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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감각]

[OPINION] 빅클럽들의 미드필드 퍼즐 맞추기

2006-08-19

현대 축구에서 완성된 미드필드 라인을 보유하는 것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이 명제를 바탕으로 유럽 빅클럽의 감독들은 자신이 원하는 미드필드의 퍼즐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면 2000만 유로가 넘는 거액의 금액조차 아낌 없이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 마이클 캐릭을 영입하기 위해 '1400만 + 460만 파운드'에 달하는 놀라운 이적료를 지불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퍼거슨 감독은 또 다른 잉글랜드 자국 출신의 젊은 미드필더인 오웬 하그리브스에게도 17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거액의 돈을 투자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캐릭의 영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했음에도 불구, 퍼거슨 감독이 또 한 명의 미드필더를 원하고 있는 이유는 "캐릭만으로는 미드필드의 퍼즐을 완성시킬 수 없다" 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퍼거슨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미드필드의 퍼즐'은 과연 어떤 형태를 띄고 있을까?

▣ 마이클 캐릭 120% 활용하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로이 킨 없이 사는 법을 찾아내기 위해 적지 않은 실험을 반복해 왔고, 그 결과 "로이 킨과 비슷한 선수를 찾아내려 애쓰기보다는 로이 킨이 있을 때와 다른 방식의 미드필드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낫다" 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 킨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마이클 캐릭의 영입이 이를 직접적으로 대변해준다.

마이클 캐릭은 샤비 알론소, 안드레아 피를로, 페르난도 가고 등과 마찬가지로 소위 말하는 '과르디올라형 미드필더'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한 선수다. 이러한 유형의 미드필더들은 보통 포백 라인의 바로 앞에 위치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라운드 전체를 넓게 바라보며 볼을 배급하고 템포를 조절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인 까닭이다.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수비수들로부터 볼을 넘겨받아 자신보다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을 향해 길고 짧은 패스를 뿌려주는 것이다. 그 활약도가 쉽게 눈에 띄진 않지만, 팀의 전체적인 플레이가 원할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숨은 지휘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전술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유형의 미드필더들이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할 때, 공격라인에 포진한 선수들은 볼을 받아내기 위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과르디올라형 미드필더들은 '공격의 시작'이란 측면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반면, '수비의 시작'이란 측면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창의적이고, 기술적이고, 지능적인 대신 스피드, 역동성, 수비력이란 요소를 다소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미드필더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위에 어떤 선수들을 포진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스피드, 역동성, 수비력 등을 보완해줄 수 있는 일명 '보디가드'의 뒷받침이 이루어질 때, 갖고 있는 기량을 120% 발휘할 수 있다.



그림 1: 퍼거슨 감독이 오웬 하그리브스 영입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90분 내내 그라운드 전체를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왕성한 에너지의 소유자 하그리브스는 캐릭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매우 적합한 스타일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에 연루되어 왔던 또 다른 미드필더인 마르코스 세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림 2: 이러한 방식의 미드필드 전술은 AC 밀란의 안첼로티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넓은 시야와 패싱력을 겸비한 피를로가 포백라인 바로 앞에 위치하는 한편, 가투소는 왕성한 활동량과 터프한 수비력을 앞세워 피를로와 셰도르프를 보좌한다.

그림 3: 아르헨티나 명문 보카 후니오르스 또한 마찬가지의 전술로 성공적인 05/06 시즌을 보냈다. 페르난도 가고는 마켈렐레처럼 수비할 수는 없지만, 샤비 알론소처럼 길고 짧은 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가고에게 부족한 역동성과 터프함을 커버해 준 인물은 바로 '남미의 비에이라' 바타글리아였다.

그림 4: 만약 리버풀이 4-3-3을 활용하게 된다면 시소코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알론소의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제라드가 더욱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시소코에게 주어진 임무다.



그림: 리버풀의 베니테스 감독이 4-3-3보다는 4-4-2를 좀 더 선호하는 성향을 나타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4-4-2 시스템이 다시 한 번 베니테스 감독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측면 공격에 초점을 맞춘 4-4-2(위)와 중원 장악에 초점을 맞춘 4-4-2(아래)가 적절하게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한 하그리브스를 비롯한 새로운 미드필더 영입에 실패할 경우에는 4-4-2를 메인 시스템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은 라이언 긱스에 비해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중원 싸움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 '주가상승' -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알론소, 캐릭, 피를로와 같은 선수들이 '공격의 시작'이란 측면에서 강점을 나타낸다면, 마켈렐레, 디아라, 마셰라노와 같은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수비의 시작'이란 측면에서 강점을 나타낸다. 이들은 말 그대로 수비 라인의 방패막이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이다.

최근에는 '수비도 잘하고 패스도 잘하는' 만능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주가를 높이고 있지만, 이러한 유형의 미드필더들은 보통 알론소나 피를로처럼 4~50야드 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는 없다. 상대로부터 볼을 빼앗아낸 후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동료들에게 '안전하게' 볼을 전달하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따라서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유한 감독들은 4-4-2, 4-3-3 등에 관계 없이 이러한 유형의 미드필더 앞에 적어도 1명의 창의적인 미드필더를 포진시키는 전술을 선호한다. 이것은 현대 축구에서 미드필드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가장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그림 1: 클로드 마켈렐레는 포백의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스페셜리스트'와도 같은 선수다. 에시앙이 추가되면서 지난 시즌 첼시의 미드필드 저지선은 더욱 강력해진 모습을 보였다. 한편 06/07 시즌의 첼시는 발락과 램파드를 공존시키는 새로운 전술을 앞세워 팬들을 맞이한다.

