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 빌려주는
생계비대출 시행 첫 날 1194건 상담
1126건 대출, 평균금액 65만1천원
15.9% 금리·예약방식에는 불만도
최고 연 15.9% 금리로 1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출시된 27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차주로 전국의 46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예약 후 방문하면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코로나 끝나고 3년 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멀리 나왔어. 동네에서 담배꽁초 주우면서 한 달에 27만원, 노인연금으로 24만원 받는데 빚 갚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다달이 내는 돈을 조금이라도 깎아준다니까 어떻게 해서든 다 갚고 죽어야지."(서울 돈암동 거주, 80대 김모씨)
돈 줄 마른 취약계층 1126명 '생계비 65만 1천원' 빌렸다
취약계층(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에 9.4~15.9% 금리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시행된 첫 날인 27일 현장을 찾은 수요자들은 '가뭄 속 단비'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성남시 서민금융통합센터를 찾은 50대 이모씨는 "당장 죽기 일보 직전이라서 이거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건설사 일용직, 시쳇말로 노가다로 일하고 있었는데 공사장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서 집세도 몇개월 밀렸다"면서 수중의 현금은 단돈 100원이라고 했다. 한달 전 동사무소에서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 조건부 수급자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는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마음으로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하러 왔다고 고백했다.
반도체 업종에 종사하던 강모씨(30대·남)는 예상치 못한 병원비로 부족해진 생계비를 빌리기 위해 이날 성남센터를 찾았다. 강씨는 업무 중 3층 높이의 장소에서 떨어져 다리에 부상을 입어 현재는 일을 쉬고 있다. 강씨는 "금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며 당장 생활비를 빌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서울시 돈암동에 사는 80대 여성 김씨는 아들, 딸과 함께 서울 중구 중앙센터를 방문했다. 김씨는 동네에서 담배꽁초를 줍는 일(공공일자리)로 월 27만원, 노인연금으로 24만원이 한 달 수입이다. 남편의 노인연금까지 더해 남는 돈을 빚 갚는 데 쓰고 있지만 생계비도 원리금도 부족하다. 김씨는 "여기로 상담 하러 오면 생계비를 좀 더 받고, 다달이 내는 돈도 좀 줄일 수 있다고 해서 딸, 아들과 함께 왔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좋아지면 좋겠다"면서 기자의 손을 덥썩 잡았다. 빚이 있는 차주들에게는 채무조정 제도를 안내하고 고용과 복지 프로그램까지 알려주는 상담방식 역시 '도움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대출 시행 첫 날 1126명이 생계비를 빌려 돌아갔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예약 1264건 중 대출신청 접수건은 1126건으로 전체 89.1%였다. 평균 대출금액은 65만 1000원이다. 대출이 안 된 68건은 신용·소득요건을 맞추지 못하거나 조세를 체납한 경우 등이다. 대출금액이 50만원인 게 764건, 병원비 등 자금용처가 증빙된 50만원 초과 건은 362건이었다. 50만원을 기본으로 하되 용처가 증빙되면 최대 50만원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예약부도(노쇼) 비율은 5.5%로 낮은 편이었다. 예약 신청자 94.5%가 센터를 찾아 총 1194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대출상담 중 △채무조정 상담신청 536건 △복지연계 248건 △취업지원 109건 △휴면예금 조회 92건 등 복합상담이 지원됐다.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예지 기자
높은 금리에, 전화예약 불통은 답답
다만 최고 연 15.9%의 높은 금리에 상담 인프라 부족,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윤모씨(30대 후반·여)는 15.9% 금리에 대해 "솔직히 소액 대출이고, 국가에서 해주는 것치고는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도 당장 내가 답답하고 어쨌든 사금융보다는 나으니 '이거라도' 하는 느낌으로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대면상담이 사전예약제로 운영된 것을 모르고 현장에 와서 허탕친 고객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성남센터를 방문한 장모씨(58세·남)는 "예약을 하려 해도 전화예약이 불통"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전화기를 5~10분씩 들고 있어도 예약이 안 되니까 직접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들은 건 고작 '예약이 안 되어 있다'는 말 한 마디였다"며 예약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성남센터는 컴퓨터 전산망이 마비돼 상담 시간이 지연되거나 본인의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고객과 담당 직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 중앙센터에서도 "예약을 안 하면 상담을 못 받는 줄 몰랐다"라며 발길을 돌리거나, 현장에서 직접 전화를 해보다가 "사전예약제는 공무원 좋으라는 행정 편의주의"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 인프라도 부족했다. 서울 중앙센터에서는 전체 창구 18곳 중 3곳만 생계비대출 창구로 활용됐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대출을 기다리고 있다"며 "필요시 추가 재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기존의 서민금융진흥원 상담인력 확대 외에 다음달 3일부터는 상담인력을 추가 투입해 일주일간 375명의 상담여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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