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볼레길(2)
(자갈치~송도윗길~암남공원~해안산책로~송도해수욕장~하얀등대~자갈치)
암남공원 입구쪽의 해변가의 넓은 주차장. 단순한 주차장으로만 사용하기 참 아쉬운 공간이다. 포장마차 횟집과 핫도그 파는 상점보다 유럽이나 북미쪽에 가 보신분들을 아시겠지만 그곳의 아름다운 워터프론트를 이곳에 옮겨 놓았으면 어땠을까. 커피색이나 오렌지색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면 푸른 바다와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나이가 지긋하게 들은 갯바위 낚시꾼에게 다가갔다.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대하다가 낚시에 대해 이야기 하자 마음이 풀어진다. 낚시꾼의 비밀창고를 열어보니 손바닥만 게르치 1마리와 학꽁치 3마리를 잡았다. 1시간 전에 팔뚝만한 감~씨(감성돔)을 올리다가 놓쳤다고 안타까워 게거품을 문다.
놓친 고기는 크게 보이는 법, 실제로 낚시꾼의 허풍을 진짜로 믿는 사람은 없다. 그들이 말하는 언어의 증폭은 항상 화려하니까...
현대인은 가슴 속에 여러 가지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이를 치료하는 좋은 약이 트레킹이다. 지나치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철 계단을 오르 내리다 보면 상처는 눈 녹듯이 사라져 갈 것이다.
솔직하게 감정을 토해내는 바다에게서 진정이 주는 감동을 배우고 나이를 꼽을 수 없는 저 무늬바위에서 기다림을 배우고 주인 없는 풀과 나무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주인이 되어 본다.
해안길이 끝나자 송도해수욕장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 제1호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개장 되었다.
고운모래와 송림과 빼어난 경관 덕분에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유명했다.
일등에 대한 자만심 때문인지 1980년대 후반부터 모래유실과 주변의 개발로 바다 수질이 나빠져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차츰 사라져 갔다.
지금의 송도해수욕장은 앞 바다에 힘찬 고래의 조형물과 도로의 옆 인공폭포 등 재 탄생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해수욕장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최적의 장소라고 곳곳에서 느끼게 해준다.
부산이 낳은 국민가수라고 할 수 있는 가수 현인를 기리는 현인 광장이 있다. 노래 부르는 동상 옆에 그를 소개하는 비석.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는 현인은 500여곡을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굳세어라 금순아, 신라의 달밤, 비내리는 고모령, 럭키서울, 서울야곡 등. 그의 노래가 계속 흘러 나온다.
중년이면 기억하는 거북섬과 5m 높이의 구름다리, 너무 출렁되어 연인들이 꼭 붙어서 건너 다녔다. 지금은 시멘트 다리가 놓아져 추억도 낭만도 모두 묻어 버렸다.
당시에 거북섬에 같이 연결되어 있었던 케이블카는 없더라도 구름다리만은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방파제 길을 따라가면 영도의 남항대교 인도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트가 나온다. 자갈치 뒷길로 가지 않으려면 남항대교를 건너라. 절영도해안산책로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연계해서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항해하는 선박에게 한 줄기의 빛이 되어 길을 안내하는 등대. 남항에는 두개의 등대가 있다. 영도 남항동에 소재 하는 빨간 등대와 남부민동의 하얀등대. 영도에 친척이 있었던 나는 빨간등대는 여러 차례 가본적이 있지만 하얀등대는 처음이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 등대는 남항에 미치는 큰 파도를 막아 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릴 낚시대를 던져 놓고 고기가 물든지 말든지 세월을 낚으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아저씨들이 지나가는 나를 보고 한잔하고 가란다. 그 분들의 인정어린 제의를 사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술 잘 못먹는 허당이기 때문이다.
남항을 관리하는 작업선에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타이어 밴드, 폐그물, 생활 쓰레기들이 가득하고, 철 없는 고양이는 생선비린 냄새가 배여 있는 그물통발 침대에서 단꿈을 꾸고 있다.
길은 인간 삶의 흔적이다. 길은 과거와 미래를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걱정을 털어 내며 길을 걷는다. 나는 새로운 일에 대한 낯설음을 극복하고 봄의 유혹에 흠뻑 빠져 보기 위해 그 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걸었다.
걷다보면 생각할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 외에도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대한 감동으로 에너지가 다 소진된 나는 자갈치 시장 안의 맛집으로 향했다. (끝)
첫댓글 예쁜길이지요 또 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