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낮은산 청소년문학 키큰나무 시리즈 20권. ‘나’로 살기 위해 익숙한 궤도를 떠나는 이들의 용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겨 있다. 옛이야기와 SF,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아우르며 이야기 세계를 확장해 온 임어진 작가의 소설집이다. 곧 도래할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래는 뇌에서 특정한 기억을 제거할 수도 있고, 인공지능으로 집 안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으며,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 사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이라면 인간은 문제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목차
니르 순환선
해피 하우스
나나와 하나
로봇 단테1
로봇 단테2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임어진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샘터상’, 『델타의 아이들』로 2009년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과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한국 신화와 옛이야기, SF 등 시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잇는 주제에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입니까』에 「아르고스의 외출」을, 『귀신이 곡할 집』에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를 썼으며, 청소년소설 『이웃집 구미호』, 『로봇 중독』, 『광장에 서다』, 등을 함께 썼으며, 동화 『이야기가 사는 숲』, 『푸른 고래의 시간』, 『아니야 고양이』, 『사라진 슬기와 꿀벌 도시』, 『괜찮아신문이 왔어요』, 『너를 초대해』, 『델타의 아이들』, 『이야기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보리밭 두 동무』, 『또도령 업고 세 고개』, 『이야기 도둑』과 전통문화와 어린이 인물 고전 『오방색이 뭐예요?』, 『최치원전』, 『설문대 할망』, 『말과 글은 우리 얼굴이야』, 그림책 『손 없는 색시』, 『다와의 편지』, 『도깨비 잔치』를 썼습니다.
출판사 리뷰
우리는 어느 궤도에 있을까?
궤도는 글자 그대로 보면 바큇자국이 난 길이라는 뜻이다. 아무도 지나간 적 없는 들판을 달리며 누군가가 남긴 바큇자국은 ‘궤도’라는 말이 되었고, 이제는 우주에서 다른 천체 주변을 끊임없이 도는 행성의 길을 설명하는 데 이르렀다. 바퀴와 행성의 간극은 엄청나게 멀지만, 눈에 보이는 길이라는 점에서 궤도의 의미는 그대로다.
눈에 보이는 길은 누군가의 삶을 이끌어 주는 안내자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가 되기도 한다. 임어진 작가는 곧 도래할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궤도를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길로 나서는 이들의 용기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래는 뇌에서 특정한 기억을 제거할 수도 있고, 인공지능으로 집 안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으며, 복제 인간이 태어날 수 있고,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 사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이라면 인간은 문제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 여전히 ‘나’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 이들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미래가 다 보이는 길을 왜
마음 졸이며 걸어가야 하지?
미래를 상상할 때 우리는 늘 더 편리하고 행복해지는 일상을 꿈꾼다. 마치 과학기술이 그걸 이루어 줄 수 있는 비밀 열쇠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상상에서 자주 생략되는 것은 그 과학기술을 실제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큰 재난으로 동생 은유를 잃고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니르 순환선」의 선유는 ‘기억제거술’을 제안받는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제거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 보기도 하지만, 한 존재를 스스로 지워 버리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나와 하나」에서 나나는 존재조차 몰랐던 언니의 세포로 태어난 복제 인간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언니와 다르게 살기 위한 나나의 분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언니처럼, 언니가 살아온 대로, 눈에 보이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기 위해 나나는 자신만의 길을 찾기 시작한다. 하나의 우주와도 같다고 하는 한 사람의 존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선유와 나나는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고, 한 사람으로 반짝일 수 있기를 꿈꾼다.
대체 얼마나 말 잘 듣는
로봇을 원하는 거야?
미래 세계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지금 겪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된 다른 세계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이 세계는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다시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낯선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 역시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해피 하우스」는 집 안의 모든 컴퓨터와 기기를 연결해서 통제하는 홈 케어 시스템의 편의성에 아무런 경계심이 없다가 그 힘에 갇히고 마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뭐든 연결해서 소통하는 편리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그 연결이 오히려 독이 되어 가족을 공격한다. 사람을 위한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그걸 향유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면, 결국 기술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보여 준다.
우주 무덤이 되어 버린 우주선에 값비싼 순장품으로 동승한 「로봇 단테1」의 단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로봇임에도 일방적인 해체 위기에 놓인 「로봇 단테2」의 또 다른 단테는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다. 낡은 책 냄새를 좋아하는 로봇이 해체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무슨 일이든 해내는 첨단 로봇을 꿈꾸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한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의 입장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임어진(지은이)의 말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우리는 제각각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엔가 붙들려 있을 때가 많다. 중력 같은 힘이 우리를 지켜 주는 경우도 있고, 헤어날 수 없는 굴레인 경우도 있다. 너무나 익숙해서 궤도를 돌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기도 한다. 우리 각자는 어떤 궤도를 돌고 있는지, 그 궤도를 지키거나 떠난다는 게 무엇일지, 변화와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