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렌넨은 한때 라인하르트의 상관이었으며 라인하르트의 상관들 중에 공정했던 얼마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작중에선 유능한 제독으로 평가받으며 한때 부하였던 라인하르트와 상하관계가 바뀌었음에도 상관의 말을 잘 듣는 인물로 보입니다.(최고 명령권자가 바뀌긴 했는데 이건 뭐 딱히 중요한건 아니니 패스) 유능한 인재만 쓰는 라인하르트 밑에서도 중용된 것을 보면 유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비록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과 라이가르 성역 회전에서 졌지만 상대가 양 웬리라 이걸로 렌넨캄프의 실력을 척도할 순 없습니다. 딱히 심하게 진 것도 아니고.)
그러나 렌넨캄프가 하필이면 양을 만나서 유능함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는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은영전을 보다보면 렌넨캄프는 다른 쪽으로 무능한 제독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이것에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지나친 무인적 사고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도중 로이엔탈은 양 웬리가 자진해서 이제르론 요새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렌넨캄프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렌넨캄프의 식견에 큰 문제가 있는 말은 아니지만 그 뒤 로이엔탈이 전장이 이제르론 회랑에 국한될 때에야 이제르론 요새의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고 지금은 이제르론 요새를 사수하는 것 따위론 전황에 아무짝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걸 양 웬리도 잘 알 것이라며 양 웬리가 이제르론 요새를 포기할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줍니다. 여기서 렌넨캄프가 납득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렌넨캄프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문제가 없다 할 수 없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로이엔탈의 말에 렌넨캄프는 동맹이 멸망해도 이제르론이 무사하다면 양의 무인적 체면이 서지 않겠냐고 반론합니다. 일단 동맹이 멸망한다 해도 이제르론을 사수하는 양의 입장상 이제르론이 무사하다면 양의 전술적인 능력이 충분히 세우지므로 어떻게 보면 렌넨캄프의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맹정부가 이제르론으로 천도를 시도하는게 아닌 이상 하이네센이 점령당하면 동맹은 끝장이고 이제르론이 건사한 것과는 별개로 전쟁이 끝나게 됩니다. 동맹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양 함대는 그 세력이 유지되기는 커녕 줄어들지 않는 것도 다행일 신세로 전락할 것이며(먼 기간을 내다보면 새로 함선 건조하고 함선 개발하고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막대한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결국 전술적으로는 승리해도 전략적으로는 패배하므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 것이 되며 또한 후세에는 개인적 무훈에만 눈이 멀어 국가를 외면한, 무인으로서의 기본도리도 모르는 인물로 취급될 것입니다.
즉 렌넨캄프의 말은 확실히 문제가 많습니다. 국가에서 군 조직과 군인의 존재의의를 감안하면 본질적으로 일개 개인의 무인적 체면이 아니라 국가의 안위와 존속이 우선이나 렌넨캄프는 거꾸로 뒤집어서 생가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골덴바움 왕조가 망하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흐려져도 딱히 이상할 건 없지만 그래도 군대의 기본 본질임을 감안하면 렌넨캄프가 과연 좋은 제독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2. 전장 외에서의 능력의 여부
렌넨캄프가 유능하다는 평에 비해 실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전투에서의 결과는 상대가 양이라서 이해되는 것도 있고 그렇게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도 아니니 그런대로 중박은 쳤다고 볼 수 있지만 전투 외에서는 지나친 무인적 사고 때문에 전략적인 판단이 흐려지는 것으로 보아 전략적인 능력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지만 그것 말고도 문제가 있습니다.
