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口蹄疫) 이야기
2011년 연초에 해맞이 여행으로 관광버스를 타고 통영에서 백암온천까지 동해안 여행을 갔을 때의 이야기다.
영덕 가는 길에 해돋이의 명소라는 강구의 삼사해상공원(三思海上公園)에 들렸다. 주차장에서는 내일 새해 행사를 위해 천막을 치며 맞아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동해 쪽으로 우러러 보니 해돋이 명소라는 언덕 위에 경북대종을 모신 종각이 우람하다.
새해 새아침에 바다에 울려 퍼지는 장엄한 33번의 새해 종소리를 들으면서 새해 해돋이를 본다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일일까?
이 경북대종은 에밀레종이라는 선덕대왕신종(국보 제 29호)을 본(本)으로 삼아 만든 종으로 종의 몸에는 경북의 풍요와 결실을 상징하는 대금을 부는 천인상(天人像)과 이 고장 명물인 사과를 든 비천상(飛天像)을 새겨 넣은 아름다운 종(鐘)이었다.
이 종의 무게는 7,700관인데 여기서 7천은 남북한 7천만 민족을 뜻하고, 700은 경상도 명칭이 정해진 700년 전인 고려 충숙왕 원년을 상징하는 것이란다.
이 공원의 이름이 삼사해상공원 (三思海上公園)인 것은 ‘들어오면서, 살면서, 떠나면서 세 번 생각한다.’라 해서 삼사(三思)라고 명명하였다는 이름인데 나는 여기에 들어오면서, 보면서, 떠나면서 생각이 구제역(口蹄疫) 하나뿐이었다.
백암온천에 도착하여 뉴스를 보니 포항시는 몰려오는 인파로 인하여 구제역 방역을 위해 포항 지역 전체 해맞이 행사를 취소되었다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는 동해안 여행은 물론 구룡포에서 동해안을 돌아 백암온천을 들려 안동의 하회마을을 여행하는 동안 수없는 곳에서 방역 소독을 위해 차를 세우거나 서행하여야 했다.
*. 구제역(FMD) 이야기
국가 재난상태까지 이르게까지 한 구제역이란 도대체 무슨 병일까?
구제역(口蹄疫)은 다른 말로 ‘아구창(牙口瘡)’, 아감창(牙疳瘡)이라고도 일컫는 병이다.
소나 돼지 같이 발굽[蹄]이 갈라진 동물 즉 우제류(偶蹄類)에게 걸리는 무서운 제1종 급성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이다. 그래서 영어로도 발과 입 병이라 하여 'Foot and Mouth Disease'(FMD)라 한다.
' 口蹄疫(구제역)의 '蹄'(제)는 ‘짐승 발급 ’蹄‘'(제)로 발굽 갈라진 동물들의 병이라 하여 쓰는 말이고, 거기에다가 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들은 입이 짓물러지며 그 입의 수포액(水泡液), 침, 재채기나 호흡할 때 생기는 오염된 비말(飛沫) 등이 주로 가축의 입을 통하여 전파된다 하여 입 ‘口’(구) 자를 더하여 구제역(口蹄疫)이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偶蹄疫'(우제역)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우'는 발톱이 짝인 ‘짝 偶'(우) 자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역(疫)'은 '병(病')보다 상위 개념으로 돌림병을 말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이 바이러스성 질환인 구제역에 소나 돼지 등이 점염 되면 일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서 고열이 나면서 발병하게 되지만 생각처럼 치사율이 그리 그높지는 않다.
그러나 그 치료법이 아직은 개발되지 않아서 현재로는 병에 걸린 가축은 도살 말고는 그 병의 확산을 막을 확실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병에 걸리지도 않은 사랑하는 가축을 오직 인간을 위해서. 안락사 시켜 생매장 한다는 것은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농민들에게 가족 같고 자식 같은 소와 돼지를.
*.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되나
그러나 구제역이 불행 중 다행한 것은 인간에게까지 전염 되는 역병(疫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체의 세포와는 결합되지 않는 것이 구제역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구제역이란 전염병은 인간과 짐승에게 공통되는 병(人獸共通傳染病)이 아닌 굽을 가진 가죽들만의 병이란 말이다.
그러나 구제역으로 국가가 재난상태를 선언한 것처럼 요즈음 우리 가정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이 창연한 지금, 우리가 그와 관련 있는 육류를 먹을 수 있나 해서다.
