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이 지난 5일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한다’는 발언이후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 움직임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에 따른 안보불안 외에도 수도이전, 과거사청산, 사립학교법개정, 비판언론압박 등 헌법과 국민여론을 무시한 정책들이 잇따라 강행되고 있는데 대해 그동안 침묵하던 다수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행동으로 반대의 뜻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23일 반핵반김국민협의회(운영위원장 서정갑) 주도로 시작된 광화문 ‘국민대회’는 8월 6일, 8월 15일, 8월 27일에 이어 9월 18일 국민행동본부 주최 집회에 이르면서 시민참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18일 오후 2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보법사수(死守) 국민행동대회’에는 6,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 인근 차도와 조선일보 빌딩 앞까지 인파가 가득 찼고 참가자들의 호응과 열기도 지난 집회에 비해 크게 높았었다.
같은 날 오후 3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회원 등 시민 3,000여 명이 국민행동과 별도로 ‘국보법폐지반대 및 과거사제대로밝히기 국민대회’를 가졌다.
지난 17일 여의도에서도 ‘대한민국상이군경회’등의 주최로 보훈단체 회원 1만여 명이 모여 ‘국보법폐지반대 및 국가유공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국가유공자 단체인 이들 회원들의 이날 집회는 할복, 자해 사태까지 일어나는 등 전례없이 격렬했다.
한편 오는 10월 4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국민협의회 주관으로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이상훈) 회원 30만, 기독교인 20만 명 등 50만 명 규모의 ‘국가보안법수호 국민대회’(1부 구국기도회, 2부 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재향군인회원들이 각지에서 대거 참가할 예정이며, 1부 구국기도회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조용기 목사), 한기총(길자연 목사) 소속 교회, 금란교회(김홍도 목사) 등 대형교회 신도들이 참가한다.
그러나 국민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재향군인회 시.군지부에서는 각 지역별로 자체적으로 집회를 가질 계획이며 특히 울릉도 재향군인회는 서울시청 앞 집회시간인 오후 4시에 맞춰 자체 회원들이 성인봉 정상에 올라가 '보안법페지 반대'를 외칠 예정이다.
‘국가보안법사수 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재향군인회 배상기 안보국장은 “전국 각지에 있는 향군회원들이 우국(憂國)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강력한 장외투쟁 요구가 매일같이 빗발치고 있다”며 “향군회원과 기독교인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0월 4일 국민대회는 건국 이래 최대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향군인회는 정치권의 국보법폐지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17대 국회 초반부터 전국 13개 시.도지부와 224개 시.군.구회 별로 ▲지역구 국회의원 설득, 항의, 규탄 등의 활동 ▲보안법폐지 반대 온-오프라인 서명운동 ▲회관 건물에 '보안법폐지 반대' 현수막 걸기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9일 1,500여명의 국가원로들이 ‘9·9시국선언’을 발표한 이래 종교·사회단체, 청년단체 및 이들 단체 지도자들의 시국선언과 대정부 충고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새문안교회·영락교회·소망교회·온누리교회 등 전국 6,900여 개 교회 240만 명의 교인이 소속된 국내 개신교계 최대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총회장 김태범)’측은 지난 16일 시국성명서를 채택했다. 통합총회가 정부 여당방침에 집단적인 반대입장을 표출한 것은 1970년대 유신헌법 반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예장통합은 성명서를 통해 여권의 국보법폐지 움직임, 사립학교법 개정안, 행정수도의 졸속이전, 비판언론에 대한 압박에 대한 반대 및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진호)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국보법은 폐지가 아닌 일부 개정, 보완의 대상”이라며 “이는 150만 성도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역시 지난 17일 한기총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면담에서 국보법폐지와 사립학교법개정, 수도이전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런 사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과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이 지난 13일 각각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보법폐지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김 추기경은 14일 전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국가원로들의 ‘9·9시국선언’에 이어 20~30대 젊은 청년.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가칭) ‘구국청년협의회 추진위’도 24일 오전 프레스센타에서 "청년들이여 나라를 구하자"라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50여개 청년단체와 2600여명의 청년.대학생들이 동참 서명한 것을 '자유사랑청년연합'의 황규환 대변인이 낭독했는데 선언문에서 청년들은 국가원로들의 9.9시국선언을 적극 지지하고 10월 4일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에 적극 참가할 것을 천명했다.
'국보법폐지 반대 1000만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안경본'(대한민국 안보와 경제 살리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박세직 外)에서도 지난 10일 일간신문에 서명운동을 호소하는 광고를 게재한 후 25일 현재까지 20여만명의 서명이 도착했다고 밝혔다.
국보법철폐문제는 해외교포들의 애국운동도 가열시키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회관에서는 남가주교회협의회, 재향군인회미국서부지회 등 87개 단체 대표들이 모여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또 재향군인회 캐나다 동부지회(회장 김명정)와 19개 관련단체는 지난 12일 브램튼시에서, 재향군인회 뉴욕지회(회장 박종각)는 8월 17일 한인회관에서 각각 '국보법폐지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재미동포들은 선언문을 통해 “조국이 운동권 출신 386세대를 비롯한 친북, 좌경, 반미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가 경제와 안보 등 모든 영역에서 비상시국을 맞이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해 ▲민생해결을 무시한 수도이전, 국가보안법폐지, 친일 및 과거사청산, 언론개혁 등 일방적 추진 중단 ▲북한의 ‘민족공조’위장전술에 농락당하지 말고 북한에 인권개선을 주문할 것 등을 요구했다.
재미동포들은 또 “오늘 우리는 비상시국에 처해 있는 조국을 구출하기 위한 성스러운 봉화에 불을 붙였다”며 “우리는 이 봉화를 높이 들고 조국의 구국투사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성명에 동참한 87개 재미단체들은 21일(현지시각) 로스엔젤레스 라파예트 공원(Lafayette Park)에서 국보법폐지반대를 비롯, 수도이전반대, 북한핵개발중단, 북한인권보장 등을 목적으로 한 ‘구국총궐기대회’를 가졌다.
국보법폐지반대 이외에도 수도이전 및 사학법개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고, 같은 날 건국대 새천년관에서는 ‘사립학교법개정반대결의대회’가 열렸다.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회장 김윤수) 소속 회원 1,300여 명은 이날 ‘결의대회’를 통해 “최근 집권여당이 사학의 공로는 외면한 채 학교법인의 고유권한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사학법 개정을 시도해 사학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다”면서 “학교법인의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에 맞서 사학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