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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조반나 베르가의 희곡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Cavalleria Rusticana>
대본 조반나 타르조니 토체티 및 메나시
초연 1890년 로마 콘스탄치 공연
배경 1880년경 여름 부활절날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
<2009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 / 70분 / 한글자막>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스테파노 란자니 지휘 / 그리샤 아사가로프 연출
산투차.....시골 처녀. 투리두의 애인..........................................파올레타 마로쿠(소프라노)
투리두.....군에서 갓 제대한 젊은 시골 청년................................호세 쿠라(테너)
루치아.....투리두의 어머니. 선술집 가게 주인.............................이레네 프리에들리(알토)
롤라........투리두가 군에 가기 전의 애인. 현재는 알피오의 아내.....릴리아나 리키테아누(메조소프라노)
알피오.....마부. 롤라의 남편....................................................치얀 데이비슨(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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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이 시대의 드라마티코 호세 쿠라, 베리즈모 오페라의 진수를 펼치다
현재 세계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는 누구일까? 새로운 스타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레퍼토리와 연륜을 감안했을 때 아르헨티나의 호세 쿠라(1962~)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난 세기의 위대한 드라마티코 마리오 델 모나코와 존 비커스를 합쳐 놓은 이미지의 쿠라는 거칠고 무례한 역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 또한 지휘자로서의 활동을 병행할 정도로 자기만의 독특한 음악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
그가 베리즈모 오페라의 대표작 두 편,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에 나란히 출연했다. 베리즈모 오페라란 치정으로 얽힌 암울한 상황을 그려낸 이탈리아 사실주의 오페라를 말하는데, 이 두 작품은 각각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남부를 배경으로 라틴적인 격정이 빚어내는 비극과 지중해권의 아름다운 풍광을 절묘하게 대조시키고 있다.
2009년 취리히 오페라 최신 실황이며 동 극장의 예술감독 그리샤 아사가로프가 직접 연출을 맡았는데, 암울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무대를 꾸몄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는 국내에도 팬이 많은 파올레타 마로쿠가, <팔리아치>에는 피오렌차 체돌린스, 카를로 구엘피가 호세 쿠라와 함께 출연했다.
○ 이탈리아, 특히 가난한 지역인 남부 민중들의 거친 삶과 원초적인 사랑을 소재로 삼은 것이 베리즈모 오페라다. 1890년대와 20세기 초에 붐을 이루었는데 이중 최초에 속하는 작품이자 내용이나 음악에 있어서도 가장 전형적인 걸작이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다. 한때 두 오페라는 하룻밤에 공연되는 것이 관례였지만, 연주시간을 빼면 실제 규모가 만만치않은 작품들이라 요즘은 따로 연주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역시 묶어서 보는 것이 제격이다.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주인공 투리두가 군대에 다녀 온 사이 옛 연인 롤라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마부 알피오와 결혼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투리두는 대신 산투차와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롤라가 다시 투리두를 유혹하자 그는 옛사랑에 빠져든다. 이를 질투한 산투차는 이 사실을 알피오에게 알리고 마는데...
○ <팔리아치>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늙은 순회극단 단장 카니오의 얘기다. 아내 넷다는 실비오라는 남자와 몰래 사랑을 나누다가 남편에게 들켜버린다. 카니오는 처절한 심경이 되지만 공연을 위해 억지로 광대 분장을 한다. 그런데 이들이 공연하는 희극이 바로 현실에서와 똑같은 내용이다. 카니오는 연기 도중에 실제와 연극을 분간하지 못하는 광기에 빠져 버린다.
=== 줄거리 === <1985 영화버전 영상물 내지 해설 / 정준호 번역>
부활절 일요일 아침, 시칠리아 어느 마을의 광장. 투리두는 제대해서 고향에 돌아왔고 사랑하는 롤라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녀가 이미 마부 알피오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산투차를 유혹한다. 투리두는 요염한 롤라의 애인이 되자 산투차를 버린다.
오페라는 관현악 전주곡으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투리두가 롤라를 찬양하는 세레나데가 들어 있다. 마을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 부활절 아침 인사를 한다. 산투차는 루치아에게 그녀의 아들 투리두의 소식을 묻는다. 그는 마을에 있지만 더 이상 그녀를 찾아오지 않는다.
