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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재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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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방(시, 시조...) 스크랩 책소개 민들레 방점 / 권숙월 시집
정가네(김천) 추천 0 조회 150 19.02.13 23:16 댓글 12
게시글 본문내용

*

민들레 방점 / 권숙월




*

김천의 대표시인이신 구절초 권숙월 시인께서

'민들레 방점'이란 제목으로 등단 40년을 앞두고 열세 번째 시집을 내셨습니다.

스무 해 가까이 '열두 줄 시 쓰기'를 고집해 오다가

산문시의 매력에 반해 단번에 산문시 시집을 한 권 내셨습니다.


'할미꽃처럼, 능소화의 여름, 구절초' 등 꽃과 나무 이야기,

'산의 마음, 낮달, 우듬지에 짓다' 등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크고 작은 깨달음,

'민수 꿈은 무지개, 윤슬이 꿈 참 곱다, 아내의 자전거' 등 피붙이에 대한 깊은 사랑,

'감동 주는 법, 미안해서 어쩐담, 문자 메시지' 등 일상생활 속의 애환들,

'멧비둘기 책 읽는 법, 벼가 익는 시간, 직지천의 겨울' 등 계절이 주는 깨달음 등

아흔다섯 편의 시가 들꽃 향기를 내뿜으며 맛있게 차려져 있습니다.


시인의 말씀처럼 

달과 별, 눈과 비, 나무와 풀, 날짐승과 길짐승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고,

가족을 비롯한 목소리 낮은 사람들의 진솔을 삶을 

읽기 쉽게 그림이 그려지는 시로 써 놓으셨습니다.


일독을 권하면서

여기에 몇 편을 소개합니다.



