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사역 가는 길. 초반에 가화강을 건널때까지는 걷고 그 뒤는 버스네요. 완사역이 있는 곤명면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유수역에서
1킬로미터 이상 걸어나가야 하기도 하거니와... 전 회에 한 컷 보여드렸던 가화강철교와 가화강 인근의 모습도 나름 멋질거 같기도
해서 조금 걸었네요. 이렇게 체력은 야금야금 닳아내려가고...
그만큼 마음은 차곡차곡 차 오르고 있기도 합니다만~
유수역앞의 마을은 유동마을이라고 불립니다. 앞서의 내동면사무소에서 길을 물을때도 유동마을가는 버스는 몇시에 오냐? 라고
물어봤었지요. 한갖지고 작은 고갯마을이에요. 사진의 할매들에게 완사가는 버스 어서 타냐고 물어보니 이 길을 따라 죽 가라더군요.
사진에 나온 방향말고 반대방향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한여름의 벼가 마치 잘 짜인 녹색융단같습니다. 융단위에 작은 마을이 장식처럼 얹혀져 있는거 같아요.
열받는 장면.jpg
제가 역에 있는 동안 열차가 지나갔으면 나름 인상적인 장면이 또 되어줬을 텐데... 초반에
산인역과 함안역에서는 오자마자 열차들이 오기에, 이 한갖진 경전선 역에서 역에 들를때마다 열차를 보다니 운이 좋구먼~ 했는데, 그
뒤로는 역을 떠나자마자, 혹은 역에 들어가기 직전에 열차가 지나가는 경우만 벌어지더군요... 그래서, 이 다음날 들르게 되는
골약역에서는 아예 열차가 올 때까지 한시간을 기다려버렸...
하긴, 열차조차 지나가지 않기에 더더욱 한갖지고, 쓸쓸한
모습이 더 돋보였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서도... 이래저래 이 여행은 감정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종잡을 수 없이 흔들려서
더더욱 인상적이었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럽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가 하나 있더군요. 시골 마을 다니면서 큰 나무 많이 봤지만, 이건 왕건이여~ 싶을 정도로 큰 나무.
누가 내 시야에 나무를 던졌어, 아주 큰 나무를
이런 비가 서 있더군요.
2000년에 보호수로 지정, 수령은 400년, 둘레가 8미터... 역시 늠름하다 싶더니 보호수였군요.
마을 사람들 입장에선 신령님처럼 느껴질 듯?
숲이 아닙니다. 이 나무 밑에서서 나무 위를 찍은 사진입니다.
여행자에게 행운을 주는 나무, 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혼자서 실실거리며 떠납니다. 뭐 저 나무입장에서야 자기를 지켜보는 여행자라는게 몇십년만일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만서두... 이런 마을에 이런 여행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라나요...
몇발짝 지나지 않아 쫌 비교되는 양반이 있기에... 뭐 삶이란건 무상한거 아니겠습니까. 성함에 겨워할 것도 쇠함에 슬퍼할 것도 없으리라...
그러나,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합니다.
아주 괴이한 건물이 하나 서 있습디다.
이 동물동상의 의미는 뭘까요...--
이런 운동장이 있고
이런 건물이 있는걸 보면 수련원 같은 것이었던 모양인데...
생각이 미쳐서 위에 제가 올린 지도를 보니... 이
건물의 위치쯤에 유수초등학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폐교라는군요. 이런 작은 시골의 학교들이 자꾸 없어진다는것이야말로 시골이
쇠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방증이겠죠. 철길도 따라서 차차 없어져 가는거고...
다만 길가다가 이런 집도 봤습니다. 지어진게 세련된데다 새집티가 팍팍나는게... 귀농한 사람이거나 나이들어 낙향한 사람의
살림집으로 보이더군요. 이러한 시골마을들이 살아나려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시골마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하는데... 사실은 저 자신 시골내려와 살 생각은 별로 없기도 한, 시골을 결국 "대상화하는 사람" 일 뿐이기에, 입으로만 이런
말을 한다는게 좀 부끄럽긴 합니다... 단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기에 나의 시골은
"서울일 뿐"
이라고 변명하지만 그래도 왠지 공허한...--
어쨌든 유동마을은 여기까지입니다. 유수역의 생활권을 떠나는군요.
