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SIS의 북한 전문가 토론 보고서…"김정은 근시일 사망 시 김여정이 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부인 리설주(가장 왼쪽), 딸 김주애(김정은 왼쪽)와 함께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강 문제 등으로 갑자기 사망할 경우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가장 유력한 과도기 지도자가 될 거란 평가가 나왔다. 또 최근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공개한 것은 아내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간 권력 투쟁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와 캐트린 카츠 한국석좌는 14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북한 전문가들과의 토론은 정리한 '북한 리더십에 대한 해답 없는 질문들'이란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직 미국 정보 분석가와 학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리더십과 관련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확인되지 않는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보고서는 "김정은 비만, 흡연, 고혈압, 통풍, 당뇨병, 가족력 심장병 등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 그의 수많은 질병에도 그가 언제 어떻게 사망하거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는 추측하기 어렵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한결같이 '우리는 모른다'이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언제 사망하느냐에 따라 북한 정권 체제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하며, 후계자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북한 정권이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 사망하게 되면 김여정이 과도기적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2년 12월 26일 열린 사회주의 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에 참석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도 참석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보고서는 "김여정은 수년 동안 (북한노동당) 체제 내에서 상당한 권력을 가졌다. 그가 세계 무대에 데뷔한 것은 2018년 무렵이지만, 최소 2015년부터 북한노동당의 선전선동부를 운영해왔다. 또 2020년에는 조직지도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며 "김여정에게 권력이 이양되면 북한 최초의 수평적 권력 이양이자 북한 최초 여성 지도자가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두 번의 승계는 수직적이었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둘 다 의미 있는 첫 번째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왕조 체제 내에서 김여정만큼 지도자로서 능력이 있거나 (권력에) 관심이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은 없다"며 김여정을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최근 잦은 공개 행보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다수는 김주애의 공개 행보가 김 위원장을 '인간화'하거나 북한의 핵무기 관리자로서 아버지처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봤다. 아울러 김주애 공개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와 김씨 일가의 권력이 여전하고, 차기 지도자가 미래 세대에 계승될 거란 신호를 대내외에 보낸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리설주와 김여정 간 권력 다툼이 김주애 공개로 이어졌다고 봤다. 보고서는 "다소 극단적이지만 그럴듯한 가설은 북한 내부에 리설주와 김여정 간의 힘겨루기 구도가 있다는 것"이라며 "김여정의 정치력이 커지자 리설주가 자기 자녀가 후계 라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