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덕리헌德里軒
-윤동재
청송읍 읍사무소에 가서 가설건축물 신고하고
신고필증을 받아 청송읍 덕리 손바닥만 한 밭에
240만 원짜리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나니
뭐 부러울 게 없었지요
덕리에 있는 집이라 덕리헌
덕리헌 앞에는 매화나무를 심고
덕리헌 뒤에는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를 심었지요
덕리헌 안에는 호미 삽 괭이도 넣어두었지만
앵글 책꽂이 하나 장만해
두보에겐 달기약수를
이백과 도연명에겐 막걸리 떨어지지 않게 하고
최치원 이규보 한용운에겐 주왕산 산채비빔밥 한 상 차려드립니다
그동안 나무들이 모두 쑥쑥 자라
서로 자기 그늘에서 쉬라고 바람을 보내지요
도연명이 청해 버드나무도 한 그루
들이려 합니다
낮에 일하다 나무 그늘에서 잠깐씩 쉬고
밤에 컨테이너 안에서 푹 쉴 때
앵글 책꽂이에 모시고 있는 분들과
삶은 감자와 옥수수를 나누어 먹으며
문학 역사 농사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들과 나는 서울에서는
볼펜 한 자루 꽂을 땅도 갖지 못하는데
덕리헌에 한자리씩 꿰차게 된 걸
서로 좋아하고 죽이 잘 맞지요
삶은 감자 껍질 벗기는 소리만 도란도란 깊어가는 밤
이백과 두보 곁에 방석 하나 슬쩍 밀어놓으니
덕리의 달빛이 그 자리에 먼저 와 앉네요
달빛과 둘이 우륵의 가야금 연주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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