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노벨 영향 탓인지 한국형 라이트노벨의 정의를 두고 그야말로 피 터지는 싸움이 계속 되고 있는데...
내 개인적 생각으로 '한국형 라이트 노벨' 이란 '한국 문화를 접하고 자란 한국인이 쓴 라이트 노벨' 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제 글에서 국적을 구분하기란 별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김씨가 썼냐 나까무라상이 썼냐' 의 차이는 있어도 '한국인이 썼냐 일본인이 썼냐' 는 무의미 하다고나 할까?
뭐, 다른 나라는 제쳐두고... 일본과 우리나라는 사회, 경제, 정치, 문화면에서 상당히 흡사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을 경제 발전 모델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일본 문학이 판을 치고 있다. 문학의 위기 어쩌니 해도 서점 시장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이사카 코타로 등의 유명 작가들 책은 수 만부씩 팔려 나간다. 그 외에도 수 많은 일본 작가들이 진출을 했고, 추리 문학이라는 장르는 일본을 통해 부활했고, NT노벨을 시작으로 한 라이트 노벨도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 이유로 꼽는 것이 개인주의적 시각이다. 일본은 80년 대 이후 고도 자본주의 사회를 이룩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벗어났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나라가 40년만에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국이 된 것이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반대로 정신적 빈곤을 겪었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 속에서 나란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인가?
물질적 성공에 매진하는 사이 나란 존재는 어디로 갔는가?
...대체로 이런 식의 의문이 든 것이다. 이러한 성향이 가장 잘 나타난 글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특징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무국적성인데... 이때쯤 해서 일본 문학이 전체적으로 무국적성을 띠게 된다.
국내 문학이 아직까지 '시대와 개인의 관계', '시대에 억압받는 개인' 에서 못 벗어나고 있을 때, 일본 문학은 '시대' 보다는 '개인' 에 집중을 한 것이다. 시대가 중심이 되면 배경(즉, 국가. 그리고 그 국가가 가진 정치 체제나 경제 상황 등)이 중요시이 된다. 반면 개인이 중심이 되면 나라는 존재가 중요시 되기 때문에 배경은 그야말로 배경에 불과해진다.
전자가 '한국인이 썼냐 일본인이 썼냐' 가 중시된다면, 후자는 '김씨가 썼냐 나까무라상이 썼냐' 가 중시된다.
이러한 개인을 중심으로 한 문학은 주제도 정치나 경제 등의 무거운 것보다는 '연애' '사랑' '좌절' '도전' 등 개인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을 주제로 한다.
(예를 들어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의 경우 불륜이 소재지만, 당사자들의 감정을 중심으로 썼지 법률이나 윤리의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의 경우에는 파시스트 정치인과 싸우는 형제라는 정치적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지만, 그것을 개인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여준다)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도 일본을 따라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감성적으로 일본 문학이 가진 주제에 대해 어느정도 동조를 하게 된 것이다.
이게 국내 문학이 추락하는 반면 일본 문학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라이트 노벨은 어떤 관점으로 봐야하는 걸까?
라이트 노벨 역시 상당히 무국적성을 띠고 있다.(뭐 판타지 자체가 무국적성을 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즈미야 하루히>, <작안의 샤나>, <ROD>, <부기팝>,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스트레이트 재킷> 등의 경우를 보더라도 몇 가지 부분만 고치면 우리나라 사람이 썼다고 우겨도 충분할 정도다.
과거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어느정도 감정적 거리가 있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러한 감정적 거리도 많이 좁혀진 상태다.
(일본 아줌마들이 괜히 겨울연가를 수십번 돌려 보면서 눈물을 짜냈겠는가? 그 정도로 감정 이입이 된다는 거다)
특히나 라이트 노벨의 주 독자라 할 수 있는 중, 고등학생의 경우 입시, 사랑, 학교 생활 등 정서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한국형 라이트 노벨의 정의는 굉장히 단순하다.
도깨비 나오고 김서방 나온다고 한국형이 아니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한국형이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내' 가 바로 한국인이니까.
첫댓글 제목이 크게 보이는 건 역시 나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