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선님의 운명?
평범한 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렸다. 이게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다. 이때 가족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누이동생도 모두 외면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사과를 잠자에 던지면서 밖으로 못 나오게 문을 쳐 닫는다. 잠자는 결국 사과에 맞은 상처가 덧나 목숨을 잃고 마는데, 평자들은 이 소설이 인간의 불안 심리를 표현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이다.
변신은 1916년도에 발표되었다. 이때는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이기도 하다. 주인공 잠자가 직장에 다니며 탄 급료에 식구들이 모두 매달려 연명하고 있었으니 전쟁에 대한 불안에 더해 생계에 대한 불안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시대적 배경과 가족 구성 내용을 볼 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르트르는 이 소설을 실존주의 문학의 한 갈래라 했다지만 잠자에게서 실존에 대한 몸부림은 보이지 않는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의 모습을 존재자, 존재, 현존재로 나누어 설명했다. 존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존재는 존재자들이 존재하는 모든 행태로, 현존재는 존재가 현재 떠맡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 규정하면서, 인간은 다른 모든 존재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수동형의 피투(被投)라 하면서, 다른 한편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걸 기투(企投)라 했다. 결국 피투를 기투로 변신하는 것, 그게 실존인 셈이다.
코로나에 걸려 닷새째 집에 들어앉아있다. 나보다 먼저 딸이 걸려 들어와 앓더니 아내가 앓고, 이어서 내가 앓게 되었는데, 그러저러해서 외부와 단절한지가 통산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내가 성할 때는 가족들 돌보느라 그게 생존의 목적이었는데 나에게 확진이 떨어지니 스스로 격리하여 약 복용하고 누워 앓는 게 일이 되었다. 내가 병을 만들어 냈나? 병을 불러들였나? 알 수도 없는 경로로 나는 코로나 환자로 피투(被投) 된 셈이다.
나는 오늘도 피투에서 기투로 변신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부림쳐보지만 세월은 내 남은 시간만 갉아먹는구나. 그래도 이웃에 글벗들이 있기에 이런 푸념이라도 하면서 말 걸기를 해본다. 나처럼 코로나 확진 판정받지 말라고. 나처럼 체력을 엉뚱한 데에 다 소모해 헐떡거리지 말라고. 이게 당분간의 나의 유일한 기투다.(지난날의 단상 중에서)
운선님이 파란만장한 생애를 소개했다. 성장과정, 결혼과 이별, 자식 양육 등, 그리고 현재 살아가는 형편을 소개했다. 하이데거가 말한 피두와 기투의 연속인데, 우리는 이런 글을 통해 위로하고 위로받고 공감하면서 카타르시스도 느낀다. 비극을 보는 목적이 그런 게 아니던가. 그게 이곳에서 어울려나가는 방식인 거다.
어울려 나가는 방식의 하나로서 비온뒤님은 시지프의 신화를 소개했다. 굴러 내리면 끌어올리고, 또 굴러 내리면 또 끌어올리고... 이게 시지프 신화의 끊임없는 기투다.
운선님은 생애의 전부를 속속들이 소개한 건 아니다. 큰 흐름만 표현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대개는 잘 견뎠다면서 위로를 하고 있지만 나는 이와 달리 현재의 상황이 괜찮지 않으냐고 화답했다. 건강하고, 글 쓰고, 그 글에 많은 공감을 거두고 있고, 대학에 진학해 학업에 매진하고 있고, 아들이 취직해 월급을 받아오고, 최근엔 보너스를 받더니 그중에서 1백만 원을 주더라니 이만하면 괜찮지 않은가. 더구나 회원정보를 보면 56년 생 잔나비띠이니 43년생 양띠인 나보다 4천8백 일이나 젊으니 천일야화를 다섯 번이나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아니한가. 시간이 기회요 꿈이요 희망이니 그렇게 말해본다. 운선 여사여, 전도 양양하시라!
첫댓글 나이 차는 별반인데
장히 견뎌온 그녀의 단단한 생활력에
한없이 작아지고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스스로를 짚어보기도
한답니다.
석촌님.
가족이 코로나로 고생 하시는군요.
한참 창궐할 때는 과연
마스크 벗을날이 오기는
할것인가 염려하였는데
지금은 다만 시간 문제일 뿐
크게 몸이 상하진 않는가 보아요.
석촌님 마음마저 가라앉지 않도록
부추기시고
언능 떨치고 나오셔요.^^
오잉?
요즘도 당구 열심이죠?
전에 3백이라 하던데
요즘엔 4백?
여하튼 재미있게 지내시길~
운선님은 이미 피투에서 기투가 된 승리자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는 아직 피투와 기투를 오가며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선배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
비온 뒤엔 항상 쾌청 아닌가요?
만사 여의하시길^^
저는 아직 운선님 글을 읽지 않았습니다
왠지 마음이 울적해질 거 같아서지요
얼마 전에도 비슷한 글을 읽었거든요
멋진 위로의 댓글 읽고 갑니다
지난 날의 단상 중에서란 단서를 보고
코로나는 지나 가신 걸로 이해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과정을 세필로 표현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감기 독감 코로나는
자주 침입하네요.
지금은 괜찮지만요.
역시
석촌님이십니다.
석촌님의 응원과 격려글에
운선님께서
으쌰으쌰 하시면서
불끈 더 큰 힘을 내실 것 같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지금 좋으면 괜찮은거니까요.^^
맞아요.
지금 좋으면 좋은거지요.
글이란 이렇게 소통과 공감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좋습니다
저는 벗어날 수없는 가난이 지겨워 글을 썻고 글을 쓰므로 가난에서 사치를 경험했습니다 가난한 글을 써도 웬지 고급진 기분 사치하는 느낌 오만해지고 배짱이 생기는 느긋함 그 후론 초라해지려 하면 빛나는 곳에 거하려 글을 썼답니다 석촌님 그리고 응원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글 많이 쓰고 빛나는 곳에
거하길 바랍니다.
석촌 님의 글이 운선 언니한테
너무도 큰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빛나는 글로 격려를 해주시고요.
두 분 참 멋지십니다~!!
네에 고마워요.
삶방에 참 멋지구 존경스런 분들이 많네요~~주옥같은글 감사해요 석촌님!!^^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그리고 읽고 나서 전해져오는 느낌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궁금한 문장의 뒷이야기들을 찾아보고 기억에 저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승리자 중 승리자인 울운선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늘 큰 박수로 울운선님 삶을 응원하는 사람들 중 저도 한 사람에 속합니다. ^^~
운선님의 삶의 승리는 존경받기에 마땅합니다.
온갖 고난에도 굴하지 않으신 의지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두 자녀를 끌어안고 품어내신 모성애로
오늘날의 안정과 평안함을 이루셨지요.
이렇게 깊이있는 좋은 글로 삶방에 가치를 더해주시고
여러 회원들을 글을 통해 격려하고 응원해주시는 석촌님을 존경합니다.
존경스러운 두 분께 늘 감사드립니다! ^^
저야 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