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분도 2023년 62권 여름호였다.
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이번 달 초점은 ‘분별’이 공동 주제였다.
권두언은 <북녘땅을 바라보며> 안영균 신부님이 썼다. 연길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쓴 글이었다.
“우리 겨레의 고단한 눈물이 밀려왔다. 주님의 기도를 할 때 이 기도 소리가 북녘땅에 울려 퍼지기를 기원했습니다. 성찬례 내내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이 글의 중심 내용인 듯했다.
<분별이 주님의 소중한 도구가 되려면> 하비엘 아파르시오 신부 글이다.
“분별력은 우리 영혼의 사막에 부는 바람과 같습니다. 우리를 진리와 지혜로 인도합니다. 우리 귀에 들여오는 하느님의 속삭임입니다. 그분의 뜻을 드러내고 우리에게 충만의 깊이를 ㅈ보여 줍니다-사막 교부 성 안토니오 아빠스-” 말씀을 서두에 가져왔다.
분별이란 내면의 움직임과 거룩한 여감을 구별하는 능력에 더 중점을 두고 각각의 상황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이사 결정을 뜻한다. 궁극으로 구원 계획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기 위해 겸손하고 열린 자세, 기꺼이 경청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중요한 결정이나 일상의 결정을 앞두고 분별력의 바다를 헤쳐 나갈 때, 모닝커피에 유머 한 숟가락을 첨가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유머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식별,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길> 박경숙 아드리아 수녀-
내 감정을 단 한두 문장으로라도 표현하고 이름을 지어준다면 좀 더 솔직한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이는 음악을 듣고 어떤 이는 자전거를 타지만, 자기 방법대로 감정을 흘려보내며 내 마음에 말을 건네고 한 줄 이름을 지어주며 살면 좋겠다.
<일타 가이드의 식별> 오승욱 레오-
파리에서 가이드할 때 만난 여행객 중 물 한 병도 안 사 먹고 다니는 어른을 보고 생수 한 병을 사주었더니 떠나면서 쪽지 편지를 주더란다.
“내 소원이 성모님 만나러 오는 것이었어요. 내가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하루에 1,000원씩, 한 달에 3만 원을 9년 동안 모아서 여기 왔어요. 이제 소원 풀었고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너무 좋았어요. 순례하는 동안 우리 레오 가이드 선생님께도 너무 감사했어요. 물 많이 마시면 화장실 자주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줄까 봐 목말라도 참았어요. 또 말도 안 통하고 물을 사고 싶어도 어떤 돈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있었는데, 레오 형제님이 시원한 물을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이 편지를 받고 본인은 처음부터 가이드를 하면서 “짧은 시간에 나에게 득이 되는 사람과 힘들게 만들 사람을 구별했던 자기 생각과 기준도 그 자체가 너무도 주관적이며 감정적일 수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이런 여행객을 만나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진 그를 돌아보면서 나의 분별력를 돌아보았다. 나를 둘러싼 한 분, 한 분의 삶을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 하고 다가가 애정을 가지고 돌아봐야 겠다는 깨우침을 주는 이야기였다..
<분도의 숨은 식구, 최명화 베드로 신부> 김정숙 소화 데레사
오늘 만난 김정숙 선생님 글이라서 우선 반가웠다. ‘최명화 베드로 신부’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의 깊이에 감탄했다. 내가 김대건 전기책을 쓸 때만 해도 2년 동안 스무 여권의 책을 독파하고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 정도의 깊이로 연구했다면 여기 들인 시간이 얼마나 될까 싶어 약력을 훑어보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역사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영남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구 관덕정순교기념관 운영위원이란다(관덕정 하면 해마다 전에 학생 백일장 심사를 맡아 해왔던 이력밖에 없는데). 이래저래 학문의 깊이가 우뚝 솟아나 보였다.
선생님의 글은 딱딱한 기운만 읽히는 게 아니었다. 최명화 베드로 신부 이야기의 끝은 한편의 애로 드라마처럼 훈훈하였다.
“오순화는 1957년 서울 청양리본당 주일미사에 갔다가 강론하는 최명화 신부를 만났다.
(이 두 사람은 부모들끼리 이 둘을 부부의 연을 맺자고 언약한 사이) 그들은 함께 탁 바비아노 신부(신부 되기로 이끌어 준 분)의 회갑을 차리고, 오병주(오순화의 아버지) 선생의 묘를 찾았다. 남한 땅에 자리 잡은 왜관 수도원은 그들이 기댈 고향 언덕이었다.“
<여름철 소금>-서경윤 알베르토 신부
신우염에 걸린 후배 신부가 소금을 적게 먹으려고 김치를 국에 씻어서 먹는가 보다 하고 봤더니 김치 씻은 국물까지 쭈욱 들이키는 것을 보고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저렇게 짜고 매운 것을 먹을까했는데 몇 개월 후에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자 ’신우염에 소금이 사약은 아니구나!‘생각했단다. 인체가 분비물을 내놓건 배설물 배출하기 위해 0.9% 이상의 소금이 필요하다.
<공동체에 이로운 일, 공동체에 맞는 사람> 크리스토프 뭘러 신부
소와 낙타는 풀에서 값진 영양분이 전부 나올 때까지 씹고 또 되씹는다. 하느님 말씀도 호흡 리듬에 맞춰 되새김으로 완전히 친숙해질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오후>분도 책방 책 소개
토마시 할리크 신부 저
인생의 흐름을 하루의 흐름에 비유 오전은 제도적 교의적 구조를 새워 온 시기를 오전, 이런 구조를 뒤흔든 정오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상정하며, 오늘날은 그리스도교의 ‘오후’로 넘어가는 문턱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성숙한 나이인 오후의 사명은 무엇인가? 정오의 위기에서 무엇이 사멸해야 할까, 성취하여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로 ‘새로운 하루는 저녁에 시작된다. 저녁 하늘에 첫 별이 뜨는 순간을 놓치지 말자고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