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아이 삶, 살아간다는 것은…
《서울 아이》/박영란 글/우리학교
현정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할 열 살 아이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버린 이야기 《서울 아이》는 읽는 내내 우울했다. 한마디로 열 살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버린 이야기라고나 할까.
또 다른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슬픈 걸까? 그래서 우울한 걸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우울한지 모르겠다.
주인공 아이는 다섯 살까지는 엄마, 아빠 그리고 형과 함께 평범하게, 행복하게 생활했다. 아이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아빠가 회사에서 명예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하면서부터였다. 치킨집을 해보지 않았던 회사원이 치킨집을 하면서 빚은 늘어갔고 빚이 늘어가면서 엄마 아빠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엄마가 사라진 뒤에 아버지는 혼자서 더 열심히 장사를 했다. 아버지는 이미 불행해져 버렸는데도 정말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어린 나도 겁이 날 정도로 열심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전조라는 것을 나도 알아챌 만큼 아버지는 불행 속에서 죽자고 열심히 일했다. 새벽까지 광고 전단을 붙이러 다녔고, 치킨 가게 홍보 행사를 계속했다. 매일 새벽에 들어왔고, 아침이며 벌써 가게에 나가고 없었다. 형과 나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어서 아버지가 진저리치는 시간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여기로 왔다. 우리란 아버지와 형과 나를 말한다. 그때 나는 일곱 살, 형은 열다섯 살이었다. p130
아빠는 열심히 살수록 빚이 늘어간다.
열심히 살수록 빚이 늘어간다는 말은 뭘까? 귀차니 아줌마도 열심히 살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삶을 포기했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삶을 포기하고 나서부터 주인공의 삶은 180도로 변해버린 생활이었다. 최악의 삶이었다고나 할까.
아빠가 집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2년. 그 아이는 열 살, 형은 열일곱 살. 형은 학교를 가지 않는다. 알바를 한다.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두 형제에게 부모는 집을 나간 상태였다.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 재혼했고, 아빠의 행방은 모르고.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삶에서 엄마는 자신의 다리에 뜨거운 기름을 붓고 그들을 떠난다. 아빠는 버티고 버티다가 빚으로 집과 가게를 처분하고 서울역 근처 산동네 단칸방으로 이사 온 후 삶을 포기한 것처럼 생활하다가 집을 나간다.
남아 있는 것은 두 형제뿐이다.
형은 아빠를 찾기위해 가끔 집을 나선다. 노숙자로 있을 아빠를 찾아서 온갖 역을 찾아다닌다. 부모가 집 나간 자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아빠를 찾아 나선다.
학교에 가지 않고 불량한 학생들과 어울리고 배달 알바를 하지만 동생만큼은 올바른 아이가 되길 바란다. 자신과 다른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형이랄까. 형은 자신의 꿈도 포기한다. 동생은 형의 마음을 이해하고, 형의 생활을 이해한다.
동생의 생활 속에 들어있는 귀차니 아줌마와 옆집 누나.
그들의 생활을 통해 세상을 살기는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귀차니 아줌마의 삶도 옆집 누나의 삶도 녹녹치 않다. 짜증 날 정도로. 귀차니 아줌마가 아이를 낳으러 간 사이에 전세금를 빼 도망간 남편을 보며 귀차니 아줌마는 열심히 살기를 포기한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모은 전 재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으니 그럴 법도 하다. 열심히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모든 것이 귀찮을 뿐. 술집 주방에서 일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돈과 아이의 돈까지 훔쳐 달아난 옆집 누나.
아이는 그들을 욕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며 이해한다.
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화나기도 한다. 하지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어른이, 이런 아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달 동안 돌아오지 않는 형을 기다리는 열 살 아이를 보며 불안 불안했다. 혹시 구치소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 개학 전날 돌아온 형. 형은 변했다.
앞으로 삶의 계획을 세우고 다른 사람이 될 거라는 다짐을 한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변한 것일까? 이 세상에는 오직 두 형제밖에 남지 않았다고 엄마도 아빠도 포기했기에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희망이 생긴 것인가? 어찌 됐든 우울한 책이다. 표지처럼 우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