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프로필 사진의 유래
젊은 시절부터 역마살이 끼었는지 나홀로 여행과 등산을 좋아했다. 술도 마다하지 않아 자다가도 뛰쳐나가 애 엄마의 속을 썩였다.
어느 해 더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제주도행 밤배를 탔다. 그날이 10월 31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10월의 마지막 날'엔 여행을 다니자고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며 '선상결의'를 하고 말았다.
그 10월의 마지막 날의 결의는 오랬동안 유지되었다. 눈덮힌 한라산을 다시 올랐고, 남해안의 섬여행을 갔었다. 봄꽃구경에 나섰고, 눈내리는 날 지리산 등산을 같이하고, 먼 산장에도 가족들과 머물렀다.
회원은 가족들을 제외해도 10명 가까이로 늘어났고, 근래까지 그 분위기는 남았으며, 지금은 코로나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몇년 후 젊은 친구들이 대마도를 가자고 제의를 해왔다. 두쌍(후에 알고보니 그런 사이...) 사이에 눈치없이 끼인 것이다. 그런데 젊은 자기들 사이에 매번 꼭 나를 끼우는 것은 무슨 조화였을까?
하여간...아침 일찍 차를 타고 부산항 부두로 갔다. 명색이 해외여행이니 출입국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아뿔사!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
내가 그곳에 내민 여권이 옛날 것이란다. 책상서랍에 옛날 것과 신규여권이 있었는데, 빠쁘게 서둘다 옛날 것을 들고 나와버린 것이다. 순간 군대생활 그 유명한 대사가 생각났다.
내가 왜 이럴까?
예전엔 안 그랬는데
군대와서 짬밥을 먹고나니
정신이 이상해졌나봐.
차가 떨어졌다고 장기판이 끝나는 것은 아닌 상황, 잘 다녀오라며 떠나는 연락선을 향해 씁쓸하게 손을 흔들었다.
이젠 뭘할까? 망설이다 나의 주특기인 나홀로 여행에 돌입했다. 먼저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고,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울산행 버스를 탔고, 언양에서 내려 석남사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내려 가파른 산도로를 따라 오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럴땐 쫌 청승맞다는 말이 어울린다. 애써 생각을 달리해 그들이 현해탄을 건너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빌었다.
석남터널에서 심호흡을 하고, 밀양을 향해 빠른 걸음을 걸었다. 등산을 다니며 눈에 읶은 길이라 추억이 되살아 났다. 가을 길가엔 사과들이 빨갛게 읶어가고 있었다. 석남사에서 밀양읍은 상당히 먼 거리다. 그러나 나에게는 젊은 시절부터 연마해 온 축지법이 있지 않은가? 그 기법이란건 다름없는 쉴새 없이 발걸음 내딛기다.
유행가 가사처럼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지친 모습으로 밀양읍에 도착하니 읍내는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점심도 굶었고 배가 심하게 고파와 터미널 근처 중국집에서 짬뽕 한사발을 금새 해치웠다.
경유지 마산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안은 나홀로라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때 반갑게도 여학생 하나가 차에 올랐다. 대화엔 거리감을 둘게 뻔해 휴대폰을 내밀며 사진을 부탁했다. 이거라도 건지자. 그게 나의 프로필 사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