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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겸 사회사업가인 헬렌켈러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인물입니다. 그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함께 있는 시청각장애인으로, 평생을 시각장애인 제도 마련과 인권향상을 위해 바쳤는데요. 한국에 헬렌켈러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시청각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권익 옹호와 사회통합을 위한 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이자, 헬렌켈러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손창환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답변 중인 손창환 님. ©밀알복지재단
Q.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나요?
입사 전부터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와 함께 헬렌켈러법(시청각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국회의원을 만나 당사자로서의 의견이나 시민들의 법 제정 동의 서명을 전달하기도 했고요.
이 밖에도 센터와 함께 시청각장애인의 발굴과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요. 그 덕분인지 지난해 6월부터 정식으로 채용돼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홀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과거와 달리, 센터에 입사한 이후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과 교류하다보니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것 같아요.
Q. 헬렌켈러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세상과 단절된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하고, 상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만나서 헬렌켈러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유형이 매우 다양해 발굴에 어려움이 있는데요. 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교류해 그분들이 집 밖으로 나오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반이라 많이 발굴하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점자나 한소네(시각장애인용 점자정보단말기)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Q.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일할 때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서로 소통할 때 가끔 오해가 발생하기도 해요. 특히 영상통화나 카카오톡을 하면서 교제를 하는 것이 좀 어려운데요. 화면을 자세히 보기 위해 현미경을 사용하더라도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고, 영상통화로 전화하는 것도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처럼 시청각장애인들은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그것을 돕는 세심한 보살핌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촉수화로 소통 중인 손창환님과 근로지원인. ©밀알복지재단
Q. 촉수화를 처음 배우셨을 때 어떠셨나요?
저는 중도 시청각장애입니다. 농인으로 태어났고 학생 때는 약시였어요. 그래서 어릴 때는 수어를 볼 수 있었지만, 완전히 실명한 이후로는 수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촉수화를 배웠으나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어를 하는 사람의 손을 더듬더듬 만지며 어느 정도의 느낌만 이해할 수 있었기에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요. 그러나 계속해서 촉수화를 배우고 익히다 보니 마치 볼 수 있는 사람처럼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웃음) 이제 촉수화는 아주 저한테 딱 맞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Q. 사회나 국가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현재 우리나라에선 장애를 15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분류에 시청각장애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청각장애가 공식적인 장애유형으로 등록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2019년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와 함께 헬렌켈러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센터에서는 ‘헬렌켈러법’의 제정을 위해 아직까지도 노력하고 있는데요, 만약 시청각장애가 공식 장애 유형으로 인정된다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복지서비스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센터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교육과 한소네(점자와 문자를 상호 호환해 주는 기기로 시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위한 점자정보단말기) 교육을 하고 있는데, 교육을 받는 분들의 밝은 모습을 보며 앞으로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시청각장애가 장애 유형으로 인정되고, 그에 따라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헬렌켈러센터와 같은 전문 시설이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헬렌켈러센터에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시청각장애인들이 장애로 인해 집에만 있다 보니 사회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을 발굴해 환한 세상으로 불러 모으고 싶습니다. 또 시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점자교육과 한소네 교육을 실시해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사회생활이 어려운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나아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시청각장애인들에 관한 사례 발굴을 하고 방문 상담하는 전문 상담자 역할을 하고 싶네요.
저는 일을 시작한 이후로 늘 기쁘게 생활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시청각장애인들을 발굴하는 것에 사명을 갖고 일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미국은 1967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헬렌켈러법을 제정하고 전국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센터를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미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 밝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도 서로 교제하며 아름답게 살아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둡고 외로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환한 세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손창환님, 다른 시청각장애들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시청각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손창환 선생님의 멋진 도약을 응원합니다. 이상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단이었습니다.
‘헬렌켈러센터’라는 의미의 수어를 하고 있는 손창환님과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단의 모습. ©밀알복지재단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김이지‧서나영‧하정빈 단원이 보내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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