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 입대? )
GOP 근무도 이제 한달정도 남은 막바지.
야간근무초소로 중대 행정병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 옵니다. 뭔가 쎄한 느낌으로 전화를 받습니다.
내일 분대장교육 가셔야되니까 군장 꾸려서 오전 몇시까지 중대본부로 오십시요. 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립니다.
전에 특공연대 차출때 겁을 좀 줘서 피해 갔는데,
이번에는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게 교육 출발 바로전날 기습적으로 통보를 하다니.
제대로 보복 공격에 당했습니다.
이제 고참 반열에 들어 좀 편해지겠지 하던 생각과는 정반대로 다시 신병교육받던 교육대, 같은 중대에서 신병교육보다 더 빡센 분대장교육을 8주간 이나 받아야 한다니
그것도 이 엄동설한에....
할 수 없이 눈 덮인 산과 계곡을걸어 재 입대 하는 심정으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교육대로 향하면서 다시는 못올 GOP 를 떠납니다.
( 보이지 않는 손 )
분대장 교육을 마치고, GOP를 떠나서 훼바로 이동한 중대로 복귀한지 몇 개월후 유격 훈련을 받습니다.
유격 훈련 막바지에 침투, 폭파 과정이 있습니다.
폭파 지정된 부대로 은밀하게 침투하여, 정해진 목표에 ' ' 폭파 ' 라는 딱지를 붙이는것 으로 완료 되는 훈련입니다.
우리 소대는 어느 포대를 타깃으로 침투해야 하는데,
소대병력 전원이 움직이면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서
분대장 2명 과 병장 2명이 침투 하기로 하고,
소대원들은 산 속에 대기 시키고 4명이 산을 내려와
목표지점 근처에 도착하여 은폐하고 어두워지기를 기다립니다.
부대 담장에 포대병력이 줄지어 서서 경계를 하고 있어
침투가 아주 어려운 상황인데, 유격 훈련중 물속에 들어가는 훈련을 받다보니 감기가 걸렸는지 기침이 나서
이대로는 발각 될것 같아, 소대로 복귀하여 교대하려고 낮에 내려왔던 산 을 다시 오릅니다.
날은 어둑해지고 처음 와보는 산이라 방향감각도 없고 내려올때 기억을 최대한 살려 찾아 보는데 소대 위치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어디가 어디인지 알수가 없고,
길 잃은 미아처럼 이리저리 산속을 헤메 다니는데
무엇에 홀린듯 정신은 멍해지고 당황 스러웠습니다.
경사진 곳을 지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순간, 경사면
아래 쪽으로 몸이 미끄러져 내려가는데 멈추지를 않고 계속 내려갑니다.
발은 아래쪽으로 향하고 머리는 위쪽인 상황에서 한참을 내려 가는데, 오른팔에 무엇인가 걸리기에 팔에 힘을줘서 미끄러지는 것이 멈추는 순간 허리 아래가 공중에 떠있는 듯 했습니다.
순간 불안한 느낌으로 바짝긴장 하면서 아래쪽을 보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다시 한참을 내려다보니 희미하게 윤곽이 보이는 바위들이 있는데 대략 40~50m 정도 아래 였고, 나는 절벽 끝 나무 뿌리에 걸린 팔에 의지해서 매달려 있었습니다.
섣불리 몸을 움직일 수도 없어서 조심스럽게 둘러보니
나무에서 뿌리가 땅 위로 나왔다가 다시 갈라진 돌 틈으로 들어간 그 뿌리와 돌 사이 작은 공간에 팔이 들어가면서 끼어서 몸이 멈추게 된것입니다.
상체는 경사진 바위끝에 걸쳐져 있고, 하체는 공중에 떠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나무 뿌리를 붙잡고 겨우 몸을 끌어 올렸습니다.
경사면 끝이라 여차하면 미끄러져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 이었습니다.
정말 0.1초 만 늦었어도, 나무 뿌리에 팔이 걸리지 않았다면.... 찰나의 순간에 생사가 오락 가락 했습니다.
이 일을 겪고나서 어떤 보이지않는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구 에게나....
☆ 우리들의 그때로의 시간 여행을 마칩니다.
첫댓글 매여진 몸이라 자유의 시간이 없지만 짬짬이 다~읽고 나니 아들군대 보내고 나서 눈이 퉁퉁붓도록 울었다는 이야기도 거짓이 아니군요.
이래서~~군대 다녀온 이야기는 밤을 새워가면서 하나봅니다.
소설책을 하나 역으셔도 되겠어요.
귀한 글을 올려주신 덕분에 카페점수에도 상향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수고 많으셨고 옛날 옛적이야기~~
요즘은 안그렇죵?
믿고 듣는 한봄가수님의 승승장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