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물러날 곳도 없었고 시달릴 만큼 시달렸다고 생각한 그녀는 이윽고 항암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는 대상포진이라는 살인적인 통증에 또다시 시달리게 된다. '엘러펀트 우먼' 이 되어버린 그녀는 몸의 왼쪽에 돌기들이 돋고 짓물러 그곳에 얼마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닿기만 해도 아팠던 것이었다. 뼈만 남은 오른쪽 어깨를 쿠션을 몇 장씩 포개서 받치고 겨우 잠은 청하는 당시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왼쪽 어깨 쪽으로 누워서 자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나중에 건강만 되찾으면 평생외모에 대해서 결코 아무런 불평없이 살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자연식의 효능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내 몸의 자생력을 믿게 된 그녀는 자신의 삶을 향한 놀라운 계획이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한 결과 드디어 음식에 대해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무슨 음식이든 맛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새록새록 감사하며, 하루하루 먼지만큼씩 나아간다는 희망으로 터널 저쪽 끝에서 들어올 빛을 기대하며 정신적, 신체적 내공을 키웠다.
삶에 대한 신뢰로 그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시간들을 견뎠다는 것, 아니 그저 하나님께서 내 등 뒤에 계신 것만으로 행복했었노라고 그녀는 고백한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그녀는 아주 조금씩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곧바로 대학입시 공부를 하는 것을 성급하다 싶어 집에 있는 낡은 영어사전을 펼쳐 노트에 적었다. 두꺼운 노트 두권에 영어 단어 3만여 개와 그 뜻을 모두 적고나니 그 사소한 노동만으로 오른쪽 손등 전체가 파랗게 멍이 들었다. 그렇게 옮기기 어려운 걸음을 한 발 한발 옮기며 세상에 나아가고 있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입학원에 등록을 하고 몸이 가자면 학원을 가고, 몸이 못가겠다면 가지 않으며 몸의 신호가 진심인지 꾀병인지 스스로 예민하게 감시하며 또 한없이관용을 베풀며 생활을 꾸려간 그녀는 서울 대학교 음악대학에 합격했다.
한시 미션 삶의 미션
대학 생활 중 농촌오지 , 도시빈민, 소년소녀가장, 장애우를 향한 구체적인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한시미션을 만난것은 그녀의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었다. 대학 4년 동안 봉사활동을 통하여 인생의 목표를 ' 이웃을 사랑하는 일' 이라고 정리하게 된 것이다. 매년 8월 둘째 주가 되면 그녀는 한시미션 봉사자들과 함께 시골오지를 찾아가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당시 그녀는 다른 이들처럼 땡볕을 뛰어다닐 체력이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년 가서 그녀가 할 수 잇는 일을 찾아 하였다. 병석에 누워계신 할아버지의 눈곱을 닦아드리고 바를 주물러드리고...
매년 겨울에는 그 오지에 사는 꼬맹이들을 서울로 초대하여 손에서 땟국이 나오도록 서로 손을 잡고 서울 구경을 하고 한 이불 속에서 지내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한시미션의 봉사활동을 통해 겸손과 배려에 대해 알아갔다. 갚은 능력없는 자들에게 먼저 주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진정한 섬김이라는 것을 배운것이다. 세상을 향한 진정한 사랑과 섬김을 행하는 것은 그녀에게는 과람하지만 도전을 주는 기회라고 했다. 봉사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대는 그 봉사의 시간대가 기준이 되어서 더 잘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시간들이 되어간다고 했다.
--인생의 목표가 정해지고 그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으면 하루를 살다가 죽더라도 억우라지 않다.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면 피아니스트가 되기전에 죽거나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인생의 의미가 없어진다. 정말로 불쌍한 인생이다. 나도 불쌍한 인생이 될 뻔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다행히도 '무엇'이 되는 것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무언가가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사는냐가 인생의 목표가 될 때 인생의 연수나 지위의 고하, 물질이 있고 없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한시적 삶을 인정하면서도 넉너가게 살 수 있다---
그녀는 너무나 신나는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고 외친다. 나만을 위해 사는 인생이라면 그리 애써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단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 다짐한 까닭에 자다가 누가 옆구리를 찌르면서 인생의 목표가 뭐냐고 물어도 저절로 답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그녀 인생의 판이 새로 짜여지는 희열에 빠진다. 하지만 그 수단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그녀에게 한시미션의 조병호 박사는 꿈같은 말을 건넨다. 사법시험에 도전해 보라고...
사법시험이란 것은 그 때가지 그녀의 삶에서 단 한번도 생각 또는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사법시험 너무나 유용한 그녀의 삶의 도구로 다가온 것이다. 이웃 사랑이라는 의미있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라면, 그 수단 자체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도 목표 달성에 못지않은 의미가 부여되어야 했다. 구조와 개인 양면으로의 접근이 간응할 때 이웃에게 진정한 기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이란 잘만 사용하면 적절한 도구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의 겁없는 도전은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고 이미 세워놓은 목표를 향한 또 다른 수단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 음악을 하다가 왜 법으로 바꾸었어요? 라는 질문을 들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살면서, 살아가면서 답변을 삶으로, 실천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면한 것은
--사람은 다음과 같은 두 유형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인생이라는 톱니바퀴에 자기 자신이 중심축이 되어 혼자 열심히 톱니바퀴를 돌리다가 톱니바퀴가 뻑뻑해져서 잘 안돌아가게 디면 그때 기름칭를 하기 위해 이웃을 , 또 다른 존재를 끌어들이는 유형이다. 도 한 유형은 , 이세상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구석구석 기름칠이 필요한 곳에 가서 기름이 되는 사람, 그래서 그 톱니바퀴가 이웃의 기쁨이 도도록 잘 돌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사람들은 이 두 부류 중 어느 한 부류에 속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두 번째 유형의 삶을 택하고 좋아하고 바라게 되었다. 두 번째 유형의 삶은 고난 앞에 허둥대지 않고 건강의 있고 없음에 연연하지 않는다. 삶을 향한 '열심'이 있을 뿐 '욕심'은 부리지 않는 다. 어지간한 폭풍에도 끄떡없다. 나는 이미 수많은 과거 역사의 선진들과 동시대의 동역자들리 택한 두 번째 삶의 유형에들어선 것이 마냥 감사하다.---
그녀는 음대를 졸업하던 해인 1995년 여름에 신림동 고시원으로 간다. 그리고 3년 동안 준비한 후 1998년 1차 시험에 처음으로 합격과 동시에 서울대학교 법고대학 3학년에 편입하였다. 법조계의 현실이 그러했고 그보다 자신을 더욱 더 예리하고 쓸만한 도구로 만들 심산에서였다.. 어둡고 긴 터널을 거쳐 2000년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동시에 합격하고 그녀는 드디어 변호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