대부분이 그 주위를 맴도는 연세다. 다른 모임에서는 내가 연장자 위치에 있으나 여기서는 몇몇 부인을 제외하면 내가 제일 아랫자리 일 것이다. 이제 자야 되는데 과연 잠을 잘 수 있을런지. 실내 공기는 잡다한 냄새와 함께 무겁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하늘은 맑았고 비행기 안에서 활짝핀 무지개도 볼수 있었다. 내일 도착 예정이던 태풍도 소형으로 약해져 제주도를 비켜 갈것 같다는 예보다. 그랬으면 좋겠다. 7월3일, 화요일오후 9시38분 오늘 일정도 바빴다. 어젯밤은 커피 탓도 있었겠지만 7명이 한방을 사용 한다는 것이 그리 좋은 환경이 못되었다. 큰 방이라고 했지만 이불도 발치까지 깔아야 했다. 생활 습관이 다른, 그마저 굳을대로 굳어진 나이 많은 분들의 일상에 쉽게 적응 하지못했다. 물론 우리의 태도도 쉽게 이해해 주지 못했을 것이다. 4~5세에서 10살 까지 차이나는 분들 이기에 말없음의 순종이 필요했다. 욕실 후 사용의 불편함은 차치하고라도 사용후의 욕실의상태도 그랬었다. 어렵사리 몸을 헹구고 발치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오지 않았다. 에어컨은 추었고 끄면 더웠다. 불편한 하루 밤이었다. 7시, 호텔 지하식당에서 부페식 아침식사를 하고 8시20분에 대기중인 전세 버스를 타고 관광에 나섰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중산간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유리공예 공원에 들려 화려한 유리 공예품들의 그 아름다움과 세밀한 표현에 감탄을 자아나게 했다. 넓은 공원 여기저기에 꾸려놓은 유리조형의 아름다움에 휴대폰 카메라의 렌즈가 닫히지 않는다. 그렇게 겁을 먹었던 태풍은 지나갔는지 사라 졌는지 분간 안되게 진한 구름에 가랑비만 오락가락 할 뿐이다. 가져간 우산도 거의 쓰지 않았다. 이어 중국 기예단의 공연과 삼성농원의 잘 정돈된 풍성한 수국의 향기를 만끽하고 점심은 제주의 소문난 고등어조림과 자리돔 젓갈이 차려진 밥상으로 배를 불렸고 오후 일정은 태풍의 영향으로 유람선과 올레걷기가 취소되고 다른 실내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 태국? 동남아인의 빛과그림자 쑈) 저녁 식사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메뉴를 정하는데 가이드가 추천하는 일인 3만원의 말고기 식당을선택했다. 제주도의 명물인 말고기를 먹어 보기로 한 것이다. 맛에 둔감한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말고기는 그냥 조금 색다른 맛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처음이라는 선입견에 따른 호기심에 다름을 느끼는 것인지 크게 별, 맛은 느끼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평도 맛이 있고 없고로 엇 갈렸다. 호텔로 돌아와서 개인 부담으로 40년 이상 오랜 지우인 3명이서 방을 하나 더 얻어 짐을 욺겼다. 너무나 잘한 일 같았다. 혼자서 한 시간 정도 번화가를 산책했다. 훨! 편한 잠자리였다. 아침 산책 후 부페로 간단히 식사하고 관광버스로 오늘(4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기념품 가게를 들러 가이드의 기막힌 상술과 입담으로 모두가 많은 선물을 샀다. 나는 며느리와 제수씨의 자수정 팔찌와 목걸이 각 8만원씩 16만원에 구입했다. 본인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쑈핑 후 가이드의 더욱 밝아진 음성이 다음 일정을 소개한다. 에코랜드에서 기차를 타고 중간에 잠시 내려 잘 정돈된 숲속 둘레길을 걷고 이어 승마체험, 사진 한 장에 3만원을 지불하고 러시아 인들의 공연을 보고 전통 초가마을을 구경하며 현지인의 능란한 말 솜씨에 말뼈에서 얻어지는 이곳의 특산품인 약재를 사는 사람이 제법된다. 나는 혼자서 잠시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리며 사진 몇장을 찍고 입구에 앉아있던 회장 형수와 같이 일행이 나올 때 까지 얘기로 시간을 꾸렸다. 점심은 돼지불백, 제주식당은 그 흔한 커피 인심도 없다. 모든게 돈이 들어가야 된다. 허브동산은 각종 香草들로 잘 꾸며져 있다. 코끝을 스치는 냄새로 살짝 피로를 걷어내고 일행 일부는 잠수함을 타는 수중관광(일인, 5만원)으로 갈라졌다. 우리는 섭지코지의 올레길을 잠시 걸어볼 계획이었지만 갈라진 일행과 만나는 시간이 촉박하여 성산 일출봉이 멀리 보이는 바닷가에서 사진 몇장으로 가름한다. 다시 잠수함팀과 합류하여 약40분을 달려 해녀들이 운영하는 바닷가의 비닐하우스 식당에서 전복죽으로 조금은 일찍은 저녁을 먹었다. 일인, 일만원. 한창 제철이라고 가이드가 소개한 한치 한접시(삼만원)를 사서 일행 4명과 같이 했다. 친구는 소주도 곁들인다. 숙소로 오는 길, 농수산 직매장에 들러서 각자의 필요한 물품들을 샀고 나는 가이드가 추천한 마른 톳나물 한 봉지(만원)를 샀다. 무엇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고 대충 설명만 들었다. 가이드의 말솜씨는 뭔가를 사야할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낸다. 일찍은 숙소 도착이다. 씻고 아쉬움이 남은 것 같아 불밝은 유흥가를 휘돌아 본다. 소문대로 중국인이 많아 보인다. 내일은 아침 일찍 비행장으로 나가야한다. 고대하고 기대했던 제주도 여행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