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문화재단 종교인 설문…통일 필요성 인식, 준비는 소흘 ....통일세 44% 동의, 통일 불필요 30%

[지혜인]

종교인 10명가운데 6명은 통일에 관심이 있고 7명은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사단법인 평화문화재단이 한국갤럽에 의뢰, 지난 5월 12일부터 6월 3일까지 전국의 종교인 1,008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나타났다.

통일에 대한 개인적 관심(매우 관심 있다+관심 있는 편이다)에 대해 관심의 비율이 ‘61.9%’로 나타났다. 통일에 대한 필요성(매우 필요하다+대체로 필요하다) 인식비율은 ‘70%’수준이었으나, 필요성의 강도(强度) 측면에서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는 ‘20%’ 수준에 그쳤다. 29세 이하 연령층이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 연령층을 제외하면 연령이 올라갈수록 통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통일이 필요한 이유(위)와 통일이 불필요한 이유. ⓒ평화문화재단

통일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는 '역사적으로 한민족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불필요한 이유로는 '사회가 혼란스러워 질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우세했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는 ‘한민족이기 때문에(39.8%)’가 가장 많고, 이어 ‘전쟁 위협 등 불안감 해소를 위해(20.3%)’, ‘선진국 도약을 위해(17.9%)’,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11.1%)’순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로 내려 갈수록 ‘한민족이기 때문에’라는 역사적 정체성 관련 응답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30%는 이유에 대해 ‘사회혼란(45.5%)’, ‘경제적 부담(32.5%)’, ‘북한체제 이념에 대한 거부감(16.6%)’ 순으로 꼽았다.

여론조사 결과 우리 사회의 통일 준비 정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9.7%만이 잘돼 있다고 평가했고, 매우 잘 되어 있는 0.4%에 불과했다. 별로 잘 돼 있지 않거나(68.6%) 전혀 잘 돼 있지 않다(21.7%)는 등 부정적의 의견이 91.3%에 달했다.

통일의 장애요인으로는 ‘통일 비용(82.8%)’, ‘북한의 군사적 위협(82.4%)’, ‘남북한 차이/갈등(80.8%)’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언제쯤 통일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20년 이후(48.5%)’에나 통일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종교별로는 원불교 신자층(57.1%)이 종교인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통일 시기가 더 늦을 것이라고 답했다.

통일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과 통일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비교 평가했을 때 10명 중 6명 정도가‘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봤다.

통일비용 준비 필요성에는 10명 중 6명이‘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통일 비용 마련방안으로‘국가예산의 일정부분을 적립’해야 한다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한 세금(일명 통일세)을 징수하는 방안은 44%가 동의했고, 세금을 낼 의향에 대해 40%, 그 비율로는 월소득 1% 미만이 가장 많았다.

▲ 북한 정권 및 지도층 평가(왼쪽)와 북한 주민 평가. ⓒ평화문화재단

북한 정권에 대해 ‘부정평가’가 우세한 반면,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긍정평가’가 더 우세했다.

북 정권과 지도층에 대해 93.8%가 매우 부정적(54.7%)이거나 다소 부정적(39.2%)이었다. 북 주민에 대해서는 58.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신이 속한 종교의 통일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거나(13.7%) 다소 높은 편(42.4)으로 본 종교인들이 56.1%였고 관심도가 낮다는 평가는 43.8%였다.

종교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민족화해 노력을 통해 남북한 사회 이질성 해소’를 꼽은 비율이 ‘51.0%(1+2위)’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급변 사태 시 사회복지 차원의 대책 마련(40.5%)’ '인도적인 대북 지원(33.3%)’‘남남 갈등의 해소(30.1%)’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인들은 정부가 종교계의 통일 노력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항으로 ‘인도적인 남북교류 허용 및 편의 제공(56.2%)’이 우선적인 과제로 인식되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 ‘통일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54.9%)’를 꼽았다.

반대로 종교계가 정부의 통일정책에 협력해야 할 자세로는 ‘사전 역할 분담을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67.6%)’는 의견이 가장 높았고, ‘정부의 모든 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60.0%, ‘종교계의 관심에 부응하는 경우에만 협력해야 한다’ 40.5%, ‘종교는 정부와 별개로 독자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 25.8% 순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일방적인 협력보다는 상호 분담, 상호 역할의 존중을 중요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종교의 통일기여 방안. ⓒ평화문화재단

평화문화재단의 박문수 상임연구원은 "△통일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 인식이 낮고 △통일비용과 같이 구체적인 준비에 대해 소극적인 면모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분해서 평가하면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 강조 △종교계의 통일준비 실태도 정부 못지 않게 미흡하는 점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 상임연구원은 "무종교인에 비해 종교인의 태도가 대북지원 협력에 대해 호의적인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하고 있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에 대해 종교인의 인식대도를 보여주고 있어 정책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종교인만을 대상으로 통일 전반에 관한 최초의 설문조사이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평화문화재단은 오는 11일 견지동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3층 교육장에서 종교언론협의회 회원을 대상으로 종교계 통일공론화사업 공동세미나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