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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代도 부동산 열풍 |
한국경제 2006-12-30 10:29:31 |
김명진씨(20.가명)는 2007학년도 수능에서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점수를 얻었는 데도 서울 소재 대학 부동산 관련 학부를 지원한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20대 후반 이하의 젊은층에 부동산 바람이 거세다.
건국대의 경우 부동산학과는 정치학부 중에서 최고 인기다. 정치학부에 입학한 뒤 2학년이 되면 전공을 정하는데 160여명 중 절반 이상이 부동산학과를 지망한다. 같은 학부에 소속된 행정학과와 정치외교학과가 주눅이 들 정도다. 복수전공과 부전공은 물론 편입과 전과로 부동산학을 공부하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대학원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대학원 진학의 메리트가 사라져 정원에 미달되는 학과가 나오지만,2007학년 부동산학과 일반대학원 경쟁률은 4 대 1을 넘었다. 부동산대학원은 8 대 1이나 된다. 단국대 도시부동산학과도 2007학년 수시1학기 모집에 15 대 1,수시2학기에는 1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신설한 부동산대학원 경쟁률도 4 대 1을 넘는 등 인기다.
부동산 개발업체도 인기다. 국내 수위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는 12월에 실시한 공채에서 25명이 최종 합격했는데 지원자수가 2700여명이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입사원의 면면이다. 합격자의 30%가 외국대학 학사.석사이거나 명문대 출신이다.
대형 건설업체 A사는 2006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이 무려 170 대 1에 달했다. 90명 모집에 1만5300여명이 지원한 것. 작년 지원자 수보다 1000여명이 증가했다.
심지어 건설업체와 개발업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주택 관련 부서의 인기가 높다. 건축,토목,플랜트도 예전의 명성만큼은 아니다. 최고 인기 부서는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분양팀과 사업팀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업체 B사 관계자는 "1월2일자 인사에서 사업팀으로 가겠다는 직원이 많아 애를 먹었다"며 "대리승진 대상자 3명과 고참사원 1명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젊은층에서 부동산 바람이 부는 데는 일단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이들은 회사 내 같은 직급이라도 부동산 유무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확연히 갈리는 직장 선배의 명암을 매일 지켜본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오미림씨(30.가명)는 "전세 사는 40대 선배가 올 가을 들어서부터는 풀이 잔뜩 죽어 있는 걸 보고선 남의 일 같지 않아 인터넷에서 부동산 관련 동호회에 바로 가입했다"며 "부동산 없이는 돈을 못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젊은이들은 돈벌기는커녕 정상적인 저축으로는 집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 저축해야 하는 기간은 갈수록 길어졌다. 올 1월만 하더라도 25평형 아파트를 사는데 5년7개월이 걸렸으나 11월에는 6년8개월이 필요하다.
20대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대의 주택대출은 올 3월 말 4조7318억원에서 11월 말 현재 5조3265억원까지 늘었다. 집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낀 20대 후반이 대거 내집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부동산강좌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도 젊은층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관련업체들은 올 들어 적어도 10%,많게는 20%까지 20대의 방문빈도가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부동산 관련사이트도 여전히 북적인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이 부동산에 몰리는 이유를 부동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 찾기도 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장은 "부동산이 금융산업 등과 결합하면서 과학화.계량화의 길을 밟아 젊은층의 거부감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