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그리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쉽고 재미있다. (잘) 그리기에 대한 간단한 오해(부담)를 벗고,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된다.
‘그리기’에는 ‘특정한 목적의 전문적 기술로서의 그리기’도 있지만, ‘인류가 해온, 하고 있는 공통적인 행위로서의 그리기’가 있다. 전자의 그리기는 사실 후자의 그리기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전문적 영역의 그리기’가 아닌 ‘인류가 해온 하고 있는 공통적 행위’로서의 그리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그리기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그리기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기술은 중요하지만 인문적 계기를 갖는 일은 더 중요하다.
특별한 기술과 수준을 요구하지 않으며 전문적이지도 않은 ‘우리의 이 그리기’가 얼마나 쉽고 재밌는지, 중요한지, 어떻게 우리의 근원적 행위가 되어 우리의 신체와 더불어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지, 이 그리기가 유일무이한 나를 만나 어떻게 또 다르게 펼쳐질 수 있는지, 당신과 더불어 이 세계를 얼마나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하는지.. 물과 공기와 같은 이 그리기는 단지 ‘그리는 행위’이며 ‘그리는 짓’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이름들을 가진 아주 근사한 그리기가 많다. 드로잉, 여행 드로잉, 크로키, 세밀화, 소묘, 어반스케치 등등 매력적인 이름들만큼 많은 그리기가 우리를 즐겁게 유도하고 유혹한다. 하지만 막상 각각의 이름들은 어떻게 그려야 하는 건지를 ‘또’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나 결국 모든 이름들의 그리기는, 무엇인가를 그리고자 하는 욕구를 몸으로 표현해내는 것이기에 모두 ‘그리는 짓’이다. 이름은 나중에 붙이기로 하자. 일단 ‘그리는 짓’을 즐기도록 해보자. 그리는 짓은 자유로움과 유연함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세련된 배움보다 ‘그리는 짓’이 더 근사한 그리기를 향해가는 당신의 길이다. (This is the way) 다양하고 고급 진 이름들의 ‘있어 보이는 그리기’를 차버리고 ‘있는 그리기’를 새겨가자. ‘짓’으로서의 그리기가 재미있고, 그려보기 전에 생각했던 긴장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면, 짝짝짝 축하드린다! 앞으로의 당신의 그리기에 축복에 있으리~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인용하자면,
우선 ‘딱히 예술가가 아니어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소설가란 예술가이기 이전에 자유인이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인의 정의입니다. 예술가가 되어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부자유한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 극히 평범한,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자유인이면 됩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_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기’는 쉽게 시작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면 충분하다. 거기에서 만족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제롬 (www.75jero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