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하장(年賀狀)의 의미 ◈
연하장(年賀狀)이란 해 년(年)자에 하례 하(賀), 형상 장(狀)자를 쓰는데 글자 그대로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간단한 글과 그림을 담아 새해인사를 전하는 편지 또는 엽서이지요 그러니까 새해에 부모, 스승, 친지, 친구에게 직접 찾아가 인사드리지 못할 경우 간단한 문안의 서찰을 보내는 것으로 새로운 한 해의 희망과 소원을 이루기를 비는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이지요
연하장의 문구로는 영어권에서는 'Happy New Year'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동양권에서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나 '만사여의(萬事如意)' 등을 사용하지요 그런데 동양에서 1월 1일은 동지(冬至)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동지가 지난 시점 즉 낮의 길이가 가장 짧았던 날이 지나가고 점점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때이지요 서양에서도 지역적으로 이러한 새해맞이의 의미를 포함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연하장은 새로운 한 해를 함께 맞이하는 뜻과 더불어 해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따듯한 봄이 머지 않았다는 희망적인 표현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연유에서 '근하신춘(謹賀新春)' 또는 '공하신년(恭賀新年)'이라는 표현을 연하장의 문구로 사용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옛날 조선시대 때에는 세화(歲畵)라는 것이 있었어요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궐내에서 만들어 임금이 신하에게 내려주던 그림이지요 이는 행복과 장수, 자손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그림 이었어요 그러던 것이 조선 중기 이후에는 민가에서도 서로 세화를 주고받으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지요
음력으로 새해를 맞으면 집 안에다 붙이는 그림이 ‘세화(歲畵)’인데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그려진 그림이라서 연하장과 부적(符籍)의 용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어요 요즘에도 연말연시가 되면 평소 친분 있는 사람에게 연하장을 돌리듯이 조선시대에도 세화를 돌리는 풍습이 있었지요. 그럼 세화는 주로 어떤 그림이었을까요?
세화에 등장하는 동물은 호랑이, 해태, 개, 닭이었어요 호랑이 그림을 붙이는 장소는 대문이었는데 대문 앞에다 붙여 놓고 잡귀가 얼씬거리는 것을 물리치도록 하였지요
또 해태는 부엌문 앞에다 붙여 놓았어요 부엌의 가장 큰 문제는 화재였기 때문에 화재를 예방한다는 의미에서 해태를 붙여 놓았던 것이지요 해태는 상상의 동물이지만 물에서 사는 습성이 있어서 불을 제압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조선시대 때는 불이 많이 나는 곳에는 해태상을 설치했지요 광화문 앞 양편의 해태상도 경복궁 중건 도중에 자주 불이 나자 그 원인이 멀리 바라다보이는 관악산의 뾰쪽뾰쪽한 바위 봉우리가 오행상으로 화체(火體)인 탓이라고 진단하고 이 화체 봉우리를 제압하기 위하여 해태상을 만들어 놓았다고 하지요
또 개 그림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문이었어요 창고에 도둑이 들면 개가 짖으라는 의미였지요
그리고 닭 그림은 어디에 붙였을까요? 중문에 붙이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자녀들 공부방에 많이 붙였어요 닭의 붉은 벼슬(鷄冠)은 관료사회의 벼슬을 상징하였으므로 자녀들이 과거에 합격해서 벼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지요 닭 벼슬이 문(文)이라면 닭의 발은 무(武)를 상징한다 하지요 닭은 문무겸전(文武兼全)을 의미하기도 했어요 또한 닭은 아침 일찍 울기 때문에 자녀들이 일찍 일어나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뜻도 있었지요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까 고구려의 고분에서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망자를 지키는 수호신이었다면 조선시대 때에는 호랑이, 해태, 개, 닭이 산 사람의 집을 지키는 경보장치였던 셈이었어요
세화를 종이에 찍었던 판목(板木)이 서울 구기동의 삼성출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재질이나 상태로 보아 도화서(圖畵署)에서 제작하여 궁중에서 사용하던 물건이라 하지요 삼성출판박물관의 김종규 관장에 의하면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도 채색된 조선 세화가 걸려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세함(歲銜)’이라는 것도 있었어요 세함은 정초에 집안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집을 비웠을 때 찾아온 손님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놓고 갔던 것인데 이 세함이 지금의 명함의 유래가 되었다고 하지요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새해를 맞을때면 덕담(德談)과 새화(歲畵)로 무사안일과 무병장수를 빌며 서로의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소망하는 숭고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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