군대는 결코 전장에서 싸우는 것만이 일이 아닙니다. 전투에서 이겨서 얻은 땅을 임시로 관리하기도 하고 현지 주민들을 도움을 받거나 하는 인사작전도 있으며 특히 2차대전 직후 독일, 일본, 한국 등의 미군정이나 소군정처럼 점령군이 임시로 통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군인에서는 전술, 전략적 식견 외에 정치적인 능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렌넨캄프는 이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무능합니다. 말이 외교관이지 실질적으론 총독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자신들과 동맹 시민을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고(동맹시민들이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양에 대한 열폭만으로 월권을 저지르는 등 유능하다는 사람이 맞냐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렌넨캄프의 후임(?)격인 로이엔탈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드러나는데 로이엔탈은 비록 군인이지만 정치적 감각도 있어서 동맹시민들을 달래주려는 여러 조치를 취했고 노이에란트 전역에서 우주의 반쪽이 들고 일어난 대규모 내전이 벌어졌음에도 노이에란트의 상황이 특별히 나빠졌다는 언급도 없는것으로 보아 로이엔탈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로이엔탈도 응웬 킴 호아 광장 사건이라는 일을 겪었던걸 감안하면 제국의 군인으로서 동맹시민들을 통치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걸 보여줍니다. 그러니 반대로 렌넨캄프는 더더욱 실패한 인사인 것입니다.
'군인이 전장에서는 유능한데 행정에서 무능한 경우'를 현실에서 하나 들어보자면 한국 미군정의 사령관이었던 존 리드 하지입니다. 하지는 2차대전에서 활약하였는데 대령에서 중장까지 진급하는데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유능했고 미군정에서 실책을 저질렀지만 52년에는 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평을 가장 깎아먹은 미군정 시기의 평은 좋지 못합니다. 건준을 해산하기도 했고 여운형에게 Japs(쪽바리)에게 돈을 얼마나 받아먹었냐는 소리를 하지 않나 당시 한국인들에게 별 인기도 없는 한민당과 결탁하질 않나(한민당은 지주 중심이고 친일부역이 있어서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익 인사들과 잘 지내는 것도 아니라서 이승만, 김구와 갈등을 빚기도 했고 그 외에 망언도 많이 남겼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고양이와 같은 민족이다.'
'왜놈을 다루는 것은 간단하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약달당하고 매를 맞았다고 떠들어대지만 증거가 없고 이들보다 더한 멍텅구리는 없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국)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강간하고 약탈하고 살인했다. 그들은 사람을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니 당시에도 평이 좋지 못해서 'The seoul times'에서는 차라리 어느 보르네오 섬 추장의 통치를 받는게 더 낫다고 깠으며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인에 대항해 미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은거나 다름없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경제문제, 민생문제에서도 실패해서 성급하게 가격자유화를 취했다가 물가가 폭등했고 이러한 결과에 이전의 조치는 철회했지만 끝내 물가를 잡지를 못했으며 경북에서 콜레라가 돌 때도 봉쇄조치만 취하고 생필품, 의약품 지원이 미진하여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민중봉기를 유발했으며 적산불하을 미숙하게 처리하고 토지개혁은 안 하고 4.3사태를 키우는 등 하는 일마다 똥볼을 차서(성공한 것이라곤 소작료를 크게 낮추고 문맹률을 크게 떨어뜨린 것 정도) 미군정에 협조적인 우익 인사들도 하지를 싫어했고 현재에는 하지가 남북분단을 고착화시켰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본인도 이 시절이 흑역사인지 훗날 내가 민간인이었다면 아무리 많은 돈 줘도 안 맡았을 것이라 회고했다 합니다.)
이렇게 딱 전장에서만 유능한 군인이 전장 이외의 분야를 맡을 경우 그 결과는 참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렌넨캄프를 임명한 것은 라인하르트고 하지를 임명한 것도 상부였던 만큼 어떻게 보면 적절치 못한 인사를 임명한 상부의 책임이지만 적어도 그들이 전장에서만 활동해야 하고 그 외에는 쓸모없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미터마이어의 렌넨캄프에 대한 평은 그는 유능하지만 소장이나 중장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평가는 나름 정확한데 렌넨캄프의 전술적 능력은 우수하다고 평가받지만 그 외의 모자란 점들을 감안하면 소장이나 중장 정도면 분함대 혹은 함대 사령관 수준이므로 상관의 명령하에 개인의 전술적 능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만 대장이나 상급대장처럼 그 이상으로 승진하면 휘하에 같은 함대사령관인 중장 혹은 대장까지 지휘하게 되어 전체 전장을 총괄해야 하는데 일개 함대사령관으로서는 개인의 전술적 식견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전체 전장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으로서는 전략적 식견도 필요한데 그엑 그런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니 미터마이어가 소장이나 중장에 그쳐야 한다고 평가한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