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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영국 축구는 좋은 롤모델이 아니다 -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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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는다>
어린이 수비수들이 공만 잡으면 감독, 골키퍼, 동료들은 모두 ‘걷어 내!’라고 외친다. 아이들은 공의 소유권에 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없고, 연령대가 높아져도 이러한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수비수들은 패스로 위험에서 벗어나는 대신 최대한 멀리 뻥 차내는 것만 선호하게 된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잉글랜드 수비수들 중에는 축구적 센스나 공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 않다. 리오 퍼디낸드보다는 존 테리 스타일의 선수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잉글랜드 축구는 여전히 공에 대한 기술보다는 운동량, 힘, 체력, 공격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
스티븐 제라드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영국 언론의 파워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제라드는 물론 좋은 선수이고 힘과 리더십, 득점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제라드는 공을 지켜낼 수 있는 선수가 아니고, 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잉글랜드 사람들은 제라드와 같은 미드필더들을 숭배하고 그들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지만, 유로 2008만 봐도 제라드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미드필더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잉글랜드 축구에 있어 유로 2008예선 탈락은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별다른 열정 없이 TV 앞에 앉아 ‘잉글랜드’라는 단어에 홀리지 않은 채 객관적인 축구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술력과 공을 소유하는 능력을 가진 팀들은 크고 빠르며 많이 뛰는 팀을 격파할 수 있다. 유로 2008에서는 이러한 것이 훌륭하게 증명됐다.
<프로페셔널 지도자들>
좋은 유소년 시스템의 핵심은 실력과 잠재력을 갖춘 어린이들이 프로페셔널하고 전문적인 지도자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도 이 부분이 취약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선수들이 프로페셔널 코칭을 받기 시작할 때면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축구 선수의 성장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유소년기이지만, 잉글랜드에는 유소년을 위한 전문적 지도를 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 코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코치들은 돈이 되지 않는 유소년보다는 청소년이나 성인 축구에 집중한다. 결국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전문적인 유소년 축구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의 코치들은 연령대별로 특화된 코칭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코치들은 그저 광범위한 개념으로 분류될 뿐, 연령대별로 특화되어있지는 않다.
1부에서도 언급했지만, 축구 선수의 일생에서 5~11세는 무척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개인기 연마에 집중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공과 함께 보내야 한다. 이때 지도자들은 개인기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그 기술들이 어떻게 팀플레이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그러나 잉글랜드에서는 저러한 일이 일어나는 대신, 11세의 소년들이 성인 피치에서 11대11의 게임을 뛰고 있다. 정신 나간 짓이 분명하다.
<육체적인 파워>
어렸을 때부터 광대한 피치를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커서도 당연히 체력적인 축구를 할 수 밖에 없다. ‘잉글랜드 축구=체력 축구’가 된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체력 축구에서는 기술력의 여부가 크게 상관 없고, 크거나 힘센 아이들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작은 아이들은 공을 차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14~15세가 되어 키가 자라고 파워도 갖췄을 때는 이미 축구에 지쳐 포기했을 확률이 높다.
얼마 전 상하이 센후아의 훈련 센터를 방문했던 나는 일본 어린이들과 중국 어린이들의 경기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은 풀-사이즈 피치에서 뛰고 있었는데, 일본 어린이들이 중국 어린이들보다 체격이 컸고 나이도 많은 듯 했다.
중국은 일본 진영에 거의 침투하지 못했다. 일본 아이들이 너무 컸고 신체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기술은 경기의 양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물론 스페인의 유로 2008 미드필드진은 독일에 비해 육체적으로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은 롱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뛰는 속도에서도 독일을 압도했다. 우리가 여기서 떠올려야 할 것은 스페인의 어린이들은 14세가 될 때까지는 정식 규격의 피치에서 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육체적인 파워와 정신력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저러한 것들을 최고로 생각한다. 잉글랜드 유, 청소년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다. 그러나 유로 2008을 본 우리는 체력과 투지가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잉글랜드의 어린 축구 선수들은 체력과 공격성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기술 개발에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반면 계속해서 기술을 연마한 유럽의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잉글랜드보다 나은 실력을 갖춘다.
2010월드컵 진출에 실패해야만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소년 축구는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한다. 한국 축구도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연재 끝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 |
첫댓글 일본 아이들이 중국 아이들보다 신체적으로 강했다... 놀랍군요
중국은 한가구 아이를 한명씩 낳는 정책이 있어서 과보호가 심하대요...그래서 소왕자라고들 부르자나요 ㅎㅎ 그런 현상이 신체적으로 강한 싸움에서 떨어지게 한다고 지적이 있더라구요
그래도 현 중국국대에 선수들을 보면 체격이 크던데요 물론 작은 선수들도 있지만...
공감..
공감 국대에 테크니션이 조콜밖에 없는 이유가 있네요
중국 애들 체격 큽니다. 힘도 쌔죠. 고기먹고 아침마다 체조하니까
공감... 확실히 잉글랜드선수가 '기술'적인 면에선 한참 떨어짐..
22222
epl은 좋은 롤 모델이다.
EPL도 좋은 모델은 아니죠. 물론 마케팅 면에서는 본받을 필요가 있지만 부익부 빈익빈현상과 외부 자본의 유입이 심하기때문에 그다지 좋은 롤모델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물론 보는사람은 재밌지만요. 유입되는 외국자본들의 대부분은 축구에는 관심없는, 한마디로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있는사람들이어서 돈안되면 바로버릴사람들이 부지기수죠.
와오.
역시 제라드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냉정하고 객관적이군......흔히 국내에서도 뻥글랜드 라고 잉글랜드를 비하하곤 하지만 그런 비하가 다 분명한 이유에서 파생된 거라고 볼수 있음.....
제라드도 기술 꾀 좋은데..
연재끝이라는 것은 이제 이 칼럼이 없어진다는 뜻인가요? 아님 영국축구는 좋은 롤모델이 아니다 편이 끝났다는 뜻인가요?
후자요 듀어든의 칼럼은 게속가요
유소년축구의 롤 모델로 잉글랜드가 좋지 않은 건 확실한 듯.. 이베리아쪽을 좀 연구했으면 하는 바람..
확실히 테크릭에서 제라드보단 이니에스타 , 사비가 확실히 더 낮죠. 로또풀 맞고 돼져라 슈팅력에선 제라드가 세계최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