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 꽃밭 정리하다가 벌에 쏘였어요.
아침에 추워서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걸 뚫고 쏜 것.
화다닥, 뛰어가 냉장고에서 꽃가루를 찾아 한 숟갈 먹었지요. 벌에 쏘였을 때 꽃가루가 특효약이란 걸 들은 적이 있어서.
예상 외로 꽤 아프더라구요. 벌에는 처음 쏘인 것.
그러려니 하고 아침 먹고 일산 갔다 이른 저녁에 집에 오니 팔뚝이 부어 올랐어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일요일 아침, 점점 더 세력을 넓히듯 부어 올랐어요.
아픈 건 사라졌는데 엄청 가려웠어요.
가려운 것도 꾹 참고, 얼음찜질도 하고....
보통 벌레에 물리면 1. 긁지 않고 2. 뜨거운 물에 샤워하지 않고 3. 술은 절대 먹지 않기..;
요렇게 지키면 5일 정도면 가라앉더라구요. 제 경험 상으로...
월요일 아침,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가까운 부평역사 메트로 피부과에 가보기로 했어요.
수요일날 백신도 맞아야 하고 해서, 미리 치료하는 게 좋을 듯했거든요.
그런데 의사,
수요일날 백신 맞는다는 말에 정색을 하면서
"이 문제는 환자도, 의사인 나도 결정할 수 없는 일,
그러니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라." 면서 진료의뢰서를 써주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는 말,
"그곳에서 처방전 끊어주면 내가 준 처방전은 찢어버리세요."
어...
속으로 아니 똑같은 의사 아니었던가. 뭔지 모르게 책임질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리고 또 한 편 '어머, 이게 이렇게 심각한 일이었구나.' 생각했지요.
하여 인천성모병원(가톨릭대학병원)으로 달려갔지요.(가까워서 다행)
외래환자와 면회온 사람들로 와글와글 시장바닥 같은 대학병원에서 간신히 출입증을 끊고
(무슨 기계에 입력하는 것, 그러면 이런 스티커가 나오네요)
그런 다음 또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가서
이곳에 온 사정을 얘기하고 진료의뢰서를 보여주니
오늘 오전 오후 진료가 꽉 차 있고
내일 온다해도 진료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없다면서
예약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거예요.
그럼 언제 예약 가능한가요? 물었더니
수요일 오전 10시!
"앗, 그 날 그 시간은 제가 백신 접종하는 날이거든요. 그래서 부랴부랴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거든요."
직원 왈, 방법이 없네요.
"그래요? 그럼 일단 예약해 주세요."
집으로 돌아와 가만 생각해 보니...
수요일날 그 복잡한 대학병원에 가야 하는 거야? 이틀 지나면 벌에 쏘인 건 어느 정도 나을 것 같은데...
내가 원한 건 오늘 진료 받고, 수요일 백신 접종도 받고 그러려고 대학병원까지 간 건데...
아니, 뭐 그렇게 복잡한 일도 아니네.
백신 접종을 미루면 되는 거 아닌가?
백신접종하기로 한 내과에 전화해 보니 일주일 뒤로 미룰 수 있다기에 그렇게 해달라고 했지요.
그렇게 되니까 이번 주 수요일 대학병원 피부과에 갈 필요도 없네요.(예약 취소 전화 하고)
왜냐하면 이제 한 사흘 정도 지나면 부어오른 건 가라앉을 테니까요.
벌과 백신으로 인한 한바탕 소동이 이렇게 끝났어요.
이제부터 할일은
1. 절대 긁지 않고(꾹꾹 참으면 되고)
2. 뜨거운 물로 샤워하지 않고(더워죽겠는데 누가 뜨거운 물로?)
3. 술 먹지 않고(요즘 술 거의 안 먹음)
* 느낀 점
동네 병원 의사는 그 옆에 있는 내과 의사에게도 느낀 것처럼 역시 사명감이 좀 부족하다(이곳 피부과는 나 같은 환자보다는 무슨 주사, 무슨 주사 맞는 고액 미용환자를 더 반길 듯)
첫댓글 동네병원의사는 고만고만한 진료만 하기 때문에 임상부족이라 그러지 않겠어요?
그나저나 수요일 진료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예, 고민 중이예요. 벌 쏘인 곳 상황 보고 결정하려고요. 많이 나아졌거든요.
고생하셨네요. 저도 옛날에 발뒤꿈치를 벌에 쏘였는데 걷지 못하게 퉁퉁 부어 보름동안 병원 다녔어요. 조심하셔요ㅠㅠ
다행히 빨리 나았어요. 95%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