알피오가 도착해 마을 사람들과 인사한다. 사람들은 부활절 찬가를 부르고 교회로 들어간다. 산투차는 몹시 마음이 상해 루치아에게 투리두가 자신을 버린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자존심을 잃었지만 그를 다시 찾을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투리두를 기다리고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롤라가 그들을 비웃고 지나가며 교회로 향한다. 산투차의 간청에 짜증이 난 투리두는 마침내 그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롤라를 좇아 교회로 간다. 알피오가 들어오자 화가 난 산투차는 그에게 아내의 부정을 얘기한다. 알피오는 화가 나서 복수를 다짐한다.
(교향적 간주곡)
사람들이 교회에서 쏟아져 나오고 투리두는 친구들을 술자리에 초대한다. 알피오가 들어오고 그는 투리두의 잔을 거절한다. 시칠리아의 방식으로 투리두는 알피오의 오른쪽 귀를 물어 결투를 청한다.
투리두는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자기가 돌아오지 못하면 산투차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싸우러 나가고 어머니 혼자 남는다. 후회와 절망에 가득 찬 산투차가 뛰어 나가지만 불행은 이미 일어난 뒤다. 투리두는 죽음을 맞는다.
=== 작품해설 === <2011년 2월 16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적나라한 현실묘사를 중시한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
1890년 5월 17일 로마 콘스탄치 극장에서 초연
오페라 중에는 귀족의 궁정이나 부호의 대저택을 무대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실제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오페라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넓은 홀, 고풍스런 가구, 번쩍이는 의상 등 일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세계에 관객이 쉽게 매혹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젊은 작곡가들은 오페라의 이런 소재와 무대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혁명과 전쟁, 산업화와 빈곤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는 고통이 가득한데, 오페라가 구시대의 광휘(光輝)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가난한 농어민, 노동자들의 삶을 소재로 삼아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현실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는 ‘베리스모(verismo. 진실주의 또는 극사실주의)’ 오페라를 개척했습니다. 문학사에서는 사실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자연주의’ 경향에 해당합니다.
푸치니와 함께 밀라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한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는 1890년 5월 17일 로마 콘스탄치 극장에서 초연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이 베리스모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소설을 쓴 조반니 베르가(Giovanni Verga, 1840-1922)는 시칠리아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알렉상드르 뒤마 1세([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를 모방한 소설로 출발해, 20대에 피렌체에 진출하고 30대에는 밀라노에 정착했습니다. 프랑스 자연주의의 영향을 받았고, 고향 시칠리아를 무대로 하는 엄격하고 간결한 문체의 단편소설들을 썼으며, 객관적 시각에서 진실을 묘사하려고 노력한 작가입니다. 베르가의 소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880)는 1884년에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1890년에는 조반니 타르지오니-토체티와 귀도 메나시가 함께 대본을 쓴 마스카니의 오페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시칠리아의 부활절, 피의 복수극
이야기의 배경은 1880년경, 시칠리아 섬 어느 마을의 부활절입니다. 갓 제대한 투리두는 애인이었던 롤라가 같은 마을의 알피오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처녀 산투차와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나 결혼한 롤라가 다시 유혹하자 투리두는 옛 사랑을 잊지 못해 다시 롤라와 밀회하기 시작하지요. 오페라의 첫 장면은 운송업자 알피오가 일하러 간 사이에 투리두가 롤라와 밤을 보내고 나서 새벽에 부르는 시칠리아나 ‘우윳빛 셔츠처럼 하얀 롤라 O Lola ch'ai di latti la cammisa’입니다. 곧 이어 마을사람들의 합창 (‘오렌지 향기가 바람에 날리고 Gli aranci olezzano’)이 마을을 가득 채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알피오는 운송마차를 몰고 나타나 사랑스런 아내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는 내용의 아리아 ‘말은 힘차게 달려 Il cavallo scalpita’를 노래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사제가 성상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부활절 행렬예식을 지켜보며 ‘주 찬미가 Inneggiamo’를 노래합니다. 투리두와 결혼을 약속한 산투차는 사실을 알고 나서 투리두의 어머니 루치아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유명한 아리아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Voi lo sapete, o mamma’를 노래합니다. 군대에서 돌아왔을 때 롤라의 변심에 상처 받았던 투리두를 자신이 위로해 진정시켰는데, 이제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한 롤라가 투리두를 다시 유혹한다며 처절한 심정으로 시어머니 될 루치아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입니다.
