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광용 소설가 씀] "간담상조 (肝膽相照)"
ㅡ서로 꾸미거나 감춤 없이 마음의 문을 열고 사귐ㅡ
중국에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하면 한유. 유종원. 구양수. 소식. 소순. 소철. 증공. 왕안석 등 대문장가를 일컫는다. 당나라 때는 한유 (韓愈)와 유종원은 당나라를 대표하는 대문장가로 알려져 있는데,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고문진흥 운동을 제창한 문우였다. 세인들이 그들의 성씨를 따서 '한유(韓愈)라고 했을 정도로 막역지우(莫逆之友) 관계였다.
유종원은 잘못된 것을 보면 못 참고 바른 소리를 잘 했는데, 반대 세력 대신들의 반발을 사서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영주를 거쳐 유주 자사로 옮기는 등 13년간 지방을 돌다가 끝내 중앙관직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였다. 이때 한유는 유종원의 묘비명을 지으면서, 그의 우정에 감동하여 글을 남겼다. 다음 글은 그 일부분이다.
"시람이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참된 절개와 의리가 드러난다. 평소에는 서로 그리워하고 같이 술 마시며 놀고 즐겁게 웃는 것이 마치 간과 쓸개를 내보여주는 듯이 하면서 죽는 한이 있어도 우정만은 변치 말자고 맹세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있은면 언제 봤냐는 듯 외면한다. 말은 제법 그럴듯하지만 일단 털끝만큼이라도 이해관계가 생기는 날에는 눈을 부릅뜨고 언제 봤냐는 듯 안면을 바군다. 더욱이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깊이 빠뜨리고 위에서 돌까지 던지는 인간이 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유는 유종원의 의리와 우정을 강조하기 위해 먼저 다른 사람들의 비정한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 글의 '간과 쓸개를 내보이는'이라는 문장에서 '간담상조 (肝膽相照)'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인체에서 간과 쓸개는 아주 중요한 장기로, 서로 아끼는 중요한 것을 보여줄 수 있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변치 않는 우정 관계일 때 상징적으로 쓰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간과 쓸개를 다 빼내 보여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를 가리켜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