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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음악의 진상전시회]를 통해 우리나라 음악계(클래식, 국악, 대중가요계 등)인사들의 친일행적을 공개한 바가 있다. 이를 계기로 동시에 지역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던 박시춘, 백년설 등 친일대중음악인들의 이름을 딴 가요제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시민,사회,농민단체 등과 함께 가요제의 명칭 변경을 가요제 주최측에 요구하였다. 그 결과 2002년부터 시작해 올해 3회를 맞는 <박시춘 가요제>(밀양시, 창원 KBS 공동주관)가 <밀양아리랑가요제>로,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 2회를 맞는 <백년설 가요제>(경북 성주군 주관)가 <성주가요제>로 각각 이름을 바꿔 열릴 예정이다.
‘굳세어라 금순아’, ‘신라의 달밤’, ‘전선야곡" 등 수많은 대중 가요를 작곡한 대중 음악계의 대부인 박시춘. 역시 ‘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 ‘마도로스 수기’, ‘어머님 사랑’, ‘대지의 항구’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백년설. 우리들의 애환을 노래한 이들이 왜 이제 와서 ‘친일’이라는 불명예를 떠 안고 있는 것일까. 먼저 그들의 친일 행적부터 살펴보기고 하자. 1913년 경남 밀양 태생인 박시춘은 일제시대 OK레코드사 전속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해방 후 연예인협회 이사장, 한국예총 부회장 등을 거치며, 대중가요 창작인으로는 처음으로 1982년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일제의 병참기지화 정책과 황민화 정책을 정당화시키고, 일본정신과 일본정서를 찬양한 노래를 작곡한다. 그의 친일 노래는 ‘아들의 혈서’(조명암 작사, 백년설 노래), ‘목단강 편지’(조명암 작사, 이화자 노래), ‘결사대의 안해(아내)’(조명암 작사, 이화자 노래), ‘혈서 지원’(조명암 작사, 백년설 노래) 등이 있다. 이 중 1943년 ‘조선 지원병 실시 기념’으로 만든 음반에 실린 ‘혈서지원’이 대표적인 친일곡으로 분류된다. ‘혈서지원’의 가사를 살펴보자.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 일장기 그려놓고 성수만세 부르네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1절) 반도의 핏줄거리 빛나거라 한 핏줄 / 한나라 지붕 아래 은혜 깊이 자란 몸 이 때를 놓칠 손가 목숨을 애낄 손가 /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3절) 가수인 백년설은 1915년 경북 성주 출생으로 1938년 일본에서 취입한 「유랑극단」으로 데뷔해 1944년 대표적인 친일단체인 <국민총력조선연맹> 지원아래 ‘백년설 가요대’조직 지방 순회공연을 다니며 왕성한 친일활동을 전개한다. 백년설이 부른 친일가요 위에서 언급한 ‘혈서지원’(징병제 시행 결정에 따른 ‘해군 특별 지원령’ 시행 축하곡), ‘복지만리’(영화 ‘복지만리’ 주제가로 만주 이주 장려의 노래), ‘아리랑 만주’, ‘정든 땅’(만주 이주 장려의 노래), ‘아들의 혈서’, ‘이 몸이 죽고 죽어’, ‘지원병의 어머니’ 등이 있다. 그는 일제 말기 제2라디오 방송국에 매일 고정 출연하여 군국가요 보급의 대가로 고액의 수당을 받기도 하였다. 결국 해방직후 김구와 임시정부측에서 만든 숙청대상 친일인사 명단에 이름이 오를 정도였으니 그의 친일은 좀 심했다고 생각된다. 이 밖에도 진주출신 가수이며 친일 노래를 몇 곡 부른 남인수의 이름을 딴 <남인수 가요제>도 현재 열리고 있다. 일제시대 대중 예술계 인사들은 ‘기예증’이라는 사실상의 공연허가증을 발급 받지 않고는 예술활동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였다. 따라서, 그들의 친일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친일행위가 오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클래식과 달리 별달리 공연 팜플렛이나 악보, 시나리오 등이 잘 갖추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친일행위 자체를 무시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일정 정도 수준 이상의 계층들을 상대로 행해진 것이 아닌 그야말로 일본의 문화혜택이나 문화 선전 선동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시골 곳곳에서 유랑악극의 형식으로 이뤄진 전쟁 선동행위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빙산의 일각이라 할 지라도 이제 와서 하나 둘 드러나는 대중 예술인들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 이들의 이름 값을 빌어 재미를 보려는 각 단체들의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연구소는 이번에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 준 밀양시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친일행적자의 무분별한 기념사업이 하루 빨리 중단되길 희망하며, 앞으로도 공적영역에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왜곡할 소지가 있는 사업은 스스로 자제할 것을 요구한다. ※ 박시춘, 백년설의 친일행적은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www.historyfund.com→기획전시→친일음악전)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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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화재방송국(www.icpn.co.kr)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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