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26>
독일 함부르크 '어시장'
일요일 아침마다 놀이터가 된
'반짝시장'에 7만 명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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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의 함부르크어시장 내부 풍경.
전통 어시장이라기보다 대형 나이트클럽이나 클럽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내부 풍경이 활달하고 소란스럽다. 함부르크어시장 홈페이지 발췌 |
매주 일요일 새벽 5시, 수백 명의 인파가 줄지어 시장으로 행군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독일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어시장이다.
백화점이 [파격 세일]을 하는 것도, 명품을 [반액에 파는] 것도 아닌데
이른 새벽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가는 이유가 뭘까?
전철역에 내려서 어디로 갈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10분 정도 걸어가니 옷, 장난감, 신발, 보석, 음반 등을 파는 [잡화상]들이 나타났다.
함부르크 선원 패션인 흰색 모자와 세일러복, 짙은 남색 체크 스카프가 눈에 띄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같은 디자인의 선원 복장을 하고 나란히 시장으로 걸어가는 아빠와 아들도 있었다.
그 모습은 시장이 아니라 놀이동산을 가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선원 복장으로 코스프레를 할 필요가 없었다.
■ 아침부터 춤추며 밥 먹는 문화
함부르크어시장 메인 홀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시끌벅적했다.
하드록 사운드가 귀를 때렸다.
대형 수산물 창고처럼 보이는 홀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중앙 홀의 무대 위에선 하드록 공연이 한창이고, 아래에선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벼운 아침식사를 즐기는 시민들이 웅성거렸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다가도 어깨를 들썩이며 록 음악에 리듬을 맞췄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었다.
일부는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도 부드럽게 내민 주먹을 부딪쳤다.
힙합 전사처럼 말이다.
리듬에 몸을 맡겨 춤추듯 걸다가 시나브로 먹거리 코너에 닿았다.
소시지, 따뜻한 와인, 간단한 수프 등이 있었다.
특히 아침식사 시간이라서 그런지 수프 종류가 많았다.
그중 '아인토프'라는 수프는 각종 야채와 소시지를 넣어 끓였는데, 빵을 찍어 먹기가 좋았다.
전쟁 중에 영양섭취를 위해 개발된 수프라고 했다.
■ 시장에 가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
식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죽재킷에 피어싱을 한 젊은이가 유독 많았다.
이들은 밤새 파티를 하고 이리 와서 아침을 먹는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시장의 록 공연은 밤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함부르크어시장은 일요일마다 7만 명이 방문한다.
일요일을 어시장과 함께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이런 관례는 이곳이 단순한 시장을 넘어 가족 놀이터화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노는 문화를 심고, 장을 보는 것조차 하나의 놀이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 놀고, 먹고, 그리고 마지막에 장을 봐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장을 보는 기능 밖에 없다.
놀이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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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통조림 등을 담아 파는 바구니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
■ 바구니 단위로 파는 생선, 과일 '인기'
시장 밖의 풍경도 흥미롭다.
함부르크 명물인 훈제 뱀장어, 생선이 끼워진 샌드위치, 살아서 파닥거리는 오리, 골동품과 액세서리 등을
내놓고 파는 상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각 트럭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들은 하나같이 바구니나 소쿠리를 들고 있었다.
그 바구니와 소쿠리에는 생선, 과일, 채소, 통조림, 소시지 등이 가득 담겼다.
한번에 여러 가지를 먹고 싶어 하는 고객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시장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귀가하면서 이 바구니를 하나씩 사가는 것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오전 10시쯤 되니 시장은 벌써 파장 분위기였다.
곳곳에서 떨이가 한창 진행됐다.
파인애플, 바나나, 사과, 귤, 수박이 가득 담긴 과일자루가 단돈 5천 원에 팔렸다.
피망 한 상자는 2천 원.
팔뚝만한 호박 20개들이는 1천 원이었다.
일요일마다 7만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햄버거는 함부르크 선원들로부터 유래
시장은 일요일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 30분까지 한시적으로 열렸다.
시장이 설립된 것은 1703년.
어언 300년을 훌쩍 넘겼다.
함부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시장이었다.
어시장이라서 각종 해물을 이용한 샌드위치와 햄버거가 많았다.
청어를 빵 사이에 끼운 햄버거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불티나게 잘 팔렸다.
청어 외에도 연어, 대구 등 다양한 생선이 햄버거 안에 들어 있었다.
햄버거란 명칭도 함부르크에서 유래했다.
배가 출항하거나 입항할 때 선원들이 바쁜 틈을 타 생선을 빵에 끼워먹는 습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선이 통째로 들어간 햄버거와 알싸한 독일 맥주 한 잔을 곁들인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