산투차가 ‘어디 갔었느냐’고 추궁하자 투리두는 ‘질투심 따위로 나를 잡아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냉랭한 태도를 보입니다. 화를 내도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된 산투차는 롤라의 남편 알피오에게 롤라와 투리두의 관계를 폭로하고, 격분한 알피오는 투리두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던 투리두(‘포도주를 마시자 Viva il vino spumeggiante’)는 알피오가 술을 거절하며 모욕을 주자 그에게 달려들어 결투를 신청합니다.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온 투리두는 어머니 루치아에게 산투차를 딸처럼 여겨달라고 부탁한 뒤 알피오와 결투를 하러 다시 나가지요. 곧 마을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투리두는 알피오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둡니다.
간주곡: 새 봄의 평화 그리고 긴장의 대비
가난한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난 마스카니는 13세에 오페라를 작곡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으나 2년 후에 중퇴했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취직했다가 유랑악단을 이끌고 유럽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1888년, 신인 작곡가 등용을 위한 손초뇨(Sonzogno) 사(社)의 단막 오페라 작곡 공모에 참여해 최고상을 받은 작품이 바로 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입니다. 이때부터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해진 마스카니는 모두 16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페사로 음악원장, 로마 음악원장을 지낸 그는 무솔리니 독재 치하에서 국민음악가로 추대되었고, 그 때문에 동료 음악가들에게서 인간적으로 버림받는 비극을 겪기도 했습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은 어떤 지역보다도 지배계급에게 심하게 수탈당하고 전쟁에 시달린 지역입니다. 가난하고 거친 삶 속에서 가족주의가 강해져, 가족의 불명예를 반드시 피로 갚는 ‘피의 복수’가 전통적으로 일반화된 고장이지요. 또 가톨릭 신앙이 어느 지역보다도 보수적이고 완고하게 뿌리박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오페라의 제목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역시 ‘시골 기사’ 라는 뜻으로, 시골 젊은이들이 마치 귀족 기사들처럼 결투를 해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비아냥거리는 어조를 띠고 있답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알려진 음악은 바로 간주곡일 텐데요, 산투차가 알피오에게 진실을 알린 뒤 복수극이 벌어지기 전에 연주되는 이 간주곡은 봄이 시작되어 만물이 소생하는 평화로운 시칠리아의 부활절 풍경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폭풍 전야의 고즈넉함’ 같은 독특한 긴장을 품고 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가 극적이면서도 여전히 주인공의 아리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달리, 베리스모 오페라들은 아리아보다 두 사람 사이의 레치타티보 및 중창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레치타티보와 중창이야말로 걸러지지 않은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장면들이기 때문이지요. 합창 역시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베리스모의 경향에 회의적이었던 베르디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는 일은 나름대로의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그건 사진이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발전한 사진기술은 이와 같은 사실주의적 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베르가의 원작소설에서는 알피오로 대표되는 ‘돈 잘 버는 상인’과 투릿두가 대표하는 ‘가난한 농부’ 사이의 갈등이 당시 시칠리아의 산업화에 의한 농민들의 빈민화를 비판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카니의 오페라에서는 이런 사회비판적인 요소는 크게 축소되고,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더욱 비중 있게 부각되었답니다.
