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내 마음 바로 보기
중앙대서 시작한 '자비명상' 수업
◇ 충남 공주시 마곡사에서 마가스님 *출처=법보신문
과거 자신과의 화해. 이것을 명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해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자비로운 마음입니다. 만약 자비심이 없다면 타인과의 화해는 커녕 자신과의 화해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자비심을 지니고 있다면 자신과는 물론이고 가족, 친구, 회사 동료 심지어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과도 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제 이야기를 통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청화 스님을 뵙고서 저는 마음속 응어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심연 깊숙이 침전되어 있던 앙금을 모두 털고 나니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습니다.
이미 과거 자신과의 화해는 물론이고 아버지의 화해도 끝마쳤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의 화, 그 맹렬한 분노의 불꽃을 끄고 나니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게 된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여 저는 그 마음을 이 세상에 어떻게 회향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지, 저는 세상에 회향할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곡사에서 포교국장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은 것 이지요. 부부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자비 명상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저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가정이 맞닥뜨린 위기가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과 살림에 쫓긴다는 이유로 자녀에게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부모가 많았고, 대화 없는 가정환경 때문에 성격이 모난 자녀도 많았습니다. 부부 관계도 삭막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스럼없이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는 부부가 많았던 것입니다.
자비 명상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팔짱을 끼고 사찰을 내려가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볼 때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환히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중앙대학교에서 자비명상수행법을 강의하는 마가스님 *출처=불교신문
더 많은 가족들이 자비 명상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들 무렵 중앙대학교 관계자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자비 명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며 제게 강의를 의뢰했습니다. 자비 명상을 대학생들에게 알릴 좋은 기회이니 제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저는 2003년 1학기부터 <내 마음 바로 보기> 수업을 중앙대 학교에서 열었습니다. 첫 학기 수강생 150명으로 시작한 이 수업은 9년 뒤에 수강 인원이 열 배로 늘어 이제는 스님 다섯 분이 수업을 나눠서 진행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교재도 없고 노트에 강의 내용을 적을 필요도 없어서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에 수업을 듣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간절히 바라던 바를 <내 마음 바로 보기> 수업이 채워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수업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하여 주입식으로 교육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 그를 통해서 남도 자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만 해도 수업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습니다.
◇ 자비명상수행법 강의하는 마가스님 *출처=불교신문
제가 수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대학생은 예비 직장인입니다. 오래지 않아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입니다. 그런 까닭에 학생들에게는 청정한 자아를 찾는 게 무엇보다도 시급합니다.
제가 수업 중에 임제 스님의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봉 스님은 제자들에게 “이 세상을 무대로 한 바탕 멋지게 살라”고 말씀했습니다. 경봉 스님의 말씀은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부처님도 “자기야말로 자신의 주인이고 자기야말로 자신의 의지할 곳이니 말 장수가 말을 다루듯 자신을 잘 다루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부처님 일화를 하나 볼까요. 와라나시 녹야원에서 최초 설법을 마치고 우루웰라를 향해 교화의 길을 떠난 부처님이 중간에 나무 아래 앉아 쉴 때였습니다. 부처님 앞으로 젊은이들이 몰려와 물었습니다.
“혹시 도망가는 여인을 보지 못했습니까?”
“그 여자를 어째서 찾으려고 하는가?”
“그 여자가 우리의 귀중품을 모두 훔쳐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 달아난 여자를 찾는 일과 자기 자신을 찾는 일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보람 있는 일인가?”
“물론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죠.”
부처님은 젊은이들을 자기 앞에 앉힌 뒤 괴로움이 어디서 오며 괴로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말씀했습니다. <계속>
글 | 마가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