그러한 우리들을 위해서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 사계 권위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조선일보(2011년 1월 11일)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구제역, 조류독감 파동에 먹을거리? 우유 먹어도, 달걀 먹어도, 육회를 먹어도 안전합니다.”하고.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여 섭씨 56도에서 30분, 70도에서는 7초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일반 육류는 물론 감염된 육류라도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게다가 모든 고기는 3~5일 숙성 과정에서 젖산이 발효되어 구제역 바이러스가 모두 죽는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산에는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구제역에 걸린 소의 우유를 짰다 하더라도 괜찮다. 모든 우유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멸하는 온도 이상에서 충분히 살균하여 시판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구제역과 함께 조류전염병(A1)에 걸린 닭이나 오리는 A1에 걸리면 털을 뽑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몸이 굳어 버리기 때문에 시중에서 감염된 닭고기나 오리고기가 시판 될 수도 없고 따라서 사서 먹을 가능성 자체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달걀도 안전하다. 달걀 속에는 바이러스가 원래 없는 것이고, 혹 감염된 이 물질이 껍질에 묻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닭의 변(便)이나 분비물은 달걀의 판매 전에 꼭 하게 되는 세척과 소독에서 없어지게 된다. 그래도 걱정이 되면 요리 전에 한 번 더 달걀과 손을 씻으면 된다니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 구제역의 방역
구제역이 무서운 것은 무엇보다 그 빠른 전염력에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한번에 250km까지 퍼져나간 사례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0년 11월 3~7일 구제역 창궐국인 베트남을 다녀온 안동의 한 축산농주가 곧바로 축사에 출입하여 감염된 36마리 육우소가 발견되었는데 한 달이 되는 2011년 1월 13일 현재 150만 623 마리를 안락사 시켰다. 우리나라 소와 돼지의 1/10 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덴마크에서는 외국에 다녀온 모든 사람은 48시간이 지난 다음에라야 축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한 이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는데-.
그러나 구제역이 발생해도 현재로는 치료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서 살 처분을 하거나 백신을 맞혀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다.
살 처분을 하면 소와 돼지의 사체가 산성으로 변해서 구제역 바이러스도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살 처분은 약물로써 강제로 안락사 시키는 것을 말한다.
감염되지 않은 멀쩡한 소나 돼지를 감염될 것이라는 예상 하에 나라가 죽여야 하니 당연히 그 보상을 해야 한다. 그 보상금만도 현재까지 2조원이라 한다.
두 번째 방법으로 백신(Vaccine, 왁친)을 접종하여 예방 하는 것이다.
백신주사[Vaccine주사]란 몸에 주사하여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들어 면역이 생기게 하는 예방 법이다. 그러나 그 항체로 인하여 병원균의 일부가 몸 안에 남아있어 다시 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감염 경로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하여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그동안 망설여 왔던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가장 안전한 살 처분할 뿐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C)는 살 처분하는 국가를 '청정국', 백신을 접종하여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 나라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청정국'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도 소들이 백신을 맞고 항체가 생기게 되면 구제역이 생기더라도 감염된 소만 살 처분하면 되므로 한국도 어쩔 수 없이 백신주사를 맞게 한 것이다.
국가 전체의 재앙인 구제역이 지금처럼 전국으로 확대 된다는 것은 선진국을 향하여 가는 Korea에 수치가 되는 일인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영국도 대만도 우리와 같은 아픈 경험을 했지만 그보다 만성적인 구제역 발생국가인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등에 한국인들의 관광이나 물류 교류 때문에 발생한 것이요, 그래서 그 방역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들 나라에서는 구제역이 걸리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 짐승을 도살 처리해야 한다지만 보상을 해 줄 능력이 없는 나라 경제 사정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해도 이를 숨기고 심지어는 더 병이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서 도살하여 그 고기를 먹고 있어서 그곳에 다녀온 우리도 감염된 것이다.
질병은 불결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보다 돼지가 구제역에 더 무방비 하다.
일산에도 5일장이 선다. 그 5일장이 전국의 5일장처럼 구제역으로 취소된 모양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허 생원처럼 5일장을 열고 있는 장수는 거의가 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서민들이다. 이분들이 그렇게 기다려오던 설 대목을 앞두고 안타깝게도 당분간은 일자리를 잃게 된 모양이다.
그분들뿐인가. 가뜩이나 불경기에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구제역 파동이다. 그 구제역 피해는 코리아를 찾는 외국인들은 물론 더 많은 모든 분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느 해보다 봄이 그립다. 구제역은 열에 약하여 섭씨 4도 내외를 가장 좋아하는 겨울 전염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나, 위기는 기회란 말처럼. 누가 알랴. 우리 Korea의 건강한 두뇌가 세계 어느 나라도 할 수 없는 구제역(口蹄疫)을 구제(救濟)할 신약을 개발하여 의료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칠지-.
나의 외솔 최현배 스승님 말씀처럼 그런 ‘대가(大家)를 기다리는’ 봄도 어서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