추천 음반과 영상물
투리두-산투차-알피오 순
[음반] 주세페 디 스테파노, 마리아 칼라스, 롤란도 파네라이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3년 녹음(EMI)
[음반] 카를로 베르곤치, 피오렌차 코소토, 잔자코모 구엘피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5년 녹음(DG)
[DVD] 플라시도 도밍고, 엘레나 오브라초바, 레나토 브루손, 페도라 바르비에리 등, 조르주 프레트르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1985년(DG)
[DVD] 비올레타 우르마나, 빈첸초 라 스콜라, 마르코 디 펠리체, 드라가나 유고비치 등,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지휘, 마드리드 왕립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잔카를로 델 모나코 연출, 2007년 공연(OPUS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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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4월 8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시칠리아 섬의 의리의 사나이들
[시골 기사도(騎士道)]를 뜻하는 이 오페라는 베리즈모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악보 출판사 손쪼노(sonzogno)가 주최하는 작품 모집에 응모하여 그 남국 정서가 풍부한 아름다운 멜로디와 극적인 내용이 평가되어 제1등을 한 작품이다. ‘시골 기사도’란 시칠리아 사람들에게는 도덕적인 규범을 뜻하고 맹세한 일은 명예를 걸고 지키는 그들의 기개(氣槪)를 나타낸다. 여기에서는 시칠리아의 시골이라는 소박하고 매우 빈곤한 사회에 묶여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깃든 격렬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타르지오네-투쩨티(Giovanni Targione-Tuzzetti)와 메나시(Guido Menasci)가 대본을 썼다. 원작은 베르가(Giovanni Verga)의 희곡이다.
질투심으로 불타는 여인의 애타는 호소
19세기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이다. 마을의 젊은이 투리두는 군대에서 돌아와 보니 애인이었던 롤라는 마부 알휘오와 결혼하고 있어 그만 낙심한다. 그런 그를 위로하는 산투짜의 애정을 귀찮아한다. 오늘은 4월의 부활절이다. 산투짜는 투리두의 어머니 루치아와 함께 교회에 가는 길에 자기의 괴로움을 털어 놓는다. “롤라는 투리두를 배반하고 알휘오에게 갔는 데 제가 투리두를 사랑하니까 질투하여 그녀는 남편 알휘오 몰래 투리두와 만나고 있다” 고 산투짜의 부글부글 끓는 속마음과 한(恨)을 다음 아리아로 호소한다.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군대에 가기 전에
투리두와 롤라는 영원을 맹세한 사이었습니다.
제대하고 보니 그녀는 이미 남의 아내여서,
그는 새로운 사랑을 하여
자기 가슴을 태우는 불길을 끄려 끄려 했습니다.
저를 사랑하고, 저도 사랑 하였지요.
그 내 기쁨을 그녀는 깡그리 시기하고,
질투에 몸부림치며 자기 남편을 잊었습니다.
질투에 몸부림치며!
내게서 그를 빼앗아,
제 체면은 죄다 꾸겨졌습니다.
롤라와 투리두는 서로 사랑하고,
저는 울고, 울고, 또 울고 있습니다!
사랑의 종말, 명예를 위한 복수
산투짜의 “저는 울고, 울고, 또 울고 있습니다”(io piango, io piango, io piango!)라는 애끊는 비통한 호소에 대답할 말을 잃고 루치아는 도망치듯 서둘러 교회로 들어간다. 곧이어 교회에 나타난 투리두를 가로막는 산투짜와 말다툼이 벌어진다. 그는 갖은 악담을 다 퍼부으면서 지나가는 롤라를 따라 교회에 들어간다. 너무 한 처사에 화가 꼭두까지 치민 산투짜는 마침 나타난 롤라의 남편 알휘오에게 둘의 밀회에 대해 고자질을 한다. 격노(激怒)한 알휘오는 치를 떨며 복수를 다짐한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루치아의 선술집에 동리 사람들이 모여 있다. 투리두 앞에 나타난 알휘오. 둘은 서로 결투를 약속한다. 투리두는 어머니 루치아에게 눈치 못 채게 넌지시 이별을 고하고 결투를 약속한 곳으로 향한다. 이상한 예감이 드는 루치아에게 산투짜가 달려온다.
그때 “투리두가 살해되었다!”라는 소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달려간다. 놀라 실신하는 루치아, 산투짜도 무너지듯 그 자리에 쓰러진다. 결국, 이 이야기는 파멸을 초래하는 남녀의 사랑과 개인의 명예를 무엇보다도 존중하는 시칠리아인(人) 기질, 그리고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복수(復讐)가 극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알베르토 에레데(Alberto Erede)지휘, 휘렌쩨(피렌체) 5월 축제 관현악단/합창단(1957) 테발디(S) DECCA
주역 3명의 노래가 눈부시다. 마침 절정기에 있던 뵤를링(유시 비욜링, Jussi Björling)와 테발디(Renata Tebaldi)의 풍부하고 윤기 넘치는 목소리의 아름다움은 달리 비할 가수가 없다. 그 노래 속에 넘치는 정열과 힘 또한 베리즈모 오페라 특유의 격정과 흥분을 남김없이 피력한다. 뵤를링은 모노럴 녹음 시대에도 전곡 레코드(R. 첼리니 지휘, 1953년 녹음, RCA)를 낸 적이 있지만, 노래의 밀도나 완성도는 이 음반이 훨씬 뛰어나다. 테발디는 직접적인 감정표현으로 과거 아드리아나 데스데모나 역 등에서 돋보였던 격조 높고 관록 있는 노래와는 전혀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바스티아니니(Ettore Bastianini)의 알휘오가 감동적인 명창이다. 이 세 주역의 목소리가 설로 겨루며 뜨겁게 달아오르는 열기는 듣는 이를 압도한다.
