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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저자: 이주윤 ┃드렁큰에디터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박단비] 언젠가부터 계속 글을 쓰고 있다. 돈이 되든, 되지 않든. 머리가 크면서부터 글로 먹고사는 삶을 꿈꿨는데,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할까?
어릴 때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글이 써졌다. 마주하는 모든 것은 영감을 줬고, 글을 쓰고 싶은 욕구도 가득했다. 노트를 펴고,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웠다. 어렵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마감이 있어야 글을 쓰고, 지나치게 검열해 나답지 않은 글을 써대며, 글쓰기 주제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하물며 글보다는 사진, 영상, 말 따위로 내 생각을 전달하는 일이 더 좋아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깊이 있고, 감칠맛 나는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멋진 글을 쓰는 나를 상상했지 지금 같은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글 쓰는 일을 미룰 대로 미루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 뜯고, 글을 쓰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해 폐기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울며 겨자 먹기로 제출하다니! 아, 망할 애증의 글쓰기!
이렇게 글쓰기가 버거워지면, 난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를 편다.
글쓰기 체력이 떨어졌을 때 이만한 책이 없다. 읽고 나면 ‘아, 나도 이런 글 좀 써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점은 글쓰기에 영 관심 없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만큼 글이 아주 맛깔난다.
(생략) 예끼, 모르는 소리.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빠에게 글 쓰는 걸 숨기고 직장에 다니는 척하고 있었다. 돈벌이도 안 되는 글을 쓴다고 해봤자 등짝만 맞을 게 뻔할 뻔 자 아닌가. 근심으로 수척해진 나에게 어느 편집자가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그래서 작가들이 그렇게 얼굴 죄 가리고 사진 찍는 거구먼? 글 쓰는 거 아빠한테 들킬까 봐서.” _본문 중
원래 글을 써서 먹고사는 일은 힘든 일이다. A4 한 장 글 속에 담긴 글쓴이의 노력과 시간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써서 먹고산다. 글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글을 쓰고 있을까?
내 글은 아직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아주 소소하고 또 소소하다. 가장 상업적 글쓰기에 가까운 일(상업도서 편집)을 하지만, 가장 상업적이지 않달까.
그러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는 못한다. 글을 쓰며 들어 온 칭찬이 조금 아깝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주 보지 않아도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고, 강제성이 적은 표현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콘텐츠 사이에 슬-몃 끼어 읽고 싶은 분만 읽으세요, 할 수 있어 좋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같은 고민에 빠졌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가볍게 일독하고, 글쓰기가 힘들어지면 또 일독하면 좋겠다. 분명 ‘역시 글쓰기로 먹고사는 거 다 비슷하구먼’ 하는 공감을 얻기도 하고, ‘아, 이 표현 재밌는데’ 하며 낄낄거리기도 하고, ‘그래, 하다 보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겠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북에디터 박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