산수유꽃


  한뎃잠 자는 몸에서 태어난 생명이 기슭의 봄눈처럼 아

늑하다 우리 가까이서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속속들이

맑은 햇살 받아들이면 쌀쌀맞은 가슴도 열게 되는가 

떠한 바람이든 팔 벌려 받아주면 까칠한 눈길도 마다하지 

않는 다정한 모습 보일 수 있는가 배시시 웃음 건네던 아

린 날에도 꽃으로는 보이지 않더니 언제부터인가 네가 좋

아졌다



은기리 산벚꽃


  맛있는 시 한 폭 펼쳐 놓았다 산벚꽃이 유혹하는 은기

리 앞산, 가까이서 말고 멀리서 소리 내어 읽으라고 큰 

글씨로 써 놓았다 독자 욕심 없이 눈길 드문 곳에 일 년

걸려 쓴 시. 행간을 연둣빛으로 처리한 기법에 두보도 무

릎을 칠 빼어난 작품이다 어디서 저처럼 싱싱한 이미지가 

나왔을까 밑줄 그을 데 많아 고민하던 하늘까지 슬그머니

내려와 시에 녹아들었다



낮달


  가슴 촉촉이 적셔주던 달 어둠 잠재우느라 빛살 다 써

서 그럴까 마지막 본 어머니 얼굴처럼 창백하네 품에 안

겨 지낸 시간이 기억 희미한 다섯 해뿐이어서 보고 싶은 

마음보다 미운 마음 더 많았지 어머니 생애는 낮보다 밤

이 더 길었지 치매로 딸네 집에 얹혀살던 어머니 하늘 여

행 서둔다는 소식 객지에서 듣고 달려갔으나 한발 늦었지

먼 길 떠나는 제 어미 배웅도 할 줄 모르는 못난 자식 나

무라지 않고 가만히 누우셨던 어머니 오늘은 낮달로 찾아

오셨네



보고 싶다는 말


  두현이가 보낸 문자메시지 봄 아침 햇살처럼 눈부시다

"저도 도연이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5학

년이 쓴 문장이 이리 찡하다니 몇 번을 읽고도 입이 근질

거린다 "나도 할머니도 손자가 보고 싶단다" 전화로 "사

랑한다"는 말까지 덧붙였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보고 싶

다'는 말은 울고불고 매달려도 할 수 없는 말, 사람과 사

람 사이에 꽃길을 내어주는 참 따듯한 말이다



민수 꿈은 무지개


  민수 꿈은 무지개가 되는 것이다 연수처럼 화가가 되는

것도 한솔이처럼 시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온 우주가 힘

을 모아 말끔히 물청소해 놓은 공중에 잠시 떴다가 사라

지는 일곱 빛깔 구름다리, 어른도 아이처럼 함성을 지르

게 하는 무지개가 세 살배기 민수의 꿈이다 작은 눈으로

한두 번쯤 보았을 무지개가 얼마나 좋았길래 꿈이 되었을

까 어느 누구의 손에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 꿈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는 언제쯤일까



개성적 인사법


  팔월 한 달 입원했다 육 킬로그램 줄어 집에 오니 참새

가 가장 먼저 단체로 나와 반긴다 뒷산 멧비둘기 그새 식

구가 준 듯 두서넛의 목소리로 애절하고 여러 번 인사한

풀벌레 밀린 이야기를 쏟아낸다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인사한다 참깨며 땅콩은 언제

자리를 내주었고 그 자리를 차지한 무 배추 구면인 것처

럼 인사한다 백일홍은 갈 때 모습 그대로 인사하고 코스

모스는 꽃 필 때 되지 않아 수줍은 눈인사만 하는데도 반

갑기 그지없다



골목 끝 집


  고물장수 개장수가 자기 집처럼 드나들던 골목 끝 집, 

사립문 사라진 지 반세기 만에 대문을 단 것은 식구가 불

었기 때문이다 석류나무 앵두나무가 가장 먼저 식구가 되

었고 모과나무 대추나무 가죽나무도 새 식구가 되었다 오

랜 식구 코스모스는 터를 넓혔다 마당 가운데 작은 꽃밭

엔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식구가 아기자기하다 식구 불리

고 돌보는 일은 아내가 더 많이 한다 고추 오이 가지 호

박 토마토에 옥수수 고구마 땅콩 참깨 식구가 주인 잘 만

난 표를 낸다 식구가 많아지자 손님 발길도 잦아졌다 대

식구인 앞뒤 산이 이웃이어서 참새 손님이 떼 지어 수다

를 떨고 간다 까치 손님도 비둘기 손님도 심심하면 와서

논다 배롱나무 식구 낯붉히는 시간이면 꿀벌 손님이 자지

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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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9.02.14 00:42

    첫댓글 진솔하고
    읽기 쉽고
    그림이 그려지는
    참 좋은 詩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일독하겠습니다

  • 작성자 19.02.14 07:26

    술술 잘 읽혀지면서 따뜻한 시인의 마음을 그릴 수 있었어요.

  • 19.02.14 07:15

    오늘 서점에 들러야겠습니다~

  • 작성자 19.02.14 07:27

    예, 산골에 사시는 정골 님은 꼭 한 권 구해보세요.

  • 19.02.14 08:51

    졸저를 잘 소개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입춘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민들레 방점을 찍는 봄이 오겠지요.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 19.02.14 08:55

    선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시길 빕니다.

  • 19.02.14 21:58

    @정가네(김천) 구절초 님이 저자님이신가요?
    성함은 많이 들어본 분입니다.
    저의 직장에도 아마 동호회원님이 ~

  • 작성자 19.02.14 23:24

    @정골(김천) 그럴 겁니다.
    구절초 귄숙월 님은 끊임없이 글도 쓰시지만 제자들과 문인들을 왕성하게 많이 길러내고 계신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9.02.14 23:26

    고맙습니다. 인터넷서점
    Yes24에서도 취급하고 있더라구요.

  • 19.02.15 09:11

    정가네 정윤영 선생님 시집 소개,
    파란하늘이님, 정골님, 여우비님의 관심, 감사합니다.

  • 작성자 19.02.15 11:43

    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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