[CD] 툴리오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1960) 시미오나토(S) DECCA
산투짜 역의 시미오나토(Giulietta Simionato)와 투리두 역의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의 열창을 들을 수 있다. 시미오나토는 비록 전성기가 지나기는 했지만, 목소리의 싱싱함, 표현의 정확한 파악력, 음악 양식에 대한 민감한 반사력 등 아무런 하자도 발견할 수 없다. 델 모나코도 첫마디부터 힘찬 노래를 들려주고 있으나, 가장 돋보이는 아리아는 마지막의 “어머니, 포도주 맛이 좋군요...안녕히 계십시오”이다. 세라휜은 원래 남다른 템포 감각을 지닌 지휘자이다. 이 녹음에서와 같이 교묘하게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솜씨를 다른 지휘자에게서는 바랄 수 없다. 가끔 좀 지나친 부분도 있지만 베리즈모 오페라의 경우는 오히려 그 진가를 발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CD] 카라얀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5) 코쏘토(S) DG
산투짜 역에는 드람마티코(drammatico=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코쏘토(피오렌자 코소토, Fiorenza Cossotto)의 비극적인 긴장감 넘치는 아름다운 노래는 어디에도 나무랄 데가 없다. 베르곤찌(베르곤치, Carlo Bergonzi) 역시 훌륭하지만 투리두 역에는 좀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성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엘휘(Giangiacomo Guelfi)는 거칠고 사나운 마부 역에 적격이다. 위의 가수진 못지않게 특기할 점은 카라얀의 관현악 반주이다. 그는 음악을 심포닉한 발상으로 파악하려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노래와 목소리를 앞에 내세우고 웅장한 관현악으로 뒷받침 하려 했다. 따라서 음악은 심포닉 하면서도 무겁게 기악적인 데로만 기울지 않는다. 곧잘 생략되는 알휘오의 “마부의 노래”의 중간부를 고스란히 다 수록한 완전한 전곡반이다.
[DVD] 죠르쥬 쁘레트르(조르주 프레트르, Georges Prêtre)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2) 엘레나 오브라쪼바(S), 제휘렐리(체피렐리, Franco Zeffirelli) 연출, Philips
녹음은 스칼라 극장에서 수록하고, 극의 내용은 이 오페라의 무대가 된 시칠리아 섬에서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한 제휘렐리의 강렬한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1막 속에 농축된 음악과 드라마가 작곡가의 의도대로 여실하게 다가들며, 산투짜의 비극적인 분위기와 남다른 연기력을 과시하는 러시아 출신 메쪼 소프라노 오브라쪼바(오브라초바, Elena Obraztsova), 분방(奔放)하고 활달한 전성기 도밍고의 투리두, 거칠고 드라마틱한 브르존(Renato Bruson)의 일휘오 등 셋의 노래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영화적인 구성을 살리기 위해 전주곡 도중에 투리두와 롤라의 베드 씬이 나오는 부분 따위는 적지 않은 위화감을 준다. 그래도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며 어머니 루치아의 선술집, 교회의 내부 등 카메라의 다부진 활용은 노래 못지않게 화면까지 감상하는 즐거움을 아울러 베풀어 준다. 흔히 무대 밖에서 처리되는 결투도 영화 아니고는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한 장면으로 살려 내어 베리즈모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다. 쁘레트르 지휘의 스칼라 극장 공연 때와 거의 같은 스태후(스태프, staff), 캐스트로 수록 촬영된 오페라 영화의 수작(秀作)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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