그림 2: 바르셀로나에서 에드미우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 이상으로 높다. 에드미우손은 데코와 샤비가 갖고 있지 못한 뛰어난 신체조건, 파워, 제공권 등을 앞세워 포백 라인을 보호한다.

그림 1~2: 지난 시즌의 첼시가 적극 활용했던 4-3-3과 바르셀로나의 4-3-3은 같은 전술이면서도 스타일 면에서 상반된 성향을 나타냈다. 첼시가 미드필드에서의 스피드, 역동성, 카운터 어택을 통해 탈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라면, 바르셀로나는 미드필드에서의 테크닉, 패스웍, 템포 조절을 통해 탈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다. 이러한 두 팀의 상반된 스타일은 "현대 축구의 탈압박 전술이 '스피드 중심의 역습축구'가 되어야 하는가, '테크닉 중심의 볼을 소유하는 축구'가 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림 3: 올림피크 리옹에서 디아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에시앙 이상'이었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디아라의 뒷받침이 없다면 주닝요 또한 자신의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림 4: 미드필드의 묵묵한 살림꾼 질베르투 실바의 존재는 로시츠키와 세스크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 로시츠키, 세스크, 흘렙 등이 구사하게 될 아스날의 세련되고 다이나믹한 패싱게임이 프리미어쉽 무대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플레이메이커 중심의 4-2-3-1

최근 유럽에서는 4-3-3이 크게 유행하고 있지만 플레이메이커를 중심으로 미드필드 장악에 초점을 맞추는 4-2-3-1 시스템도 각국의 대표팀과 클럽들 사이에서 변함 없이 성행하고 있다.

4-2-3-1에서는 기본적으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뒷받침한다. 단, 현대 축구에서는 지나치게 플레이메이커에게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 사실상 공격형과 수비형의 중간 쯤에 해당하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림 1: 비에이라-마켈렐레가 지단을 뒷받침하는 프랑스의 4-2-3-1 전술은 지난 2006 월드컵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요한 크라이프와 같은 축구인들은 사실상 '안티 4-2-3-1'을 표방하고 있지만, 플레이메이커 중심의 4-2-3-1은 현대 축구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림 2: 레알 마드리드의 카펠로 감독은 4-2-3-1에 가까운 전술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카펠로 감독의 굳은 신임을 확보하고 있는 라울은 프리-시즌 경기를 통해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힘을 쏟고 있는 마하마두 디아라 영입에 성공할 경우 그 비중은 '창의성'이란 측면에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3: AS 로마 또한 토티 중심의 4-2-3-1을 주로 활용하는 팀이다. 터프한 수비형 미드필더 알루 디아라가 영입될 경우 데 로시, 페로타와 함께 보다 견고한 중앙 미드필드 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4: 06/07 시즌의 발렌시아는 4-4-2를 메인 시스템으로 활용할 것이 유력하지만, 다비드 실바를 중심으로 하는 4-2-3-1 역시 '플랜 B'로서 준비해놓고 있다. 86년생 기대주 실바가 주위의 기대처럼 '제 2의 아이마르'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실패한 미드필드 조합들

아무리 뛰어난 명장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전술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앙 미드필더의 다양한 활용이 강조되는 4-3-3 시스템을 가동시키는데 있어 많은 감독들이 실패의 쓴잔을 들이켰다. 유명 감독들의 '실패작'을 가볍게 되돌아보는 것도 06/07 시즌 빅클럽들의 미드필드 구성을 가늠해 보는데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No Speed, No Stamina, No Power... 스페인은 프랑스와의 2006 월드컵 16강전에서 세 명의 창의적인 미드필더들을 앞세워 볼 점유율을 장악하려 했지만 경기는 결코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미드필드에서의 수비적인 측면과 역동성이라는 요소를 간과한 아라고네스 감독의 전술적 판단미스가 패착으로 작용했던 한 판이었다.

그림 2: 2006 월드컵 8강전 당시 브라질의 페레이라 감독은 아드리아누 대신 주닝요를 투입한 용병술로 인해 자국 언론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주닝요를 투입함으로써 미드필드를 강화시킨 페레이라 감독의 전술적 판단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였다. 어쩌면 브라질이 무기력하게 무너진 이유는 페레이라 감독의 전술적인 실책보다는 지네딘 지단의 마지막 불꽃이 지나치게 강렬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림 3: 반면 05/06 시즌 클래식 더비 1차전(0-3 레알 패) 당시 룩셈부르구 감독이 구사한 미드필드 전술은 언론들로부터도, 팬들로부터도 결코 호응을 얻을 수 없었다. 파블로 가르시아 한 명에게만 지나치게 수비부담을 가중시키는 전술로 인해 레알의 미드필드 라인은 밸런스를 잃어버렸고, 호나우딩요와 메시 등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 가능했다.

그림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한 05/06 시즌 초반에 미드필드 라인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콜스, 스미스, 플레쳐 등이 주축을 이룬 맨유의 미드필드 라인은 공·수 양면에 걸쳐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 사커라인 이형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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