마을 밖으로 나가면 가화강입니다. 뒤에 나오듯이
가화천이라고 되어있긴 합니다만, 고려도 제국인데, 가화천도 가화강이라고 해 줍시다. 낄낄~~
지금이야 장마도 끝나고 유량도 많이 불었겠지만, 저 때는 올 초여름 가뭄이 가장 극심했던 그 시점... 수위가 엄청
낮습니다. 다만, 강안의 제방이 높고 강의 깊이가 깊은게 수량이 충분하면 꽤나 장관인 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사역으로 가는 길에서 제일 근사한 풍경이었던, 가화강 위에 놓여있는 가화강철교입니다. 저 다리 이름이 뭔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가화강철교라고 불러봅니다.
또 다시 똑딱이의 줌을 팍팍 굴려서 찍어낸 15배화상.jpg
가화강철교는 그리 큰 다리도 아니고 미적으로 멋진
다리라기에도 좀 애매한듯 싶지만... 가화강의 특징중 하나가 폭은 좁지만 사진에서 보시듯이 꽤나 깊은 강이라는 점입니다. 남강댐
상류의 진양호상에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긴 하겠지만... 다만 덕분에 좁고 깊은 강폭에 투박한 철교가 서 있는 모습이 나름 강인한
인상? 같은걸 느끼게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풍경의 규모에 비하면 나름대로는 멋진 그림이 된다, 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제가 건너고 있는 다리는 도로+보행교인 유수교이고 가화강철교는 그 옆을 지납니다. 뭐, 철길옆을 따라온 길이었으니 당연하겠지만... 교각밑으로 평상시라면 강물이 흘렀을텐데 그랬으면 더 멋졌으리라 생각하네요. 가뭄개객끼.
네가 나에게 다가올 수 없으니 내가 너에게 다가가리라. 줌으로만~
화질이 자글자글~ 한게 똑딱이가 힘겨워하는 소리가 들리는듯, 아니 보이는 듯? 합니다^^
줌을 하나도 안 주면 이 정도. 철교의 모습이 제게는 어지간히 인상적이었던지라, 사진을 좀 많이 찍었네요.
가화강 철교 사진은 훨 많지만, 이 정도로만 하고... 가화강철교를 건넌 경전선 철길은 축대위를 계속 이어서 달립니다.
야트막한 언덕길 너머로 철길육교가 놓여있고, 그 육교밑을 따라 가로수들이 놓여 있네요. 도시의 육교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는거 같습니다.
이 때 열차가 또 하나 지나가는군요~
보시면 기관차가 두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걸 중련편성이라 하는데, 대개 중련편성은 화물편에만하고
여객편에는 하지 않는데, 이 열차편은 여객인데도 중련인게 신기해서 촬영했네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열차가 바로 서울에서 출발해
경부선을 따라 삼랑진까지 온다음 경전선을 따라 순천으로 가는 8시간 14분짜리 근성열차인데, 한국 여객편중에서 이 열차만이
유일하게 중련편성이 된다고 하더군요.
늘 그래왔듯이, 열차가 지나간 다음의 가화강철교는 다시 침묵에 휩쌓입니다... 는 핑계를 대고 철교사진 하나 더 올려봅니다. 하앍하앍~
사실은 꽤 오래기다렸지만... 원래 드라마에서도 회사 퇴근하고 집에 가는동안 길 막히고 끼어드는 차보고 씨불씨불 거리고, 신호대기
하는 모습은 안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도 버스타고 달려가면서 사진 하나 올리는 것으로 30여분을 때웁니다. 낄낄~~
완사역을 보는 심정은 롤러코스터치듯 요동을 친 면이 있습니다. 윗윗 사진에서는 아예 완사역 삼거리, 완사역 교차로 등등 근처의
지명을 전부 완사역이 대표할 정도로 지명도가 있더니... 입구 안내판은 글자조차 흐려져 자욱으로 알아볼 정도였지만... 정작 역
자체는 이렇게 들어서는 진입로도 마치 무슨 기념건물 들어서듯이 웅장하고, 역사도 근사합니다. 다만, 곧 나오겠지만... 저렇게 큰
역이... 그렇게 휑 할 수가 없습니다...
