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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살아갈 권리를요. 이건 의무이기도 해요.
지구 생명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서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니까요.
인간과 동물이, 인간과 식물이, 인간과 인간이 말이에요.
우리는 동물과 식물과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마주해야 해요.
얼굴을 마주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해요.
이선주, 길상효, 최영희 작가가 마음을 모아 쓴 『너를 만났어』에는
그들의 목소리와 그들을 향한 눈부신 응원이 담겨 있어요.
이 책은 이선주, 길상효, 최영희 작가가 ‘생명 존중’이라는 키워드로 쓴 생명 존중 앤솔러지예요.
이들이 바라보는 생명과 그 생명의 이야기는 놀라우리만치 다양하고 섬세하며 그리고 다정해요.
곁에 있지만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던 작은 생명들의 소리 없는 몸짓을 이만큼 잘 담아낸 책은
또 없을 거예요.
이들이 들려주는 하하 호호 가슴 찡한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늙은 개와 어린 새 주인의 좌충우돌 동거기 「빗자루는 하나뿐」
이선주 작가가 쓴 『너를 만났어』의 첫 번째 이야기예요.
어리고 귀여운 강아지가 갖고 싶어 한 푼 두 푼 용돈을 모아 마침내 마음에 꼭 드는 강아지를 사게 된 아이가 주인공이에요. 알고 보니 그 강아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개였지만요. 사기를 당한 게 분하고 억울하지만 그래서 개를 몰래 버릴 계획도 짰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는 게 함정이었죠.
개를 버리려는 자기 모습이 마치 엄마와 이혼하고 엄마에게 자기를 버려두고 간 아빠 같았으니까요.
늙고 병든 개 빗자루와 그런 빗자루가 못마땅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시중을 들게 된 주인공의 좌충우돌 동거기를 읽다 보면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아주 작은 인사들」
길상효 작가가 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군인인 아빠 때문에 반복되는 전학에 지친 슬아가 주인공이지요.
이번 전학은 마치 게임의 끝판왕 같았어요. 엄마가 좋은 학군에 욕심을 내고는 1년짜리 전학을 시켰거든요.
그래서 슬아는 보란 듯이 학교생활을 힘들어하겠노라 다짐을 했죠. 하지만 말없이 민들레꽃을 주고 간 같은 반 연우와 죽은 나무가 살아 있다고 우기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아주 작지만 소중한 것들과 마주하게 돼요. 나무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들을요. 나무에 구멍을 뚫고 사는 벌레들, 가지에 줄을 치고 사냥하는 거미들, 나비가 잎에 낳은 알과 자라나는 애벌레들, 그 애벌레를 잡아먹는 새들, 가지에 튼 둥지와 그 안의 새알과 어린 새들……. 그리고 마침내 죽은 줄만 알았던 나무에서 가져온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새잎이 나는 것을요.
허술한 탐정단과 수상한 중학생의 밀고 당기기 「뭐허냐 탐정단과 수상한 중학생」
최영희 작가가 쓴 마지막 이야기예요.
큭큭 웃음이 새어 나오다가 코끝이 찡해지는 코지 미스터리 소설이지요.
황제빌라의 놀이터를 작전 본부로 삼고 사건을 의뢰받는 뭐허냐 탐정단의 첫 사건을 다루었답니다. 탐정단을 만든 뒤로 단 한 건의 사건 의뢰도 들어오지 않아 만날 놀이터에서 놀던 5학년 희아와 2학년 찬이는 마침내 수상한 냄새가 나는 중학생 언니를 만나게 돼요. 남의 빌라 1층 현관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도둑’을요. 그런데 자꾸만 도둑이 아닌 것처럼 구는 거 있죠? 남의 빌라에 택배 기사를 따라 몰래 들어가서는 물건은 안 훔치고 마냥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 대던 찰나, 늘 분노에 차 있는 쥐방울만 한 치와와 타이거가 짖는 소리가 ‘왕왕!’ 울려 대지 뭐예요. 이크, 물리기 전에 잽싸게 도망쳐야 해!
장편 소설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소설 『맹탐정 고민 상담소』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와 동화 『그냥 베티』, 그림책 『바위를 껴안은 호텔』 『외치고 뛰고 그리고 써라!』와 <태동아 밥 먹자> 시리즈를 썼습니다.
엄마가 되어 어린이 책을 다시 손에 쥔 이후로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태양의 여자예요』 『점동아, 어디 가니?』 등을 쓰고, 『산딸기 크림봉봉』 『살아남은 여름 1854』 등을 옮겼습니다. 중편 소설 「소년 시절」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동화 「깊은 밤 필통 안에서」로 제 10회 비룡소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일을 제일 못하는데, 억지로 앉아서 글을 씁니다.
대신 원고료가 들어오면 문방구로 달려가서 예쁜 펜과 엽서, 스티커를 사고 종일 돌아다닙니다.
지금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길가에서 마주친 아이들 모두가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장편 소설 『꽃 달고 살아남기』로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단편 소설 「안녕, 베타」로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알렙이 알렙에게』 『써드』 『인간만 골라골라 풀』 등이 있습니다.
“동물은 생명이야. 물건처럼 사고파는 게 아니야.” 버릇없어 보일 걸 알았지만 나는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애견 숍에 가면 개껌 옆에서 개를 팔고 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런데도 사고팔 수 없다니? 이건 마치 강아지를 보고 고양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_10쪽
할머니 편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파트에서 계획한 일을 할머니가 막는 건 잘못인 것 같지만, 나무를 놓고 흉물이니 재산이니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해 보였다. “맞아, 아파트 값에 당연히 뷰도 포함이지.” 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 뷰라는 건 경치라는 뜻 같은데 돈을 주고 사면 뷰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_62쪽
“생각 병이 도진 중학생이구먼.” “생각 병이 도진 게 뭐예요?” “뭐긴, 혼자 생각에 빠져서 몇 시간이고 제자리에 멍 하니 앉아 있는 거지.” “그럼 수상한 점은 없는 거예요?” “수상할 게 뭐 있어. 저맘때 애들 종종 그려.” 희아와 찬이는 탈래탈래 놀이터로 돌아왔다. 생각 병이 도진 중학생한테는 벌써 흥미를 잃었고 아까 하려던 일이나 하기로 했다._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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