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를 이미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어제 고속도로 정체가 상당했다고 한다.
연휴 첫날을 맞으면서 가장 먼저 'E-LESSON' 내용을 수정하고 메일 발송 준비를 했다.
제작하는 연주 교본에 들어갈 악보와 팁 부분을 수정하고, 쉬면서 읽고 싶었던 책을
두 권이나 책상에 꺼내놓으니 오랜만에 쉼을 얻은 기분이 들어서인지 두통도 사라졌다.
연휴가 끝나면 쏟아질 일들과 해결 과제가 두렵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귀한 휴식이다.
수강생이 선물해 준 커피콩을 전동밀에 갈아서 다른 날과 다르게 정교하게 수평을 맞추고
이미 적당한 온도의 물로 커피잔을 데우는 것까지도 신경을 쓰고, 뜸 들이기 손놀림으로
흩뿌리고 기다리면서 10년을 꾸준하게 핸드 드립으로 익힌 감각에 스스로 감탄을 했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고, 거기서 얻은 감각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어쩌면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도하는 것이 조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내리는 것에 빠지고, 만년필의 필감도 꾸준히 느끼고 익혔으며, 블로그 쓰기도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잠시 틈이 생기면 한 편을 쓰고, 미리 비공개로 저장을 하기도 한다.
색소폰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원장님은 다른 악기는 못 가르치시나요?"묻고는 했다.
색소폰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는 드럼도 잘 치고, 일렉트릭 기타와 심지어 건반도
지도하고, 오카리나부터 못 다루는 악기가 없다지만 한 가지하기도 이렇게 오래 걸렸다.
자신의 분야를 더 확실하게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도 어쩌면 이유가 되었다.
색소폰 한 가지를 정확하게 지도하기 위해서 20년을 넘게 보냈지만, 지금도 필요한 공부가
많아서 다른 악기를 배워서 지도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고,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로스팅 역시도 드립을 10년 하고 그다음 단계로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도, 악기 판매도, 만년필 쓰기와 커피 드립도 모두 만 시간을 채웠다.
황금 같은 연휴에도 블로그부터 쓰고, 악기 수입과 관련해서 글을 준비했고, 모든 내용을
새로운 JFK(존 에프 케네디) 잉크로 적고는 커피를 드립 하는 것도 습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연휴에 선택한 책 제목이 '당신의 시대가 온다.( AGE OF YOU)' 그리고 읽고 있었던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으로 결국 일하고 연관된 내용들이지만 그래도 다른 날과
다르게 책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연휴가 주는 편안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 최소 40페이지 이상을 읽겠다고 시작한 독서도 10년을 이어오니 이제는 드라마 한편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한 권을 읽는 것만 보아도 만 시간의 법칙과 습관의 중요성을 느낀다.
더 열심히 지도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송인권의 색소폰 세상'을 책으로 내고 싶다.
색소폰을 통해서 한 남자가 배우고 느끼고 반성하고 그리고 그것을 연주로 표현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는 모든 과정을 예쁜 사진과 함께 담아내고 싶다.
연휴 첫날, 블로그 이웃 모두가 편안하고 기쁜 날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