역 건물이 꽤나 신식인 이유는, 1999년에 남강댐의 공사로 인해, 현 위치로 이전하여 재개장했기 때문입니다. 99년이면 이미
한국의 경제력이상당한 수준에 오른 상황이었기에, 이용객이 거의 없는 역이지만, 이 정도의 건물로 지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다만, 지금처럼 유리궁전으로 짓던 시절이 아니라, 완사역의 역사도 대단히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는 모습입니다.
넓은 역앞광장이 휑합니다...
관공서 같은 느낌도 나고... 지방의 작은 박물관이나 기념관 같은 느낌도 나고...
그래도 나는 나, 완사역이오.
크고 아름다운... 완사역사 내부이지만... 크기에 오히려 더 허전합니다. 역무원도 없는 무배치 간이역인지라... 그런데, 새 지저귀는 소리가 납니다?
오, 이런... 새가 하나 있군요. 그것도 강남갔다 온 제비입니다. 어쩌다 이 역사내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오고나서 새의 본능때문인지 자꾸 윗쪽으로만 날아가려 하는데... 출입구는 낮은쪽에만 있는지라, 나가지 못하고 창가에서 계속
서성이고 있더군요...
샛소리를 뒤로하고 승강장으로 나갑니다.
역의 인근이 강 주변의 제방위 넓은 터 위에 있는지라, 역 자체도 넓고 주변도 탁 트여있습니다. 그러나, 넓은 터이고 인근의 곤명면은 그래도 꽤 큰 마을인데도 역에는 사람하나 없습니다...
차라리 유수역같으면 주변의 숲과 어우러진다, 라는 생각이라도 들겠지만... 나름대로는 '으리으리' 하게 지어진 역이, 마을의 귀퉁이에 외따로이 서서, 찾는 이용하는 사람조차 없으니 그렇게 을씨년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유수역에서의 감흥이 순전한 이끌려듦, 이었다면... 완사역에서의 느낌은 들지도 나지도 못하는, 어떤 거리감으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역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유수역도 내동역도 없는 행선판입니다. 이 다음에는 또다른 폐역인 다솔사역을 가게 될 텐데, 다솔사도 없습니다...
역명판은 이렇게 선연히, 이곳을 지나드는 열차를 맞고 있건만...
잘 되어있는 대기실은 대기하는 사람없이 대기만 가득... 응?
완사역의 모습은 유수역처럼, 고민없이 쉬이 감흥에 빠져들기에는 좀 힘든 모습입니다. 복잡하달까, 복합적이랄까... 유수역이 어렵지
않게 그 퇴락함에 이입할 수 있다면, 완사역은 뭐랄까... 덧없달까요? 기껏 쌓아올린 성채가 헛되이 버려져있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느낌이 있는거 같습니다...
승강장을 둘러보고...
완사역을 나가는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운거 같습니다. 단지 떠나기 싫어서만은 아닌, 무언가 마음을 옥죄는 듯한 불편한 진실 같은 것이 들이밀여진 느낌...
흔쾌했든 개운치 않았든 어쨌든 떠돌이는 길을 떠나야 합니다.
회색빛 융단과도 같은 완사역의 진입로.
아까의 그 제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요행히 역사를 빠져나가, 제가 걸어간 이 길을 다시 날아서 떠났을까요. 완사역을 보는 느낌이 개운치 않았던 이유중 하나에는 그 제비의 모습도 분명 있었던거 같습니다만...
첫댓글 완사역 굉장히 인상 깊군요.. 그런데 아무리 경제성장기에 이설했다지만 너무 큰것 같기도 하고..
따지고보면 IMF직후니... 뭐 98~99년은 기저효과때문에 급성장했달수도 있지만...-- 하여튼 뭔가 막막하달까, 답답하달까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역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