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담당 하던 어느 일요일!
주일 미사는 5시 50분 미사였다. 그래서 오전 시간이 많았다
아이들이 오전 놀다 와서는 다른 반들은 서오능 논둑에 올챙이 잡으러 갔다고 하며 우리도 가자고 졸라댔다. 나는 서울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웃 수녀님들께 지리를 물은 후
점심 식사 후 서둘러 출발하면서 목마를 것 같아 5잔들이 우유 8봉을 바케스에 담아갔다. 그해 여름 오후에 매일 우유 한 잔씩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런데 알미늄 우유 바케스는 높이가 1/3이 줄어있었다. 이유는 찌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반만 찌그러진 것이 아니고 대체로 찌그러진 바케스였다.
아이들 39명을 4명씩 줄세워 나는 우유바케스를 들고 프라스틱 컵은 천가방에 넣고
키가 큰 아이 등에 배낭으로 메어주고 집을 나섰다.
무거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걸어 서오능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논둑으로 올챙이를 잡는다고 설치니 물은 금방 흙탕물이 되었다.
우리 반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학년 반은 실컷 놀았다며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
하였다. 유리병을 가져와서 올챙이랑 물고기도 넣고 어떤 아이는 신발에 담아 맨발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따라주고 빈 바케스에 컵을 담고 얼마간 더 놀다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때가 다 되었던 같다.
현관에 들어서는데 먼저 간 고학년 수녀님이 계단에서 내려오다 마주쳤다.
한참을 웃더니 저보고 오늘 챵피해 죽을 뻔 했다고 하신다.
이유는 너무 찌그러진 바케스에 우유를 가득 담아오는 모습이 창피하셨단다.
나는 순간 미안한 마음 가득하여 입구 원장수녀님 방에 들어가 (현 마더 미카엘라수녀님)
용서를 청하였다.
그런데 칭찬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가난한 아이들의 엄마는 그렇게 하는 것이며 그건 창피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것이 성소(聖召)의 힘인가?
요즘 같으면 누가 사진을 찍어 포털 사이터에 올려 놓으면 배너 광고 처럼 폴짝 폴짝
뛸 것 같기도 하다.
첫댓글 '찌그러진 바케스' 보고 싶네요.
축복합니다.
꽤 먼거리인데... 서오능
가난과청빈 그리고 순명
잘 생각나네요,
우유 한봉지 뜯으면 5컵이 나왔지요.
그 시절, 찌그러져도 물만 안새면 오래도록 바케스를 사용했었는데,체면을 안찾고
단순하게 생활하시던 별님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초등학교 5,6 학년때 서오능 자주 가서 ㅎㅎ 논뚜렁에서 붕어잡아서 침방 복도에 큰다라이에 담아서 키우기도 했었는데
새삼 ~~~그리워 지는군요 그때 허유리안나 수녀님께서 담당하셨는데 벌칙으로 외출 못하게 하는게 특기인데 ㅎㅎ
그래도 그리워 지내요 모두다 ㅎㅎ
바케스도 바케스지만... 만만찮은 그 무거운 걸 들고
서오능까지 가져갈 생각을 했으니 오직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이 가능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