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7부능선을 오르는 중
김옥자
숱한 사람들이 이리 길을 내고, 저리 길을 내고
속을 헤집고 다녀도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하다.
나는 그런 듬직한 산을 좋아한다.
장비도 안전도 보온도 허술했던 산행초보시절 ,
방송통신대학교 동아리 '오리알산악회'를 통해
산행을 배웠다 .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는
건전한 산노래를 듣고 따라 배우는 시간이
신선하고 모범적이었으며
산 정상에 오르면 가장 먼저 산대장의 지휘로
모두 모자를 벗고 잠시 머리숙여, 산을 좋아하다가 먼저 가신 산우님들을 위한 묵념부터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산행으로
지금은 언니와 둘이서 "두자매의 동행"이라는 플래카드를 제작해서 정상석 인증을 남기면서 산행을 즐기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울주군에서 시행하는 영남알프스9봉 인증을 마쳤다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산맥중에서 해발 1000고지가 넘는 지정된 아홉 봉우리를 1년 동안 모두 인증하면 해마다 기념은화를 주는 이벤트를 10년 기획으로 하고있다
간혹 "다시 내려 올 산을 가면 뭐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사실 딱히 해명해 볼 말 재간은 없다 .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온통 느낌과 느낌으로 소통하는 일이므로.
높은산 구비구비 가파른 골짜기를 오르고 내릴때는 발 끝의 신중함을, 추운겨울 눈산행 때, 손시린 산우에게 따뜻한 손난로 하나라도 건네는 배려 하는 마음을,
소나기 퍼붓던 우중 산행 중에는 서서라도 간편식으로 점심을 떼우며 어떠한 열악한 환경도 이겨낼 수 있는 의지와 끈기를,
삐죽삐죽 공룡갈퀴같은 위험한 공룡능선을 오를때는 위대한 대자연 앞에서의 겸손을,
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겠다고 발등만 비추는 헤드렌턴을 켜고 산천초목도 풀벌레도 자고 있는 고요 속을 걸을 땐 존재의 감사함을,
간혹 이정표가 없는 곳에서 길을 잘못들어 헤메일 땐 당황하기보다는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차근히 다시 시작해보는 참착함과 지혜를,
숨이차는 오르막길 에서는 5분 휴식으로 무심코 살았던 호흡의 챙김을, 갈증나는 여름 산행 땐 오이 한조각의 상큼함을, 병아리가 물먹듯 고개를 들고 시원한 생수를 마실때 초록 나무가지 사이사이로 딱 눈 마주치는 푸른 하늘은.
산을 오르는 동안의 그 헐떡거리는 거친호흡과
등골마다 줄줄이 흐르는 땀범벅의 결과가
정상에서의 그 기찬 맛을 알게 해 주는 밑거름이 된다. 산다는 것도 그럴 것이다
7부능선에서 이젠 다왔다고 여기고 '와보니 별것 없네' 하고 포기하고 싶은 이도 있겠고,
5부 능선 쯤에서 못하겠다고 지금 막 돌아서려는 사람도 있겠다.
이 쓴 고비를 넘지 않고서는 맛볼수 없는 짭짜름하면서도 통쾌한 환희의 그 맛!
지금 우리는 7부 능선 쯤 오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