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자]秋波(추파)
秋 가을 추[난이도]중학용 [한자검정]7급(쓰기:6급) [자원]회의문자
波 물결 파[난이도]중학용 [한자검정]준4급(쓰기:준3급) [자원]형성문자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는 태도나 기색. 사모(思慕)의 정을 나타내는 은근(慇懃)한 눈짓.
가을은 물결이 잔잔하고 아름답다. 물이 맑아 호수 밑까지 잘 보인다. 물 위로 낙엽이 떨어져 바람에 이리저리 가볍게 움직이는 걸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물결을 秋波(추파)라 한다. 가을에는 물이 사랑스럽다. 여름철 홍수처럼 피해를 주거나 위협적이지도 않다. 가을 호수는 잔잔하고 유리처럼 맑아 한 없이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가을날 호숫가에 앉아 바람에 가볍게 이는 물결을 보노라면 마음에 뭔가 일어난다. 가을에는 시를 쓰거나 노래를 하거나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사람의 얼굴 가운데는 사랑을 담아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보내는 눈길이 있다. 이를 가을의 아름다운 물결에 비유하여 추파라고 한다. 그 가운데 젊은 여인의 은근한 눈길, 이 또한 매우 아름답다. 아무리 군자라도 이 추파에는 마음이 동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에도 그런 내용이 있다.
"십일월 육일 다산의 동암 청재에서 혼자 자는데 꿈에 한 예쁘장한 여인이 나타나 추파를 던졌다. 나 역시 마음이 동했지만 잠시 지내다가 그를 보내면서 절구 한 수를 주었는데 꿈을 깨고 나서도 기억이 역력하였다. 시는 이러하다[十一月六日 於茶山東庵淸齋獨宿 夢遇一姝來而嬉之 余亦情動 少頃辭而遣之 贈以絶句 覺猶了了 詩曰] 설산 깊은 곳에 아름다운 한 송이 꽃(雪山深處一枝花)/연분홍 복사꽃 비단에 싸였는가(爭似緋桃護絳紗)/이내 마음 어쩌다가 금강철로 굳었거니(此心已作金剛鐵)/네가 비록 풍로라도 녹일 수가 있다더냐 (縱有風爐奈汝何)"
꿈 속이니까 그 추파에 넘어가도 되련만 거기서도 차갑게 대하고 만다. 참으로 목석같은 마음이다. 마음이 동하여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소인이겠으나, 추파에도 흔들임이 없어야 어진 선비일 게다.
추파가 지나치면 아첨처럼 보일 수 있다.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추파에는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는 태도나 기색'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요즈음 재보선 정치인들의 추파가 잦는 계절이다. 추파에 이끌리기 보다는 진면목에 눈을 돌리자.
출처:전남일보 정유철 기자의 한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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