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시집을 사신 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어 사전에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싶어 제 후기를 첨부합니다.
2014년 이설야시인 인터뷰도 첨부합니다.. 이설야시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1998017#cb
내 옆지기 이설야시인의 첫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를 읽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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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지기 이설야시인의 첫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를 읽고..
창비. 2016년 12월 12일 발행.
시는 나에게 잘 읽혀지지 않는 글들이다.
배경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읽는 경우 암호해독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몇십년간 옆에 있었기에 시들의 일부만 알 듯 모를 듯할 뿐이다.
여기에서 시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능력밖이다.
다만, 몇십년간 옆에 있었기에 알 수 있는 배경설명이나 느낀 점을 적고자 한다.
주위에서 이 시집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 어둡다.. 슬프다.. 대충 이런 말들이다.
다만, 어릴 때 인천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경우 익숙한 말들이 등장한다.
양키시장, 신흥여인숙, 은하카바레, 만화로다방, 백마라사, 화수부두 등등..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들속에는 가벼운 회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삶의 처절한 궤적들이 이어져 있다. 시 한편 한편에 몸과 마음속에 각인된 삶이 깊게 녹여져 있다.
시집의 제목으로 함께 거론이 되기도 했던 『백마라사』는 시인의 대표시라 할 수 있다.
화평동에서 자라며 어쩌면 시인으로 인도했던 삶의 무게중심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화평동은 시들의 곳곳에서 자리잡고 있다. 시인의 초기 작품들인 화평동연가 시리즈는 그 제목과 내용을 해체하여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시를 절대 가볍게 쓰지 않는다.
어릴적 흔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 느꼈던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를 내보이는 일은 나의 일기를 남에게 보이는 것 같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란 자신의 이야기와 이웃의 이야기, 사회와 자연의 이야기가 서로 중첩되어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은유와 비유로 표현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처음엔 개인적 아픔으로 다가오지만 몇 번씩 곱씹어 보고 다시 보면 어느새 시대의 아픔으로 외연이 확장됨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실천적 삶을 살고 있다.
성냥팔이소녀에서 나오는 다섯 그림자는 용산참사에서 사망한 5명의 망자를 일컫는다.
높은 사다리의 그녀는 한진중공업내 크레인 고공농성을 한 김진숙씨다.
사건의 배경을 모르면 이해할 수 있을라나?
사월(死月)을 통하여 4월의 참사를 가져온 세월호를 거대한 관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의 젖은 그림자로 표현되는 학생들의 시신이 폐수처럼 흘러가버린 아픔이 내재되어 있다.
오래전 동일방직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여공이야기가 있는 시의 말미의 글은 이 시집의 제목이다. 그리고 몇 번이고 곱씹어서도 머리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어에서 나타난 심장공장이란 말속에 무언가 폐기될지 모르는 삶의 두려움이 엄습한다.
나라가 슬픔이 클 때 대통령은 언제나 해외순방중이고, 가자지구전쟁을 보며 팔레스타인의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서로 달라 심장이 타는 냄새를 좋아하는지 서둘러 무기를 파는 하나님에 분노한다.
시인은 주위에 벌어진 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공가(空家)라는 시는 우리와 가까운 가정오거리 루원씨티 재개발구역 곳곳에 붉게 칠해 놓은 전체공가의 마을에서도 방범초소도 벌벌 떨고 있는데 뾰족구두로 다급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시인은 함께 다급해한다.
맹인소녀의 지팡이가 갈라진 보도블록을 탁! 탁! 칠 때마다 땅속 벌레들의 고막을 걱정한다.
노란주둥이를 가진 오리들이 뜬 눈으로 흙구덩이 파묻히고, 새끼 오리 한 마리가 찢어진 자루 밖으로 노란 주둥이를 불쑥 내미는 생존의 몸무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어둡고 아픈 시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마지막 시인의 말처럼 흰 빛들을 끌어 모아 마침내 어둠을 덮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눈이 내린다
당신의 눈 속으로
눈이 내리다 사라진다
당신 속으로 들어간 눈
그 눈을 사랑했다
한때 열렬히
사랑하다 부서져 흰 가루가 될 때까지
당신 속의 나를 사랑했다
그러나 오늘 다시 첫눈이 내리고
눈처럼 사라진
당신의 심장
내 속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 『겨울의 감정』 중에서
공촌동에서 무사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