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둘이서, 제목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작품은 제목에 따라서 살아있는 글이냐, 죽은 글이냐를 판단할 때는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데......
산행기 제목으로 제대로 적었는지......
정월대보름, 산행에 동행할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뿐이다.
산과 인연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데리고 갈 수 없으니 영원한 산친구와 같이 집을 나선다.
양산시 웅상읍에 자리잡은 시명산과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대운산을 위해 배낭을 멘 것이
다.
음지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위험하였지만 산에 오르는 기분에 모든 여려움이 묻혀
버린다.
양지에는 눈이 녹으면서 질퍽하여 걷기가 불편하고.....
이래저래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이 아니다.
이젠 봄철 해빙기 산행이 다가오니 조심 또 조심을 해야한다.
남산동에서 147번 버스를 타고 양산시 웅상읍 명곡에서 하차하여 시명산을 오ㅡ른ㅡ다.
시명산은 대운산에서 시명산을 거쳐 석은덤산까지 종주코스로 7시간이나 걸려 날씨가 좋을
때 원없이 걸을 수 있는 산이다.
눈이란 산꾼한테는 눈산행이라 좋을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조난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것이다.
특히 하산시 미끄려지면 뇌진탕 등으로 다칠 수가 있으니 항상 조심 조심을 하는 수밖에 없
다.
아무리 유능한 알피니스트라도 다치면 초보자보다 더 못한 산행이다.
운전을 할 때는 운전에만 신경을 써야 사고없이 잘 할 수가 있듯이,
산행을 할 때는 오직 앞만 보고 안전사고에 조심을 해야 가장 현명한 산행이다.
시명산 정상에 서니 12시 30분이 넘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배에서 신호를 보낸다.
산행은 어느 정도 배가 부른 것은 할 수가 있지만, 배가 고픈 것은 허기가 져서 할 수가 없
다.
배가 부를 때는 속도가 안 나지만, 배가 고프면 고통이 밀려와 산행을 할 수 없는 게 보통이
다.
시명산에서 대운산으로 오르면서 둘이서 오붓하게 점심을 먹는다.
둘이서 산행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보기에 좋습니다" 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행이 6명인 50대 후반의 사람으로부터 다른 말을 들었다.
"사모님이세요"
"예, 집사람입니다"
"난 친구 아내인 줄 알았습니다"
"........"
그녀가 하는 말 "집사람이 아니고 산동료입니다"
50대 후반의 아저씨는 묵묵부답.
산상 부페를 끝내고 대운산으로 오른다.
3시가 되어 정상에 선다.
지난 주에 오른 함박산, 석은덤산이 가깝게 보인다.
이젠 하산만 남았다.
눈이 많아 걱정아닌 걱정이다.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지만 무릎이 안 좋아 그냥 내려왔다.
서창으로 내려오는 길은 조금 멀었지만 완만하여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그녀는 눈산행이 올해 들어 처음이고, 난 세번이다.
눈산행 때 아이젠을 착용하면 무릎에는 엄청 안 좋지만, 그만큼 사고위험은 높다.
그러나 순백의 눈을 보고 첫사랑 소녀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인 데 그냥 집에서만 보낼 수
가 있나.
지난 과거는 다 아름다운 법인데......
5시간 30분에 걸친 눈산행으로 하루의 행복을 만들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가까이에 있다고 어느 시인이 시로써 노래를 했지......
행복은 우리 마음에 있으니 모두 잘 간직하길 바란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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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그녀와 둘이서
공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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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21 08:3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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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월대보름, 친구들은 달님한테 무슨 소원을 빌었나요?
후후~~그건 비밀인데~~~~~ㅋㅋㅋ
대장님은 무슨 소원 빌었나요???...작년 3월에 눈 많이 왔을때 대운산 갔는데 무릎까지 푹 빠져서 올라가지 못하고 재미있게 놀다온 기억이 나네요....
산대장님은 역시 산에... 마나님이랑 소원 많이 빌었어요 나는 늦게 달 구경 했는데..ㅎㅎ 올 한해 소원 성취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