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난 1백 년 동안 서울의 겨울은 30일 짧아지는 대신 여름은 20일 길어졌다. 따라서 예전처럼 살을 에는 살인 추위는 드물다. 게다가 점점 더 고도화된 교통과 난방으로 추운 길거리에 던져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내부에 있으면 과한 난방 덕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지금의 현실. 이런 이유 덕에 겨울임에도 짧은 반소매 티셔츠를 재킷과 코트, 패딩 점퍼 안에 받쳐 입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에서 겨울 시즌까지 아침마다 무슨 티셔츠를 입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원피스도 있고, 포근한 니트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티셔츠일까? 아마 인간의 신체 본능 덕분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쾌적함과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해 티셔츠만 한 아이템이 없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티셔츠는 하나의 화폭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마구 바꿔대지 않는가. 그 수많은 매력 앞에 누구하나 낚이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티셔츠를 향한 열렬한 러브 콜에 올겨울에도 티셔츠는 다양한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찾아왔다. 견고한 바느질 선과 고급스러운 소재, 그리고 특유의 위트를 더한 채. 몇 시즌 전부터 티셔츠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소재는 바로 저지 소재. 티셔츠를 위한 가장 모범적인 소재는 코튼이지만 근래에는 몸을 살짝 감아주며 유연히 흐르는 실루엣의 티셔츠가 대세다 보니 그에 가장 적합한 저지 소재가 눈에 많이 띈다. 게다가 네크라인과 암홀, 스티치의 간격까지 따지는 섬세한 눈길 덕에 티셔츠는 나날이 일취월장 중이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에는 어떤 디자인을 눈여겨봐야 할까? 이번 시즌 티셔츠 키워드는 ‘위트’ 다. 서툴게 그린 ‘초딩식 그림’ 혹은 가슴에 팍 박히는 한마디 단어가 쓰인 유머러스한 티셔츠를 선택하면 된다. 위트 있는 티셔츠는 기존에도 있던 디자인인데 무엇이 신선한지 되묻는다면. 이번 시즌엔 이 티셔츠를 자신의 스타일에 함께 매치해야 한다는 것. 스키니와 데님 팬츠 매치는 이미 뻔한 이야기이고, 대신 드레이프가 우아한 원피스나 호블 스커트, 화이드 울 팬츠, 거기에 클래식한 트위드 스커트 수트 등을 더하자. 예를 들면 핸드 드로잉 티셔츠에는 얌전한 H라인 스커트와 빈티지 브리티시 무드의 재킷을 매치하고, 끊어진 진주 목걸이를 그린 티셔츠에 엘리건트한 디자인의 코트, 그리고 아코디언 스커트를 매치하는 것처럼. ‘아,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매치일 것 같은데?’라는 의구심이 들면 한번 실험해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위트 포인트 티셔츠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