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잠룡으로 떠받들리는 정치인의 행보는 늘 언론의 주목을 받습니다.
“서울, 부산, 대전 등을 찾았다.”는 문장은 두리뭉실하기 그지없습니다.
서울·부산·대전 외에 다른 도시도 찾는다는 건지, 서울·부산·대전만 찾는다는 건지 모호합니다.
쓴 사람만 알 수 있지요.
다른 도시도 찾는 것이었다면 쓴 사람은 나머지 도시를 다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나열된 세 도시만 찾는 것인데도 ‘등’을 붙였다면 그것은 일종의 습관입니다.
‘등’은 이처럼 두 가지 뜻으로 쓰입니다.
열거한 대상 외에 더 있거나, 열거한 그것만이거나 둘 중 하나이지요.
1970년대 후반 발행됐던 월간지 ‘뿌리깊은나무’는 그래서 ‘등’을 사용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뜻이 분명하지 않은 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잡지처럼 ‘등’을 안 쓰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대상을 몇만 열거하는 게 나은 상황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는 덜 쓰는 게 문장의 모호함을 줄여 줄 수 있습니다.
서울, 부산, 대전 세 도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서울, 부산, 대전을 찾는다’가 좋겠습니다.
흐름상 ‘등’을 넣는 게 부드럽다면 ‘서울, 부산, 대전 등 세 곳을 찾는다’고 하면 정확해집니다.
‘등’은 또 “춤을 추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에서처럼 ‘는’ 뒤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는’ 뒤에 ‘등’이 오는 건 아닙니다.
‘춤을 추다’의 ‘추다’처럼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 뒤에서만 ‘등’이 와야 자연스럽거든요.
어제 제21댁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부결되었고
전세사기구제법 민주화유공자법 등 다른 법안 몇 개는 여당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진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