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평생 일정액을 받는 주택연금(옛 역모기지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가입 조건이 완화하고,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 나오는 등 잇따른 규제 완화 덕분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우선 부부 중 한 명이 만 60세 이상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주택연금의 나이 기준을 맞추려고 만 60세 이상 배우자에게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의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주택 소유자가 60세 미만이라도 배우자가 60세 이상이면 주택연금에 들 수 있다. 다만 연금 지급액은 지금처럼 부부 가운데 나이가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또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도 보유한 주택의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다주택자도 주택연금 가입 가능
지금까지는 1가구 1주택이면서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었다. 2주택자는 한 채를 처분한 뒤 가입할 수 있었다. 새로운 상품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과 의료비 보장 보험을 연계한 금융상품이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주택연금으로 받는 돈의 일부를 의료비 보장 보험에 자동 가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노후에 암이나 치매 등에 걸릴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주택연금은 그동안 은퇴한 노년층에 큰 인기를 끌었다.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주택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덕분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2007년 7월 상품 출시 이후 7년여 만인 지난 6월 2만명째 가입자가 나왔다”며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적의 정책금융상품”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규제 완화 덕에 가입자 수는 더 늘 전망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법상의 주택(아파트·단독주택 등)이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재개발·재건축이 예정된 주택, 가압류 등의 권리침해가 있는 주택으로는 신청할 수 없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집값 등락에 관계없이 사망 때까지 매달 일정액을 받는다. 만 60세가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로 가입하면 사망 때까지 매달 100여 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대신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100세 전에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한 뒤 그동안 지급한 연금 총액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낸 보증료 등을 제한 금액을 유가족에게 돌려준다. 지급한 연금 총액이 집값보다 많더라도 유가족에게 청구되지는 않는다.
대출 이자 및 가입비 내야
연금 지급 방식은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보통은 매달 일정 금액을 받지만(정액형), 가입 기간에 따라 금액을 높이거나 낮출 수(증가·감소형) 있다. 대출 등으로 선순위 채권자가 있으면 대출한도의 50% 내에서 연금을 한꺼번에 받아 대출을 갚고, 나머지 금액으로 연금을 받으면 된다(종신혼합형).
예컨대 만 70세로 1억원짜리 일반주택을 맡긴 후 정액형 종신형 주택연금에 가입했다면 월 지급액은 32만9000원 정도다. 수령자 나이가 80세이고 다른 조건이 앞 사례와 같을 경우 월 지급액은 50만6000원가량 된다.
연금액의 주요 변수는 신청자의 나이와 집값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집값이 비쌀수록 많이 받는 구조다. 연금액은 가입 시점의 집값을 기준으로 하므로 집값이 내림세일 때는 서둘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올 들어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난 데는 집값 하락도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집값은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이들 기관에서 시세를 제공하지 않는 단독주택 등은 감정평가를 통해 집값을 산출한다. 연금 신청은 한국주택금융공사 각 지사에서 하면 된다. 주택연금은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에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상품이므로 대출 이자를 내야 한다.
보증금 형식으로 가입비(집값의 2%)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연금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집값이 올랐다고 주택연금을 해약하고 다시 가입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다양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일반 대출상품과 달리 저당권 설정 때 내야 하는 각종 세금이 면제되고, 재산세가 25% 감면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연 2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이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